2020시즌 K리그와 FA컵을 제패했던 전북 현대가 아시아 무대에서 충격의 조별리그 탈락을 당했다. 전북은 1일 카타르 알와크라위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코하마와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H조 5차전에서 1-4로 완패했다. 승점 4점에 그친 전북은 상하이 상강과의 최종 6차전 결과와 관계없이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됐다. H조에서는 요코하마와 상하이가 나란히 16강으로 향했다.

전북으로서는 굴욕적인 결과다. 전북은 역대 ACL 무대에서 K리그 최다인 13회나 출전했고 조별리그를 통과한 것만 11번, 이중 2번(2006,2016)은 정상까지 올랐다. 전북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것은 2012시즌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특히 올해는 K리그 사상 최초의 4연패에 이어 15년만의 FA컵까지, 구단 역대 최초의 '더블'까지 달성했기에 내친김에 역사적인 '트레블(3관왕)'에 대한 기대치도 높아진 상황이었다.

하지만 전북의 ACL 도전은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올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베테랑 이동국이 이번 ACL에는 불참한 것을 비롯하여 이용, 쿠니모토, 최보경 등도 줄줄이 부상에 시달리며 전력에서 제외됐다. 국가대표로 발탁되어 A매치에 나섰던 K리그 MVP 손준호와 풀백 이주용은 대표팀내 코로나 19 확진의 여파로 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이는 이번 ACL에 출전한 K리그 4팀(전북, 울산, 수원, 서울)중 가장 심한 전력누수였고, 아무리 전북이라도 차포를 모두 뗀 상황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는 처음부터 어려운 상황이었다.

더구나 전북이 속한 H조는 하필 이번 대회에서 손꼽히는 '죽음의 조'였다. 요코하마는 지난 시즌 15년 만에 J리그 정상에 올랐고, 시드니 FC는 호주 A리그 챔피언이었다. 한국-일본-호주 3개국이 챔피언에 한 조에 몰린 것. 여기에 상하이 역시 브라질 국가대표출신 오스카를 비롯하여 아론 무이, 로페즈 등 거물급 스타들이 버틴 중국리그의 강팀이었다.

우려한대로 전북의 ACL 도전은 난관의 연속이었다. 시즌 초반 홈&어웨이 형식으로 진행된 조별리그에서도 홈에서 요코하마(1-2)에 패배, 시드니(2-2)와의 원정에서 무승부에 그치며 어려운 행보를 예고했다. 8개월만에 카타르에서 재개된 조별리그에서도 시드니(1-0)에게만 신승했을뿐 상하이(1-2)와 요코하마(1-4)에게 내내 밀리며 조기 탈락의 굴욕을 받아들여야 했다. 5경기에서 1승 1무 3패 6득점 10실점이라는 기록은 국내 무대에서 보여준 막강한 위용과는 거리가 멀었다.

결과는 안타깝지만 한편으로 이번 ACL의 성과를 놓고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올해 ACL는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의 영향으로 지난 3월 한 차례 중단되었고, 각국의 정규시즌 종료 이후에야 중립지역인 카타르 도하에 출전팀들이 모여 단기 대회 형식으로 어렵게 재개됐다. 최근 코로나가 다시 세계적으로 창궐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회 재개 자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실제로 유럽 오스트리아 원정으로 A매치를 치렀던 국가대표팀에서 다수의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불안감은 더욱 높아졌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K리그 팀들 모두 성적에 대한 부담보다는 '건강하게 대회 일정을 마치자'는 게 가장 우선순위였다. 더구나 장기레이스인 K리그와 FA컵을 우승으로 마치고 이미 에너지가 고갈된 전북 선수들이 ACL까지 집중력과 동기부여를 유지하기는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이번 대회의 결과만을 놓고 전북 현대의 경쟁력이나 K리그의 위상을 의심할 필요는 없는 이유다. 물론 일찌감치 16강행을 확정지은 울산 현대처럼 K리그에서의 무관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는 확실한 동기부여를 가지고 대회에 임하고 있는 팀도 있지만, 올해 ACL는 그야말로 잘하면 좋고, 못해도 비판하기는 어려운 '보너스' 이벤트로서의 의미가 더 강한 대회였다.

전북은 오히려 ACL 이후의 행보가 더 중요하다. 전북과의 2년 계약이 종료되는 조세 모라이스 감독은 이번 ACL을 끝으로 전북과의 동행을 끝내고 새로운 도전에 나설 것이 유력하다. 후임으로는 전북의 창단 첫 K리그 우승 주역이던 김상식 코치가 거론되고 있다.

모라이스 감독은 재임 2년간 최강희 감독의 뒤를 이어 K리그 정상을 지켜냈고 FA컵까지 포함하여 무려 3개의 우승트로피를 전북에 선물했다. 최 감독이 '창업군주'였다면 모라이스 감독은 '수성군주'로서 결과적으로 자신의 역할은 해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정작 ACL에서는 2년 연속(2019년 16강/ 2020년 조별리그 탈락) 실망스러운 성적에 그쳤다. K리그에서도 겉보기에 성적은 좋았지만 막대한 투자와 지원에 비하면 선수활용능력이나 확실한 전술적 색깔에서는 의문부호를 남기는 등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전북은 다음 시즌 초유의 K리그 5연패와 못다한 ACL에서의 명예회복-트레블 도전 등 새로운 목표를 앞두고 있다. 최강희 감독-이동국 등 '전북 왕조'의 창업 공신들이 하나둘씩 팀을 떠나면서 리더십과 팀컬러를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는 숙제도 안고 있다. '더블'이라는 훌륭한 성과를 올리고도 마지막 대회였던 ACL에서 유종의 미가 아쉬웠던 전북은 다시 한번 새로운 변화의 시대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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