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 포스터

<로맨틱 코미디> 포스터 ⓒ (주)안다미로

 
<로맨틱 코미디>는 제목 그대로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대해 이야기하는 다큐멘터리다. 감독 엘리자베스 샌키는 본인이 로맨틱 코미디 영화 매니아임을 밝힌다. 어린 시절부터 이 장르의 영화만 봤던 감독은 결혼 후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내 사랑을 더 힘들게 만들었던 건 아닐까'. 다수의 할리우드 영화를 분석한 양적 연구를 통해 로맨틱 코미디가 실제 사랑에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과 그 괴리감에 대해 작품은 보고한다.  

보고서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하면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적이고 허황된 로맨스가 여성과 남성의 실제 연애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이 장르는 공식이 성립된 약 70여년의 세월동안 전혀 변하지 않았고, 여전히 동화 같은 환상과 잘못된 편견을 심어준다는 것이다. 그 주장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이 주장에 대한 근거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된다. 한 주장에 여러 영화를 예로 들었지만 글에서는 한 편만 언급하도록 하겠다.  

첫 번째 주장은 전형적인 여성 캐릭터다. 로맨틱 코미디 속 여성 캐릭터는 대다수가 남성에 비해 떨어지는 면을 보인다. 직업적인 측면이나 지적인 측면, 자신감 적인 측면이 그렇다. 90년대 로맨틱 코미디의 대표작 <귀여운 여인>을 예로 들면 리처드 기어가 맡은 에드워드는 사업가인 반면, 줄리아 로버츠가 맡은 비비안은 콜걸이다. 에드워드가 지적인 면모를 보이는 반면 비비안은 순진무구한 면모를 보인다.  

로맨틱 코미디에서 남녀는 동등 또는 여성이 우위에 선 관계를 보여주지 않는다. 여성은 부족하고 모자란 존재며, 남성은 이를 채워주고 여성을 지켜주는 존재로 표현된다. 이는 여성은 남성보다 똑똑해서도, 위에 서려 해서도 안 된다는 편견을 조장할 여지가 있다. 또 남성의 사랑을 받는 여성은 쿨하고 남성문화에 익숙한 여성이란 점도 사랑받는 여성에 대한 이미지를 고착화시킨다.   

 
 <로맨틱 코미디> 스틸컷

<로맨틱 코미디> 스틸컷 ⓒ (주)안다미로

 
감독은 30년대까지 할리우드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 속 여성은 당차고 주체적인 캐릭터로 묘사되었음을 언급한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승전 세대가 나타나면서 미국사회는 가부장적으로 변했다. 이런 시대적인 변화는 문화에도 반영된다. 남성이 원하는 이상적인 여성상이 로맨틱 코미디의 자리를 대신한다. 감독은 여전히 로맨틱 코미디에는 이런 구시대적인 가치관이 투영된 점에 대해 아쉬움을 표한다.  

두 번째 주장은 현실과 괴리감이 느껴지는 상황이다. 산드라 블록 주연의 <당신이 잠든 사이에>는 달달한 로맨스 영화로 유명하지만 내용만 떼어놓고 보면 다소 섬뜩하다. 산드라 블록이 맡은 루시는 지하철 매표소 직원이다. 어느 날 철도에 떨어져 혼수상태에 빠진 남자와 사랑에 빠지고 그의 애인인 척 연기한다. 그러다 남자가 성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걸 알자 그 남동생과 사랑을 시작한다.  

스토리만 놓고 볼 때 공감을 내비치기 힘든 내용이다. 이런 괴리감은 남성 캐릭터에게도 나타난다. 다툼이 일어나면 소리를 지르며 상대를 몰아치는 건 물론, 사랑을 이유로 범죄에 가까운 스토킹을 보여주는 작품도 있다. 결말에서는 진정한 사랑을 위한 고난의 과정으로 포장되지만, 현실에서는 겪기 싫은 로맨스다.   

 
 <로맨틱 코미디> 스틸컷

<로맨틱 코미디> 스틸컷 ⓒ (주)안다미로

 
세 번째 주장은 다양성의 결여다. 이 지점에서 감독은 자신의 모습을 통해 주류 로맨틱 코미디가 지닌 문제점을 말한다. 앞서 로맨틱 코미디 영화들의 단점을 말하며 감독은 다양성을 지닌 로맨틱 코미디가 없다고 말한다. 중산층 이상의 백인 이성애자만 출연하는 현실을 비판한다. 그런데 다큐멘터리를 위해 작품을 조사하다 보니 다양한 형태의 로맨틱 코미디가 다수 있음을 발견한다. 다만, 주류가 아니었을 뿐이다.  

아시아 가정의 결혼 이야기를 다룬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우리나라 입장에서 볼 때는 특별함을 찾기 힘든 로맨틱 코미디다. 허나 할리우드의 입장에서는 주류에서 벗어난 색다름으로 다가왔다. 다양한 이야기의 작품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엘리자베스 샌키 감독처럼 주류가 되는 로맨틱 코미디에만 몰두하다 보니 다르게 다가온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감독은 더 다양한 사랑을 다룬 주류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필요함을 언급한다.  

전개만 보자면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 대한 비판으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애정이 숨겨져 있다. 답습이 심한 이 장르는 최근 화제성에서 멀어지고 있다. 90~00년대 로맨틱 코미디는 줄리아 로버츠, 멕 라이언, 드류 베리모어 등 수많은 스타들을 배출했으나 근래에는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감독은 자신이 사랑했던 로맨틱 코미디 장르가 다시 부흥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는다. 다큐멘터리 속 수많은 영화들의 장면은 관객들에게도 시대의 추억을 되살리게 만들며 다시 한 번 로맨틱 코미디에 빠지고 싶은 시간을 선사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시민기자의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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