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해보험이 대한항공을 제압하고 파죽의 3연승을 질주했다.

이상렬 감독이 이끄는 KB손해보험 스타즈는 28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남자부 2라운드 대한항공 점보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17-25,27-25,25-22,28-18)로 승리했다. 최근 3연승으로 11월 일정을 기분 좋게 끝낸 KB손해보험은 2위 OK금융그룹 읏맨과의 승점 차이를 4점으로 벌리며 선두 자리를 지켰다(승점 25점).

KB손해보험은 간판 공격수 노우모리 케이타가 58.24%의 점유율과 56.60%의 성공률로 31득점을 퍼부으며 공격을 주도했다. KB손해보험은 이번 시즌 케이타를 보좌할 국내 공격수의 활약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약점으로 지적됐다. 하지만 이날 경기 만큼은 케이타에게 확실한 파트너가 있었다. 무려 77.27%의 공격 성공률로 19득점을 기록하는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친 윙스파이커 김정호가 그 주인공이다.

KB손해보험에게 떨어진 선물 같은 외국인 선수 케이타
 
 영상 자료만 보고 1순위로 지명한 케이타가 이렇게 잘할 거라고는 이상렬 감독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영상 자료만 보고 1순위로 지명한 케이타가 이렇게 잘할 거라고는 이상렬 감독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 한국배구연맹

 
뛰어난 공격력을 가진 외국인 선수를 보유한 팀은 언제나 외국인 선수를 지원할 국내 선수의 공격력이 고민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뛰어난 외국인 선수를 보유하고 있어도 국내 선수들의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V리그를 지배했던 최고의 외국인 선수를 보유했던 팀들을 돌아보면 언제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제 역할을 해준 국내 선수의 숨은 활약이 있었다.

안젤코 추크와 가빈 슈미트, 레오나르도 마르티네스라는 위대한 외국인 선수 계보를 가지고 있는 삼성화재 블루팡스는 신진식 은퇴 후 확실한 국내 공격수가 없었다. 삼성화재는 석진욱(OK금융그룹 감독), 손재홍(현대건설 힐스테이트 코치) 등 수비가 좋은 선수들로 버티다가 2010년 FA시장에서 라이벌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의 주공격수 박철우(한국전력 빅스톰)를 영입해 V리그 7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쿠바산 괴물' 로버트 랜디 시몬을 앞세워 2014-2015 시즌과 2015-2016 시즌 챔프전 2연패를 달성한 OK저축은행에는 송명근이라는 걸출한 토종 공격수가 있었다. 경기대 시절부터 성인대표팀에 이름을 올릴 만큼 뛰어난 공격수였던 송명근은 2014-2015 시즌 챔프전 MVP와 2015-2016 시즌 BEST7에 선정되며 시몬의 파트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우리카드 위비 역시 2017-2018 시즌 36경기에서 966득점을 기록하며 득점 1위에 오른 크리스티안 파다르(도레이 애로우스)라는 걸출한 외국인 선수를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카드는 파다르의 고군분투에도 기복이 심한 최홍석(OK금융그룹)과 그 시절까지만 해도 아직 유망주에 불과하던 나경복의 아쉬운 활약 속에 7개 구단 중 6위에 머무르고 말았다. 

이번 시즌 KB손해보험 케이타의 대활약은 그 어떤 배구 전문가나 팬들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다. 코로나19사태로 인해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가 사상 최초로 비대면으로 이뤄지면서 선수들을 제대로 파악할 시간과 여건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케이타의 대활약에도 국내 선수들의 부족한 지원 때문에 KB손해보험의 돌풍은 오래 가지 못할 거라는 분석도 적지 않았다. 아무도 김정호가 이 정도까지 활약해 주리라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86cm 단신임에도 공수에서 맹활약하는 김정호
 
 득점 10위(159점)에 올라 있는 김정호는 이번 시즌 케이타의 파트너로 손색 없는 활약을 해주고 있다.

득점 10위(159점)에 올라 있는 김정호는 이번 시즌 케이타의 파트너로 손색 없는 활약을 해주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186cm로 배구선수로는 썩 좋은 신체조건을 갖지 못한 김정호는 201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4순위로 삼성화재에 지명됐다. 하지만 삼성화재에서 김정호의 주 역할은 공격이 아닌 서브였다(여자부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박현주와 비슷한 역할이라고 보면 된다). 실제로 김정호는 루키 시즌 33경기에 출전해 55.1%의 공격성공률을 기록하고도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아 단 47득점을 올리는데 그쳤다. 

그렇게 삼성화재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던 김정호는 2018년 11월 이강원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KB손해보험으로 이적했다. 김정호는 KB손해보험에서도 황두연(상무)과 손현종(대한항공)에 가려 코트에 나설 기회가 적었지만 봄 배구 진출이 힘들어진 시즌 중반 이후 본격적으로 투입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8-2019 시즌이 끝나고 황두연의 입대와 손현종의 이적이 동시에 이뤄지면서 김정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김정호는 지난 시즌 코로나19로 시즌이 중단되기 전까지 KB손해보험이 치른 33경기에 모두 출전해 408득점을 올리며 프로 데뷔 3년 만에 최고의 시즌을 보내며 주전 자리를 차지했다. 김정호는 이번 시즌에도 KB손해보험의 윙스파이커 한 자리가 김동민과 정동근으로 바뀌는 와중에도 꾸준히 왼쪽 한 자리를 지키며 케이타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특히 28일 대한항공과의 경기에서 김정호는 최고의 활약을 통해 케이타와 함께 KB손해보험의 승리를 이끌었다. 김정호는 이날 22번 공격을 시도해 17번 성공시키며 77.27%라는 높은 성공률을 기록했다. 대한항공 선수들이 케이타를 막기 위해 혈안이 돼 있는 상황을 황택의 세터가 역으로 이용한 것이다. 여기에 서브득점과 블로킹도 한 개씩 추가하며 다방면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KB손해보험은 지난 22일 상무에서 센터 김재휘와 윙스파이커 황두연이 전역하면서 전력이 더욱 보강됐다. 실제로 김재휘는 대한항공전에서 1세트 중반 교체 선수로 투입돼 3득점을 기록했다. 황두연 역시 입대 전 주전 윙스파이커로 활약했던 선수인 만큼 경기감각만 회복된다면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전역 선수들이 가세했다 해도 매 경기 꾸준한 활약을 해주는 붙박이 윙스파이커 김정호의 입지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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