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럭키 몬스터> 포스터

<럭키 몬스터> 포스터 ⓒ (주)영화사 그램

 
영화에서의 연출은 '말하기'다. 같은 이야기라도 말하는 사람에 따라 흥미와 재미가 달라지는 것처럼 같은 시나리오라도 이를 어떻게 연출하느냐에 따라 영화가 지닌 매력이 달라진다. '마음이 합니다'라는 유명한 슬로건을 고안해낸 광고감독이자 카피라이터인 봉준영 감독은 뒤늦게 영화계에 입문한 후 첫 장편영화 <럭키 몬스터>를 통해 자신이 지닌 연출력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작품은 흥미로운 소재에서 출발한다. 도맹수는 밑바닥 인생을 사는 녹즙기 판매원이다. 그는 산더미 같은 빚을 져서 사채업자에게 쫓기고, 아내 성리아와는 위장으로 이혼한 상태다. 돈을 벌기 위해 들어간 녹즙기 회사도 알고 보니 다단계였다. 그의 유일한 낙은 트램폴린 위에서 뛰는 거다. 하늘 위로 몸을 날리며 아이 같이 순수한 즐거움을 느끼는 그는 강한 육식동물이 살아남는 사회에서 가장 낮은 초식동물이다.
  
 <럭키 몬스터> 스틸컷

<럭키 몬스터> 스틸컷 ⓒ (주)영화사 그램

 
어느 날부터 맹수의 귀에는 그만 들을 수 있는 라디오 방송이 재생된다. 그 방송의 DJ 럭키 몬스터는 맹수에게 말을 건다. 환청이라 여겼던 그 소리를 한 번 믿어보기로 결정한 맹수는 복권을 산다. 그리고 놀라운 행운이 찾아온다. 맹수가 50억을 상금으로 받게 되면서 영화는 본격적인 이야기로 접어든다. 복권 당첨을 시작으로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뉜다. 축구에 비유하자면 전반부는 처절한 경기력이다.
 
맹수는 계속 두들겨 맞는다. 녹즙기 판매를 위해 찾는 집마다 문전박대를 당한다. 사채업자한테 붙잡혀 폭행을 당한다. 돈을 아내한테 받겠다는 사채업자의 말에 황급히 집으로 간 맹수는 아내가 사라진 걸 발견한다. 아내를 찾던 중 노래방에서 만난 고등학생의 위협에 겁을 먹는가 하면, 복권가게에서 달려드는 노숙자에게도 속수무책이다. 그는 사회의 먹이사슬에서 최하단에 위치해 있다.
 
복권에 당첨된 그는 그 돈으로 HB 컨설팅이라는 회사에 아내를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그들은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방법으로 사채업자 노만수를 찾고자 한다. 이런 상황에 맹수는 당황한다. 이때 그를 조종하는 럭키 몬스터의 목소리가 들린다. 도맹수는 몬스터에 의해 조련되는 맹수로 변해간다. 그 내면의 야성(野性)에 눈을 떠간다.
  
 <럭키 몬스터> 스틸컷

<럭키 몬스터> 스틸컷 ⓒ (주)영화사 그램

 
그 대표적인 소재가 녹즙기다. 녹즙기 하면 떠오르는 색깔은 초록색이다. 이는 초식동물일 때의 맹수를 의미한다. 이런 녹즙기가 피를 쥐어짜는 도구로 바뀌는 시점부터 맹수는 이름 그대로 육식동물로 변해버린다. 전반전에 두들겨 맞던 팀이 후반전에는 상대의 골대를 향해 무자비하게 골을 넣는 상위포식자로 변해버린 것이다. 
 
이런 변화를 이끈 인물은 맹수의 조련사 럭키 몬스터와 아내 성리아다. 작품 속 리아는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그녀는 갑자기 남편을 떠나 사채업자와 동행을 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속마음을 알 수 없는 리아의 모습은 맹수에게 트리거로 작용한다. 그의 삶을 지탱했던 유일하게 소중한 존재가 기대와 달리 엇나간 것이다. 전반과 후반이 아닌 낙차폭이 큰 맹수의 캐릭터와 이에 따라 달라지는 주변의 모습은 개성 강한 연출을 통해 빛을 낸다.
  
 <럭키 몬스터> 스틸컷

<럭키 몬스터> 스틸컷 ⓒ (주)영화사 그램

 
트램폴린 위를 뛰는 소년 같은 남자의 비참한 삶은 짠내나는 코미디를 보여준다. 이 코미디가 폭력과 피가 난무하는 아수라장이 되면서 범죄 블랙코미디의 매력이 강하게 피어난다. 여기에 성리아와 럭키 몬스터를 통해 미스터리한 느낌을 더하는 건 물론 극적인 변화에 동기를 더하며 집중력 있게 극을 이끌어 간다. 상황에 따라 맹수가 느끼는 감정을 초록색, 빨간색, 검은색 등 다채롭게 담아내며 미장센을 통한 전개를 보여준다.
 
이런 봉준영 감독의 연출은 또 다른 봉테일이 탄생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봉준영 감독은 <럭키 몬스터>를 통해 돋보이는 연출력을 보이며 봉테일로 이름을 알릴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영화가 지닌 독특함만큼이나 개성 강한 그의 연출은 스크린에 빠져드는 마력이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시민기자의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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