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자멸한 인터밀란이 레알 마드리드에게 무릎 꿇었다.
 
한국시간 26일 오전 5시, 이탈리아 스타디오 산시로에서 '20-21 유럽 챔피언스리그' B조 인터밀란과 레알 마드리드의 맞대결이 벌어졌다. 인터밀란은 '베테랑' 비달의 퇴장으로 인한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며 레알 마드리드에게 2-0 패배했다.
 
UCL 매치데이 4에서 가장 주목받는 빅매치였다. B조에 속한 인터밀란과 레알 마드리드는 이번 UCL에서 제기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다. 세계 축구를 대표하는 두 팀이 1위 묀헨글라트바흐, 2위 샤흐타르에 밀려 3위(레알 마드리드), 4위(인터밀란)에 위치해 있었다. 
 
급한 쪽은 인터밀란, 불안한 쪽은 레알 마드리드였다. 먼저 조 최하위까지 추락한 인터밀란은 UCL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승점 2점을 챙긴 것이 전부였다. 이번 경기를 반드시 승리로 장식해야만 희망을 살릴 수 있는 인터밀란이었다.
 
반면 레알 마드리드는 라모스, 벤제마, 발베르데 등 주축 선수들의 부상으로 선수단 공백이 발생한 상태였다. 이번 경기에서 승리할 경우 샤흐타르를 제치고 2위로 도약할 수 있었기에 레알 마드리드 또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경기였다.
 
인터밀란은 백3를 기반으로 최전방에 물오른 결정력의 루카쿠와 라우타로를 투입한 3-5-2 포메이션으로 이번 경기에 나섰다. 반면 레알 마드리드는 주전 선수의 공백을 마리아노 디아즈, 외데가르드, 나초 페르난데스로 메운 4-3-3 포메이션으로 인터밀란을 상대했다.
 
한편 두 팀의 UCL 통산 상대 전적은 7승 2무 7패로 매우 팽팽한 흐름이었다. 관전 포인트로는 인터밀란이 홈에서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7경기 무패라는 점, 레알 마드리드가 최근 8경기에서 한차례도 클린시트를 기록하지 못한 점 등이 있었다.
 
'판정 불복 퇴장' 비달, 인터밀란을 좌절시키다
 
레알 마드리드는 이른 시간 얻어낸 PK로 앞서나갔다. 전반 4분, 아자르의 돌파로 시작된 공격 상황에서 외데고르의 패스가 침투하는 나초 페르난데스에게 연결했다. 상대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바렐라가 파울을 범하며 인터밀란이 PK를 허용했다. 아자르가 깔끔히 PK를 성공시키며 레알 마드리드가 앞서나갔다.
 
뜻밖의 실점을 허용했음에도 인터밀란의 반격은 날카롭게 전개되지 못했다. 압박의 강도, 중원의 주도권, 빌드업의 템포 등 모든 면에서 인터밀란은 상대에게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레알 마드리드는 느슨한 인터밀란을 상대로 날카롭게 공격을 이어갔다.
 
한편 인터밀란이 조금씩 공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무렵, 최악의 실수가 벌어졌다. 전반 32분, 인터밀란의 공격이 깊숙한 진영까지 전개됐다. 이후 페널티박스 안에서 돌파를 시도한 비달이 바란과 충돌했지만, 주심은 그대로 경기를 진행했다. 이후 격양된 비달은 강하게 불복했고, 주심은 비달에게 연속으로 경고 카드를 꺼내들며 퇴장을 선언했다. 조금씩 살아났던 분위기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장면이었다.
 
위기에 몰린 인터밀란은 후반전 시작과 함께 담브로시오와 페리시치를 투입하며 4-4-1로 포메이션을 변경했다. 인터밀란의 공격은 세트피스와 함께 몇 차례 날카롭게 전개됐지만 결정적인 슈팅까지 연결되진 못했다.
 
한편 레알 마드리드는 후반 12분 카세미루와 호드리구를 투입하며 공수 모두에 변화를 줬다. 지단 감독의 교체 카드는 그대로 적중했다. 후반 13분, 측면에서 볼을 바스케스의 날카로운 크로스가 인터밀란의 페널티박스 안으로 날카롭게 전개됐다. 이후 막 투입된 호드리구의 슈팅이 하키미의 발 맞고 자책골로 연결되며 레알 마드리드는 2점 차로 달아나는데 성공했다.
 
인터밀란은 후반 18분 산체스를 투입했지만 여전히 상대 수비진을 뚫어낼 순 없었다. 후반 36분 페리시치의 강력한 슈팅 또한 쿠르투아의 선방에 가로막히며 좌절한 인터밀란이었다. 결국 인터밀란은 레알 마드리드에 2-0으로 패배했다.
 
'투박했던' 인터밀란, 결과도 내용도 챙기지 못하다
 
이날 인터밀란은 수적 열세의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며 무기력하게 패배했다. 콘테 인터밀란 감독은 수적 열세를 딛기 위해 포메이션 측면 전술적 변화를 가져갔으나 그 이상의 것을 보여주진 못했다. 인터밀란은 반드시 이겨야 했던 경기에서 투박한 모습만을 보여주며 자멸했다.
 
인터밀란은 계속되는 '루카쿠 의존증'을 끝내 해결하지 못했다. 리그와 유럽 클럽대항전을 가리지 않는 루카쿠의 맹활약은 인터밀란의 가장 날카로운 무기지만, 루카쿠가 막혔을 때 인터밀란은 이렇다 할 '플랜 B'가 없었다. 중원 싸움부터 레알 마드리드에게 밀리면서 인터밀란의 빌드업은 최전방까지 연결되지 못했다.
 
루카쿠와 함께 선발 출전한 라우타로, 교체 투입된 페리시치와 산체스 모두 답답한 공격을 해결하지 못했다. 라우타로는 볼 터치, 패스 연계 등에서 정상 컨디션이 아닌 모습이었으며, 페리시치 또한 한차례 강력한 슈팅 말곤 이렇다 할 장면을 만들지 못했다. 인터밀란은 이날 5개의 슈팅만을 기록했으며, 그중 유효슈팅은 단 한 개에 그쳤다.
 
한편 인터밀란은 상대적 강점으로 꼽히는 공중볼 경합 능력 역시 살리지 못했다. 인터밀란의 프리킥과 코너킥이 날카로운 헤더까지 연결되는 경우는 손에 꼽았다. 수적 열세의 상황에서 가장 득점할 가능성이 높은 세트피스 찬스를 허무하게 날리면서 인터밀란은 무기력하게 패배했다.
 
무엇보다 33세 '베테랑' 비달의 퇴장이 뼈아픈 인터밀란이었다. 오늘 레알 마드리드전은 반드시 승리를 거뒀어야 하는 경기였다. 하지만 이따금 불같은 성격으로 경고, 퇴장을 당했던 비달이 중요한 길목에서 불필요한 퇴장을 당하며 인터밀란은 주도적으로 경기를 풀어나갈 수 없었다. 비달의 퇴장은 수적 열세는 물론, 상대에 밀렸던 중원 싸움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인터밀란은 이날 패배로 UCL 16강행이 사실상 좌절됐다. 차선책인 유로파리그 진출을 위해선 최소 3위를 확보해야 하지만 이 또한 만만친 않다. 인터밀란은 오는 12월 2일, 묀헨글라트바흐전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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