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겼다 19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프로농구 울산 현대모비스와 인천 전자랜드의 경기 종료 후 승리한 현대모비스 김민구가 기뻐하고 있다.

▲ 이겼다 19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프로농구 울산 현대모비스와 인천 전자랜드의 경기 종료 후 승리한 현대모비스 김민구가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불과 1년 사이에 팀이 완전히 달라졌네?' 프로농구 울산 현대모비스의 팬들은 올시즌 팀의 선수 구성을 보면서 묘한 감정을 느낄 만하다. 모비스는 2018-19시즌 정상에 오르면서 총 일곱 번이란, 역대 최다 우승의 역사를 썼다. 라건아-이대성-양동근-함지훈-문태종-쇼터 등이 주축이었는데, 유명 히어로 영화 어벤져스에 빗대 '모벤져스'라 불릴 정도로 막강한 팀이었다.

그로부터 1년 반이 흘렀다. 당시 주축멤버 중 지금까지도 모비스 선수단에 남아 있는 사람은 함지훈 정도가 유일하다. 라건아와 이대성은 팀을 떠났고, 최고령 문태종-팀의 심장이던 양동근까지 차례로 은퇴했다. 한때 팀의 미래로 기대를 모았던 국가대표 출신 센터 이종현도 최근 3각 트레이드로 고양 오리온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사실상 선수단을 완전히 갈아엎은 수준의 변화다.

지난 여름 모비스와 재계약하여 역대 최장수인 16년째 지휘봉을 잡고있는 유재학 감독은 다시 한 번 팀의 전면적인 '리빌딩'에 나섰다. 방식은 과거와 조금 달라졌다. 유재학 감독이 모비스의 처음 지휘봉을 잡았던 시절에는 양동근과 함지훈같은 유망주들을 내부에서부터 육성하는 방식이었다면, 이번에는 즉시전력감 선수들을 외부에서 끌어모으는 길을 선택했다.

모비스는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 가장 많은 4명의 FA 이적생을 영입했다. 장재석-김민구-이현민-기승호 등이 모비스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최근에는 트레이드로 이종현을 내주고 국가대표 포워드 최진수가 합류했다. 유재학 감독과의 호흡을 기대하며 모비스행을 기대한 선수들도 있었다.

팬들의 반응은 조금 엇갈렸다. 각자 한 팀의 주축 선수로 오랜 시간 활약했지만 포지션별로 뭔가 '탑 플레이어'의 반열에 올랐다고 하기에는 2% 부족했던 선수들, 아니면 선수생활의 전성기를 지난 베테랑급 선수들이 많았다. '과연 리빌딩이라고 할수 있는지' 고개를 갸웃할 만했다. 오히려 떠나보낸 선수들의 빈 자리가 더 아쉬워보였다.

다행히 결과는 현재까지는 절반의 성공이라고 할수 있다. 모비스는 14경기를 치른 현재 8승 6패로 단독 4위에 올라있다. 선두 전주 KCC와는 1.5게임차에 불과하다. 시즌 초반 선전하던 유망주 김국찬의 부상 아웃이라는 큰 악재도 있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우승 시절만큼 압도적이지는 않아도, 천천히 달라진 팀의 색깔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모비스는 19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전자랜드와 홈 경기에서는 79-64로 완승했다. 전반 한 때 12점 차이로 뒤졌던 현대모비스는 이날 역전승을 거둬 전자랜드와 맞대결 4연승과 함께 최근 2연승을 맛봤다.

특히 이 경기는 올시즌들어 어느 때보다 '뉴페이스'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이적생 4인방이 모두 20분 이상 출전했고 특히 승부처인 4쿼터에서 결정적인 활약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김민구는 개인 한 경기 최다 타이 기록인 21득점(4리바운드 3도움)을 기록하며 이날의 히어로가 됐다. 2쿼터 초반 교체 투입된 김민구는 48-48 동점으로 시작한 4쿼터에서만 무려 13점을 몰아넣는 원맨쇼를 펼쳤다. 이날 김민구의 야투 성공률은 75%(6/8), 3점슛 성공률은 80%(4/5)에 달했다. 본인의 짧았던 전성기였던 2013년 아시아농구선수권 대회에서의 활약을 연상시키는 모습이다.

당시 김민구는 경희대 대학생 신분이었음에도 대회 베스트5에 선정되며 라이징 스타로 주목받은 바 있다. 하지만 이듬해 국가대표팀에서 외박 기간동안 음주운전 사고를 저질러 큰 부상을 당하고 커리어에도 큰 타격을 입었다. 이 사건으로 지금까지도 김민구를 비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지난해 원주 DB에서 식스맨으로 재기에 성공했고, 올시즌에는 다시 모비스의 주축으로 거듭났다. 가드진이 약한 모비스에서 1,2번을 넘나들 수 있는 김민구의 다재다능함은 큰 힘이 되고 있다. 비록 화려한 운동능력은 잃었지만 특유의 농구센스와 클러치능력은 여전하다. 승부처에서 보여주는 빛나는 활약과 담력은, 잠깐씩이나 양동근과 이대성의 향수를 달래줄 정도다.

2016년 신인드래프트 1순위였던 이종현이 모비스에서 만개하지 못하고 팀을 떠나면서, 대안으로 영입된 장재석의 어깨는 무겁다. 그동안 노장 함지훈과 어느 정도 출전시간을 나눠서 뛰었다면 전자랜드전에서 유재학 감독은 장재석의 저돌성과 공격리바운드를 믿고 더 오랜시간 기용했다. 장재석은 골밑에서 투지넘치는 모습을 보이며 12점 3리바운드 3어시스트로 공수 양면에서 숀 롱과 김민구의 부담을 덜어줬다.

또한 베테랑 포워드 기승호는 이날 팀내에서 가장 긴 30분 45초를 출장하며 6점 7리바운드를 기록하는 깜짝 활약을 선보였다. 유재학 감독은 현대모비스가 추격한 3쿼터에 기승호와 장재석을 오래 기용한 승부수가 통하여 대역전극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는 모비스의 기존 프랜차이즈스타인 함지훈과 전준범이 부진했던 아쉬움을 충분히 메웠다는 점에서도 의미있는 결과였다.

가드 이현민은 고비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안정된 경기운영으로 팀의 완급조절을 잘 이끌었다. 유재학 감독은 슛찬스에서 이현민의 에어볼(슛이 림을 맞지도 않고 빗나가는 것)이 나와도 오히려 박수를 치며 격려하는 장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만큼 선수들의 열정과 공헌도에 만족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기대를 모았던 장신포워드 최진수는 전자랜드전에서는 엔트리에 이름은 올렸으나 아직 출전기회를 잡지 못했다. 오리온으로 이적한 이종현이 바로 2경기 연속 좋은 모습을 보이며 호평을 받은만큼, 최진수가 모비스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에 대한 기대가 높다. 3번과 4번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스윙맨인 최진수까지 가세하면 모비스는 높이와 득점력에서 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적생들은 그동안 리그 최다우승의 명문팀인 모비스에 입단한 이후 우승멤버들의 빈 자리를 메워야한다는 부담감에 시달리는 듯했다. 유재학 감독은 조급해 하지 않고 선수들을 기다리며 묵묵히 믿음을 주고 있는 모습이다. 화려한 스타플레이어는 없지만 오히려 각 포지션에서 여러 벤치 자원을 폭넓게 가동할 수 있는 선택지가 넓어졌다는 것은, 유재학 감독이 첫 지휘봉을 잡았던 초창기의 모비스를 떠올리게 한다. 어느덧 새로운 이적생들의 팀이 된 '뉴 모비스'가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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