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료 직후 오열하는 FC 서울 수비수 황현수를 위로하는 인천 유나이티드 골키퍼 이태희(왼쪽) 선수

종료 직후 오열하는 FC 서울 수비수 황현수를 위로하는 인천 유나이티드 골키퍼 이태희(왼쪽) 선수 ⓒ 심재철

 
10월의 마지막 날 초록 그라운드에 눈물이 많이 떨어졌다. 종료 휘슬이 울린 뒤 홈 팀 FC 서울 수비수 황현수가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울었다. 함께 뛰는 센터백 윤영선이 그의 어깨를 감쌌고 상대 팀 골키퍼 이태희를 비롯하여 문지환, 김대중, 정동윤 등 모두가 다가와 황현수를 위로했다. 다른 일이었다면 이겨서 극적으로 K리그 1에 살아남은 기쁨을 누렸겠지만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도 동지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故 김남춘 선수를 떠올리며 황현수를 위로한 것이다.

조성환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지난 10월 31일 오후 3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0 K리그 1 파이널 B그룹 최종(27)라운드 FC 서울과의 어웨이 게임에서 복덩이 미드필더 아길라르의 마술같은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겼다. 이로써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다시 한 번 '생존왕' 드라마를 쓰면서 시도민 구단 중 유일하게 2부리그(K리그 2)로 미끄러지지 않는 끈질긴 근성을 확인시켰다.

인천 유나이티드 살려낸 '아길라르'의 예술구

홈 팀 선수들은 유니폼 팔뚝에 검은 띠를 둘렀고 어웨이 팀 선수들도 유니폼 팔뚝에 검은 리본을 붙였다. 하루 전 들려온 FC 서울 수비수 김남춘 선수의 비보에 할 말을 잃고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지만 넋 놓고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하필이면 이 날이 정규리그 마지막 게임이었기에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FC 서울 선수들은 멋진 골과 승리로 김남춘 선수에 대한 추모의 뜻을 높이고 싶었고 인천 유나이티드 FC 선수들은 꼭 이겨서 다시 한 번 K리그 1 생존왕 스토리를 완성시키고 싶었기에 한치의 양보도 없는 공 다툼이 시작됐다. 

게임 시작 후 11분만에 홈 팀의 득점 기회가 빛났다. 왼쪽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훌륭한 패턴 플레이가 이어지며 미드필더 오스마르의 위력적인 왼발 슛이 터진 것이다. 하지만 인천 유나이티드 FC 골문을 든든히 지키고 있는 이태희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가 마찬가지로 빛났다.
 
 그림같은 결승골의 주인공 아길라르(가운데)가 FC 서울 김원식을 앞에 두고 드리블하는 순간.

그림같은 결승골의 주인공 아길라르(가운데)가 FC 서울 김원식을 앞에 두고 드리블하는 순간. ⓒ 심재철

 
곧바로 인천 유나이티드의 날카로운 역습이 이어져 반대쪽 골문 앞도 뜨거워졌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특급 미드필더 아길라르의 왼발 중거리슛도 구석으로 날아왔고, 윙백 정동윤의 왼발 대각선 슛도 놀라웠지만 홈 팀 골키퍼 양한빈도 슈퍼 세이브 실력을 뽐냈다.

그리고 32분에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인천 유나이티드가 날카로운 역습 전개로 천금의 결승골을 뽑아낸 것이다. 정동윤이 왼쪽 끝줄 방향으로 밀어준 공을 향해 달려들어간 아길라르가 슛 각도가 도저히 안 나오는 지점에서 기막힌 왼발 킥으로 골을 성공시켰다. FC 서울 골키퍼 양한빈은 물론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슛 궤적이 낮게 깔려 휘어들어왔기 때문에 그야말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굴러들어가는 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복덩이 아길라르가 왼발을 잘 쓴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예술구가 들어갈 줄은 몰랐다.

인천 유나이티드, 짠물 수비로 살아남다

후반전은 예상대로 홈 팀 FC 서울의 공격이 일방적으로 전개됐다. 후반전 교체 선수 한승규가 얻은 54분 프리킥을 박주영이 오른발 감아차기로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렸지만 아슬아슬하게 크로스바를 넘어가는 바람에 탄식이 터져나왔다.
 
 후반전, FC 서울의 일방적인 공격을 주먹으로 쳐내는 인천 유나이티드 골키퍼 이태희

후반전, FC 서울의 일방적인 공격을 주먹으로 쳐내는 인천 유나이티드 골키퍼 이태희 ⓒ 심재철

 
또 다른 홈 팀 교체 선수 윤주태가 76분에 날린 오른쪽 크로스가 전반전 아길라르의 무각 골 순간처럼 날카롭게 인천 유나이티드 골문으로 날아왔지만 이태희 골키퍼가 놀라운 순발력으로 그 공을 몸 날려 쳐냈다. 

하지만 인천 유나이티드의 골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비록 순위표에서 시즌 내내 꼴찌를 맴돌던 팀이었지만 팀 실점 기록으로는 꼴찌가 아니었기에 인천 유나이티드의 백 스리 전술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파이널 B그룹 기준 27라운드 최종 기록으로 봐도 인천 유나이티드의 게임 당 실점은 1.29골로 수원 블루윙즈의 게임 당 실점 1.1골 다음으로 단단함을 입증했다. 반면에 이 게임 홈 팀 FC 서울은 파이널 B그룹 최다 실점 팀(27게임 44실점 / 게임 당 1.63골)으로 정규리그를 끝냈다.

그런데 이 게임 마무리는 깨끗하지 못했다. 대기심이 후반전 추가 시간 4분을 알렸음에도 불구하고 김우성 주심은 지나칠 정도로 추가 시간의 추가 시간을 마음대로 늘렸다. 추가 시간 중에 양 팀 선수들이 격한 감정을 드러낸 것 때문이라고 하지만 주심의 시계가 고장난 듯 너무 길게 늘어지는 바람에 선수들의 감정이 더욱 격하게 터져나왔다.

후반전 추가 시간 7분도 넘어갈 때, FC 서울 벤치 바로 앞에서 인천 유나이티드의 마지막 역습 기회를 막아야 한다는 마음에 직전 세트 피스에 가담했던 FC 서울 골키퍼 양한빈이 상대 팀 주장 김도혁을 뒤따라와 노골적으로 걷어차 퇴장당하는 일까지 벌어진 것이다. 이에 격분한 양팀 선수들이 뒤엉켜 시비가 붙었고 그 와중에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수 오반석도 경고 누적 퇴장을 당하고 말았다.
 
 후반전 추가 시간 7분, FC 서울 골키퍼 양한빈(오른쪽)이 인천 유나이티드 김도혁을 위험한 발길질로 걷어차는 순간

후반전 추가 시간 7분, FC 서울 골키퍼 양한빈(오른쪽)이 인천 유나이티드 김도혁을 위험한 발길질로 걷어차는 순간 ⓒ 심재철

 
한 팀은 아득히 먼 곳으로 떠난 동지를 위해 꼭 이기고 싶었고, 한 팀은 K리그 2 강등을 면하기 위해 꼭 이겨야 했던 게임이었지만 결코 아름답지 못한 마무리 장면은 모두에게 더 깊이 새겨두어야 할 교훈을 남겼다. 오래 전부터 축구장 안팎에 울려퍼지고 있는 '페어 플레이, 존중, 차별 반대, 비폭력'의 가치를 더 깊이 품어야 할 일이다.

2020 K리그 1 파이널 B그룹 27라운드 결과(31일 오후 3시, 서울월드컵경기장)
FC 서울 0-1 인천유나이티드 FC [득점 : 아길라르(32분,도움-정동윤)]

FC 서울 선수들
FW : 박주영
AMF : 정한민(61분↔권성윤), 주세종(49분↔한승규), 조영욱
DMF : 오스마르, 김원식(72분↔윤주태)
DF : 김진야, 윤영선, 황현수, 윤종규
GK : 양한빈

인천 유나이티드 FC 선수들
FW : 아길라르(62분↔마하지), 스테판 무고사(77분↔김대중)
MF : 정동윤, 김준범(46분↔송시우), 김도혁, 지언학, 김준엽
DF : 양준아, 문지환, 오반석
GK : 이태희

2020 K리그 원 파이널 B그룹 27라운드 최종 순위표
7 강원 FC 34점 9승 7무 11패 36득점 41실점 -5
8 수원 블루윙즈 31점 8승 7무 12패 27득점 30실점 -3
9 FC 서울 29점 8승 5무 14패 23득점 44실점 -21
10 성남 FC 28점 7승 7무 13패 24득점 37실점 -13
11 인천 유나이티드 FC 27점 7승 6무 14패 25득점 35실점 -10
12 부산 아이파크 25점 5승 10무 12패 25득점 38실점 -13[2021시즌 K리그 2 강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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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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