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염경엽 감독이 감독 부임 두 시즌 만에 자진 사퇴했다.

SK 와이번스 구단은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올 시즌 건강 문제로 팀을 떠나 있던 염경엽 감독이 성적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6월 25일 두산 베어스와의 더블 헤더 1차전에서 경기 도중 갑작스럽게 실신해 응급차에 실려갔던 염경엽 감독은 9월 그라운드로 복귀했지만 5일 만에 다시 건강 문제로 박경완 감독대행에게 팀을 맡겼다. 결국 염경엽 감독은 임기를 1년 남기고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염경엽 감독은 SK를 떠나며 "SK와이번스를 응원해주신 팬 여러분들께 즐거움을 드리지 못하고 실망감을 안겨드려 죄송하다. 특히 시즌 중 자리를 비운 것에 대해 구단과 팬 여러분께 송구스럽다. 이제는 팀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할 때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편, SK 구단은 다양한 후보군을 대상으로 빠른 시일 내에 차기 감독 인선 작업을 마무리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히어로즈를 4년 연속 가을야구로 이끈 '염갈량'

요즘에는 NC 다이노스를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끈 이동욱 감독이나 롯데 자이언츠의 허문회 감독, 삼성 라이온즈의 허삼영 감독처럼 현역 시절에 큰 족적을 남기지 못한 '비스타 출신' 감독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선수로서의 능력과 지도자로서의 능력은 별개라는 뜻이다. 그리고 지금처럼 KBO리그에서 '무명 선수 출신도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명제를 처음으로 증명한 지도자가 바로 염경엽 감독이었다.

염경엽 감독은 현역 시절 .195라는 통산타율이 말해주듯 스타 선수와는 거리가 멀었다. 내야수로서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고 발이 빨라 대주자로서 활용가치가 높다는 장점도 있었지만 한 시즌을 믿고 맡길 수 있는 강타자는 결코 아니었다. 실제로 염경엽 감독은 선수생활 동안 유일하게 규정타석을 채웠던 1994시즌 타율 .212로 타율 부문 최하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2000 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한 염경엽 감독은 2001년부터 2006년까지 현대 유니콘스에서 운영팀 과장을 맡으며 프런트로서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했다. 2007년 현대에서 수비코치를 맡은 염경엽 감독은 LG트윈스로 자리를 옮긴 2008년에는 스카우터,2009년에는 운영팀장,2010-2011년에는 수비코치를 역임했다. 물론 그 때는 LG의 '암흑기'였기 때문에 지도자나 프런트로서 염경엽 감독의 역량을 높게 평가하는 야구팬은 많지 않았다.

2012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의 작전·주루코치를 지낸 염경엽 감독은 2012 시즌이 끝나고 히어로즈의 3대 감독으로 선임됐다. 당시만 해도 전국에서 9개 밖에 되지 않는 KBO리그 구단 감독이라는 직업에 현역 시절 통산 타율 .195의 무명 선수 출신이 선임됐다는 사실에 야구팬들의 반발이 매우 컸다. 그만큼 염경엽 감독의 역량에 대한 야구팬들의 믿음과 신뢰가 낮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히어로즈는 염경엽 감독이 이끈 4년 동안 구단 창단 후 첫 번째 전성기를 누리며 승승장구했다. 2013년에는 창단 6년 만에 첫 가을야구 진출이라는 기쁨을 누렸고 앤디 밴 헤켄의 20승,서건창의 200안타, 박병호의 50홈런, 강정호의 40홈런이 동시에 터진 2014년에는 창단 첫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히어로즈는 염경엽 감독이 재임한 4년 동안 한 번도 가을야구를 거른 적이 없다.

단장으로 우승시킨 후 감독으론 2년 만에 9위 추락

히어로즈는 2016년 정규리그 3위를 차지하고도 준플레이오프에서 LG에게 1승3패로 패하며 탈락했고 염경엽 감독은 경기가 끝난 후 곧바로 사퇴를 선언했다. 염경엽 감독은 신경성 질환을 앓는 등 건강이 좋지 않았고 현장을 떠나 휴식을 취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히어로즈처럼 구단의 지원이 넉넉하지 않은 팀을 4년 연속 가을야구로 이끈 '검증된 지도자' 염경엽 감독을 다른 구단에서 가만히 내버려 둘 리 없었다.

염경엽 감독은 2017년1월 SK의 단장직에 선임되면서 8년 만에 지도자가 아닌 프런트로 새로운 직책을 맡았다. 단장으로서의 능력과 성과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와 부적적인 평가가 공존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염경엽 감독이 단장으로 재직하던 2018년 SK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SK 우승의 또 다른 주역이었던 트레이 힐만 감독이 재계약을 포기하고 미국으로 돌아가자 염경엽 감독은 SK의 새 감독으로 부임했다.

염경엽 감독은 우승 전력을 그대로 이어 받은 작년 시즌 서진용의 급성장과 마무리 하재훈의 깜짝 등장, 그리고 에이스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맹활약이 겹치며 8월 중순까지 여유 있는 1위를 달렸다. 하지만 SK는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졌고 결국 정규리그 마지막 날 두산에게 상대전적에서 뒤져 정규리그 1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SK는 플레이오프에서도 키움에게 1승도 거두지 못하고 3연패로 탈락했다.

작년 시즌의 충격이 너무 컸기 때문일까. SK는 올 시즌 초반부터 연패에 빠져 허우적대며 하위권을 전전했고 염경엽 감독은 시즌 개막 후 42경기 만에 덕아웃에서 쓰러져 구급차에 실려 가는 아찔한 상황을 연출했다. 염경엽은 약 두 달 후 다시 그라운드에 복귀했지만 5경기에서 모두 패하고 또 다시 현장을 떠났다. 작년 144경기에서 88승을 따냈던 염경엽 감독은 올해 47경기에서 12승35패의 성적을 남긴 채 감독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염경엽 감독은 작년 시즌 팀 내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인 불펜 3인방 서진용, 김태훈,하재훈을 혹사시켰고 이들은 올해 나란히 부진한 시즌을 보냈다. 여기에 가을야구에서는 친정팀 히어로즈를 상대로 한 경기도 따내지 못하면서 '단기전에 약하다'는 약점도 극복하지 못했다. 우승팀의 감독을 맡은 염경엽 감독의 모험수는 결과적으로 염감독의 명성만 깎아 내리는 비극적인 결과를 낳은 채 두 시즌 만에 초라하게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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