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 오왼이 출연한 <쇼미더머니9>의 한 장면

래퍼 오왼이 출연한 <쇼미더머니9>의 한 장면 ⓒ Mnet

 
지난 19일 힙합 레이블 메킷레인 레코즈 소속 인기 래퍼 나플라, 루피, 오왼, 영웨스트, 블루의 대마초 집단 흡연 소식이 알려졌다. 서울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지난해 9월 이들 5명 래퍼들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해 경찰에 넘겼다. 나플라, 루피 등 4명은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고 마약을 공급한 영웨스트는 11월 6일 1심 선고 공판을 앞두고 있다.

소속사 메킷레인 레코즈는 19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실망과 충격을 받았을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사과했다. 같은 날 루피는 메킷레인을 대표해 SNS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며 반성의 뜻을 전했고, 26일 영웨스트는 메킷레인에서의 탈퇴와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쇼미더머니9>에 출연 중이던 오왼은 프로그램에 하차하며 출연분이 모두 편집됐고, 메킷레인 레코즈와 친밀한 관계를 이어오던 래퍼 니안 역시 대마초 흡연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메킷레인 레코즈는 최근 한국 힙합 신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잘 나가는' 레이블이었다. 2016년 LA 한인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활동하던 래퍼들이 뭉쳐 만들어진 메킷레인은 신생 레이블임에도 활발한 작업물과 콘서트를 통해 저변을 넓혀왔다. 이후 2018년 나플라와 루피가 2018년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777> 1위와 2위를 거머쥐고, 올해 블루의 '다운타운 베이비(Downtown Baby)'가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를 통해 차트 역주행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활동도 활발했다. <쇼미더머니> 출연 이후 루피와 나플라는 <루플라(LooFla)> 미니 앨범으로 유닛 활동을 펼쳤고, 올해는 각자 <노 피어(No Fear)>와 <유 앤 유(u n u)>라는 제목의 정규앨범을 발표했다. 오왼 역시 10월 8일 네 번째 정규 앨범 <소년> 등 다양한 결과물을 내놓았고 블루 역시 '다운타운 베이비'의 흥행을 이어가고자 다수 싱글을 발표했다. 

세간의 인식도 좋았다. 루피는 2018년 4월부터 7월까지 여성가족부와 함께 '성평등 음원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해야해'를 발표했다. 나플라는 2019년 한국힙합협회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열정콘서트 젊은 외침'에 출연해 무대를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대마초 흡연 적발로 인해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과거에도 씨잼, 이센스, 빌스택스(과거 바스코), 아이언 등 유명 래퍼들이 마약 투약 혐의로 적발되어 경찰 조사를 받고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번 메킷레인의 경우처럼 레이블 단위의 집단 흡연이 적발된 경우는 처음이다. 관심과 인기가 나날이 상승곡선을 그리는 가운데 거리낌 없이 마약을 흡연했고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는 점에서 대중의 반응은 좋지 않다. 지난해 발생한 사건임에도 사실이 알려진 후에야 공식 입장을 표명한 것도 긍정적이지 않다.

'사과 태도 논란' 불러
 
 래퍼 랍온어비트는 메킷레인 레코즈의 대마초 흡연 사실이 적발된 후 경솔한 발언으로 출연 중이던 <쇼미더머니9>에서 하차, 통편집되었다

래퍼 랍온어비트는 메킷레인 레코즈의 대마초 흡연 사실이 적발된 후 경솔한 발언으로 출연 중이던 <쇼미더머니9>에서 하차, 통편집되었다 ⓒ YG Plus

 
반성하는 태도에도 문제가 있었다. SNS 라이브를 통해 사과 메시지를 전한 루피는 몸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며 '사과 태도 논란'을 불러왔다. 오왼은 자신의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에 비판 댓글을 남긴 네티즌을 공개적으로 저격하며 "모범시민 납셨다"라는 댓글을 달아 또 다른 구설수를 만들었다. 

한술 더 떠 <쇼미더머니9>에 출연 중이던 래퍼 랍온어비트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국내 래퍼들 다 (대마) 핀다 아직 안 걸린 거뿐이야"라는 발언과 동시에 씨잼과 빌스택스에게 마약을 팔다 걸렸다는 사실을 고백하며 <쇼미더머니9>에서 통편집당했다.

대중이 메킷레인과 힙합 신의 마약 문제에 대해 분노하는 지점은 끊이지 않는 사건사고와 반성하지 않는 래퍼들의 태도에 있다. 대마초 허용 여부는 전 세계적으로 찬반 논란이 벌어지는 지점이라 개인마다 가치관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마약에 적발되기 전까지 아무렇지 않게 활동하며 이후에도 고개를 숙이는 대신 대중을 기만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실망을 안기고 있다. 마약 투약에 대한 가벼운 인식과 안이한 태도를 심어줄 수 있다는 것도 경계해야 할 지점이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씨잼은 "호기심에 했는데 모두 변명이라고 생각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라며 반성의 뜻을 밝혔다.

2015년 이센스 역시 공판에서 "정말 잘못된 판단이었다. 앞으로 반성하고 뉘우치겠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빌스택스의 경우 적발 후 대마초에 대해 공부하며 다양한 매체 인터뷰와 음악을 통해 의료용 대마초 합법화를 논리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이들에 비해 메킷레인과 래퍼들은 당당함도 진심 어린 반성도 모두 부족해 보인다. 약물을 접하지 않고도 음악을 해나가는 힙합 신과 타 아티스트들에게도 부정적인 인식을 드리운다. 반복되고 집단의 일임에도 누구 하나 경각심을 갖지 않았다는 데서 메킷레인의 마약 적발 소식은 더욱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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