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배우 김민재 인터뷰 사진

ⓒ 냠냠 엔터테인먼트

 
"나는 내 자신에게 채찍질을 많이 하는 타입이다. 고민도 깊게 하고. 그게 좋은 영향보단 안 좋은 영향이 더 클 때도 있다."

올해 SBS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2>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로 어느 때보다 주목 받았던 한 해를 보낸 배우 김민재는 세간의 평가와는 상관 없이 여전히 조심스럽고 고민이 많은 스물다섯 살의 모습이었다.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모처에서 김민재를 만났다. 

"촬영을 했는데 뭔가 아쉬운 장면이 있으면 집에 오는 동안 그걸 계속 생각한다. 모니터를 보면서 '왜 이렇게 했지?' 생각하고. '다음에 잘해야지.' 그렇게 넘겨야 하는데 (넘기지 못하고) 나를 채찍질하는 상황이 되게 많다. 잘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촬영장에 갔는데 내 생각대로 되지 않을 때가 특히 힘들다."

스스로 생각이 너무 많아서 탈이라고 말하는 김민재는 고민과 걱정 때문에 컨디션 저하를 겪는 날도 많다고 호소했다. 악순환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그가 고안해 낸 방법은 '모르쇠'(?)였다.

"고민과 걱정을 하는 건 좋은데 적당히 해야 하지 않나. 너무 깊게 하는 것. 그건 좋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다 좋을 수도 있겠지. 아마도? 생각이 꼬리를 물고, 그러다 보면 잠을 못 자고 다음날 컨디션이 안 좋아지고. 적당히 할 줄 알아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그래도 이제는 방법을 찾은 것 같다. 모르쇠 하는 게 저의 방법이다. '몰라, 아 몰라. 싫어' 이렇게 혼잣말을 하면서 모르는 척, 생각을 비우려고 한다."

그래도 지난 20일 종영한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아래 <브람스>)는 그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다 준 작품이다. <브람스>에서 김민재는 7년 전 쇼팽 콩쿠르 2등(1등 없는 2등)을 차지한 유명 피아니스트지만, 자신의 재능을 사랑하지 않는 박준영으로 분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제 일을 더 사랑하게 됐다"는 그는 "'이 작품을 하면서 이렇게 하면 되나?'라는 생각을 조금 했다. 드라마 팬분들이 사랑을 많이 주셨고 그걸 체감할 수 있었다. 용기를 얻고 자신감도 얻었다. 되게 행복했던 순간들이었다. 앞으로도 이렇게 하면 될까? 싶다"며 엷게 웃었다.
 
 SBS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배우 김민재 인터뷰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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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피아니스트, 그것도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를 연기해야 한다는 건 배우로서 부담스러울 만한 일이었다. 어릴 적부터 피아노를 취미 삼아 쳤지만 클래식은 처음이었다고. 연기를 위해 악보를 거의 외워서 연주했다는 김민재는 "(드라마) 초반부에 나온 곡들은 연습할 시간이 있었는데 촬영 후반엔 시간이 아예 없었다. 콩쿨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의 실력을 보여줘야 하니까. 어렵고 부담스러웠다"며 "그냥 열심히 하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정공법을 택했던 그의 방식이 통했을까. 시청자들은 물론, 피아노 전공자들에게서도 피아니스트의 디테일을 잘 표현했다는 칭찬이 쏟아졌다. 김민재는 "모션, 제스처, 표정까지 고민했다. 어느 정도의 적정선을 보여드려야 할까. 가만히 있어서도 안 되지만, 오버하지 않는 선에서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생각을 많이 했다. 여러 피아니스트의 영상을 보고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장 어려웠던 곡으로는 가장 많이 연주한 슈만의 '트로이메라이'를 꼽았다. 

"첫 번째로 배운 곡이고 가장 오래 연습했다. 처음 클래식을 배우다 보니 이때 부담감도 가장 컸다. 곡 자체도 어렵고 감정도 잘 담아내야 했고 (극 중에서도) 중요한 곡이어서 가장 어렵게 느껴졌다. 1회에서 오케스트라와 함께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콘체르토 연주 장면도 어려웠던 것 같다. 라흐마니노프가 손이 엄청 크다. 제 손도 작은 편이 아닌데 그게(건반이) 어렵게 배열돼 있어서 손가락을 찢느라 어려웠다."

드라마 중후반부, 준영과 송아는 이별을 맞이한다. "행복하지 않다"는 말에 송아를 놓아줄 수밖에 없었던 준영은 혼자 시름시름 앓고 피아노를 그만 치겠다고 선언하기도 한다. 또한 제 아버지에게 몰래 돈을 보내고 있었던 정경과의 갈등도 극에 달하고 유태진 교수가 준영의 연주를 도용하면서 극 중에서 준영은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 

<브람스>의 절정 단계였던 이 시점에 많은 시청자들은 '힘든 걸 말하지 않는 준영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김민재 역시 "방송 이후 반응을 많이 챙겨보는 편인데, '오늘도 준영이 (시청자들에게) 혼나는구나'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할 정도. 배우로서 시청자들이 준영을 납득할 수 있게 만들어야 했던 김민재는 완전히 그 상황과 감정에 스스로 빠져드는 방식을 택했다. 

"(드라마 캐릭터와 저를) 잘 분리하는 타입은 아니다. 준영의 힘든 장면을 촬영하고 나면, 집에 가서 저는 쉬어야 하지 않나. 그런데 혼자 집에서도 힘이 빠진 상태로 있게 된다. 그렇게 해야 (카메라에) 좀 더 담길 것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SBS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배우 김민재 인터뷰 사진

ⓒ 냠냠 엔터테인먼트

 
이즈음 김민재는 연출을 맡은 조영민 감독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고백했다. 조 감독을 "정말정말 좋은 감독님이셨지만 정말 좋은 사람이기도 했다"고 표현한 그는 "휴머니즘을 이야기하는 작품에서 현장을 휴머니즘으로 만들려고 하셨다. 항상 바쁘게 굴러가는 현장에서 한번도 소리 높인 일이 없었다"고 연신 칭찬했다. 김민재가 흔들릴 때 옆에서 붙잡아준 사람 역시 조영민 감독이었다고.
 
"제가 정말 (조영민 감독에게) 크게 배운 게 있었다. 11부에서 14부를 찍을 때 감정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힘들었다. 그때 감독님에게 전화를 드렸다. '감독님, 저 잘하고 있나요? 그냥 갑자기 걱정이 많이 돼서요' 이렇게 말씀 드렸는데, '지금 충분히 준영이 그 자체다. 너무너무 잘하고 있다. 다른 건 중요하지 않으니까 우리 진심으로 연기를 하자'고 따뜻한 답을 주셨다. 너무 감사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다. 정말 많이 의지했다."


이후에도 이날 인터뷰에서 김민재는 진심이라는 단어를 여러 번 언급했다. 늘 혼자 참고 견디고, 말보다는 음악이 편한 박준영이란 캐릭터를 잘 표현할 수 있었던 비결은 그가 진심을 담으려 했기 때문이었다.

"어머니와 함께 연기할 때도 슬픈 감정, 뭔가 쌓였던 감정을 풀어내는 신이 있었다. 처음에 대본을 읽었을 때는 '이 장면은 슬퍼야 한다, 눈물이 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완전히 제 오산이었다. 지금 (방송에 나온) 장면을 저는 좋아하는데,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그렇게 완성한 장면이다. 감독님이 '우리 눈물은 필요없다. 진심으로 이야기하자'고 하셨다. 진심으로 집중해서 이야기하다 보니 감정이 저절로 만들어졌다. 솔직하게 연기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 장면이 더 좋게 느껴지는 것 같다."

차기작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김민재는 오래 쉬지 않고 다시 시청자 곁으로 돌아올 계획이다. 2015년 데뷔 이후 지금까지 특별출연부터 주·조연까지 가리지 않고 10여 편의 드라마·영화에 출연해 온 그는 "쉬어도, 일을 해도 힘든 건 똑같다. 쉬고 싶을 때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뭔가 하고 있다는 게 제겐 더 '플러스'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로 넷플릭스 드라마 <종이의 집>(천재 교수와 범죄 전문가들의 인질극을 담은 스페인 드라마) 속 범죄자들인 덴버, 리우같은 캐릭터를 꼽았다. 배우로서 안 해본 것,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이 늘 있다는 그는 그러면서도 "악역을 만약 한다면 끝도 없이 나쁘기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 이유에 대해 설명했는데, 김민재가 얼마나 생각이 깊은 배우인지 또 한 번 깨닫게 해주는 대목이었다.

"악을 표현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있다. 사이코패스같은 캐릭터를 예전에는 매력적이라고 말하지 않았나. 그런데 지금은 그게 매력적으로 표현되는 게 맞나 싶기도 하다. 물론 연기적인 면에서는 아예 색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는 있겠지. 저도 아직 잘 모르겠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맞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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