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세 자매> 스틸컷

<세 자매> 스틸컷 ⓒ 제 25회 부산국제영화제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문소리는 반가운 배우다. 올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보건교사 안은영>에서 미스터리한 캐릭터로 화제를 모으더니, 부산에서는 <인간증명>과 <세 자매>, 두 편의 영화로 오랜만에 관객들과 만나게 됐다. <세 자매>는 세 여배우의 개성 강한 연기가 인상적인 영화다. 그 중 극을 이끌어가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문소리의 연기는 눈이 부시다. 과거의 고통을 위선과 아집으로 이겨내려는 미연이란 캐릭터는 깊은 인상을 남긴다.
 
영화는 제목 그대로 세 자매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녀들은 각자의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다. 그 가정은 각자의 문제로 아슬아슬하게 물 위에 떠 있다. 당장이라도 가라앉을 난파선을 그녀들은 힘겹게 끌어안고 버틴다. 작품을 전체적으로 이끄는 인물은 둘째 미연이다. 미연은 중심적인 서술자이자 희숙과 미옥을 가운데에서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미연은 경제적으로 부유하며 독실한 신앙인이다.
 
그 가정도 겉으로 보기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교수인 남편과 착하고 예의바른 아이들, 교회에서 가족이 함께 주말을 보낸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 보면 결코 문제가 없지 않다. 남편은 바람기를 주체하지 못한다. 미연은 어떻게든 남편을 붙잡아 두고자 신앙에 의지한다. 하지만 딸은 기도에 두려움을 느낄 만큼 신앙생활에 적응하지 못한다. 겉으로는 상냥하고 친절해 보이는 미연이지만 사실은 종교를 이유로 가족을 강하게 억압한다.
 
셋째 미옥은 연극작가로 재혼가정을 꾸리고 있다. 술과 과자를 좋아하는 털털한 미옥은 엄마가 무엇인지 몰라 어려워한다. 남편의 아이는 미옥과 거리를 두려하고 친엄마하고만 소통한다. 학부모 상담 때도 미옥을 대신한 건 친엄마다. 이런 상황에서 미옥은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안정된 가정 속에서 자신의 역할과 모습을 발견하고 싶지만 아이는 그 틈을 허락하지 않는다.
 
데뷔작 <베테랑>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 장윤주는 이번 작품에서도 웃음을 책임진다. 희숙과 미연의 이야기가 무거운 반면 미옥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느낌을 준다. 축 가라앉을 수 있는 극적인 흐름은 미옥을 통해 리듬감을 획득한다. 동시에 미옥이 지닌 엄마로서의 고민은 정서적인 공감을 가져온다.
  
 <세 자매> 스틸컷

<세 자매> 스틸컷 ⓒ 제 25회 부산국제영화제

 
첫째 희숙은 얼굴은 웃고 있지만 속은 만신창이다. 남편은 거액의 빚을 지고 숨어 다니며, 본인은 암에 걸렸다. 딸 보미는 메탈밴드 보컬을 쫓아다니며 철없이 엄마한테 돈만 요구한다. 희숙의 성격은 단어 그대로 착하다. 남에게 싫은 소리 한 번 못한다. 보미는 그런 엄마가 불쌍하기보다는 짜증난다. 희숙은 죽음을 앞둔 순간에도 그 사실을 숨기고 계속 가족을 위해 일만 한다.
 
이 세 자매에게는 공통된 아픔이 있다. 작품은 몇 가지 힌트를 던지며 그 아픔으로 관객을 안내한다. 힌트는 총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자매의 이름이다. 미연과 미옥은 '미'자 돌림이지만 희숙은 돌림자가 아니다. 세 사람 중 희숙이 유독 가혹한 운명에 처해있다는 점은 그녀가 두 사람과는 다른 유년시절을 보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이는 미연이 집안을 이끄는 역할을 한 이유이기도 하다.
 
두 번째는 기억이다. 미옥과 희숙은 과거의 어느 시점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 기억을 지니고 있는 건 미연뿐이다. 미옥은 계속 미연에게 기억을 묻고, 희숙은 미연이 말하는 기억을 생각해내지 못한다. 미옥은 그 과거의 기억에서 무엇인가를 발견하려고 하지만, 희숙은 피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미연만이 모든 기억을 지니고 있다는 점은 과거에 미연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궁금증을 품게 만든다.
 
세 번째는 종교다. 자매의 어머니는 희숙에게 전화를 걸어 힘들 때일수록 교회에 더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미연이 종교에 심취했다는 점과 미옥에게도 교회에 나가라고 권유한다는 점에서 종교는 이들 가정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미연이 종교를 통해 가족을 억압한다는 점도 힌트로 작용한다. 이는 미연이 세 자매를 이끄는 가장의 역할을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세 자매>는 전개에 있어서는 약간의 아쉬움을 남긴다. 세 자매의 이야기를 보기 좋게 진열하는 게 아닌 나열하는 수준에 머무르기에 결말부에 이르기 전까지 감정적인 격화를 느끼기 힘들다. 결말부에 모든 감정을 폭발적으로 넣으려다 보니 과잉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지닌 미스터리의 힘과 진실을 향해가는 과정, 세 자매에게 숨겨진 아픈 과거는 마음을 울리기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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