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롯데를 잡고 시즌 막판까지 2위 싸움을 계속 이어나갈 뜻을 밝혔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kt 위즈는 25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1개를 포함해 장단 12안타를 터트리며 10-5로 승리했다. 올 시즌 롯데와의 맞대결을 10승6패로 마감한 kt는 이날 경기가 없었던 2위 LG트윈스와의 승차를 반 경기로 좁혔고 4위 키움 히어로즈와의 승차는 반 경기로 벌리며 3위 자리를 유지했다(79승1무60패).

kt는 1회 롯데 선발 애드리안 샘슨으로부터 3점 홈런을 터트린 유한준이 결승타를 포함해 2안타3타점1득점으로 맹활약했고 조용호,강백호,배정대도 나란히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마운드에서는 입단 첫 해 kt의 토종 에이스로 거듭난 루키 소형준이 불펜으로 등판해 1.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고 프로 6년 차 우완 배제성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두 자리 승수를 거두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야구에도 종종 등장하는 '원히트 원더' 선수들

대중음악에서 한 곡만 큰 흥행을 거둔 아티스트를 '원히트 원더'라고 부른다. 야구에서도 한 시즌 동안 엄청난 활약을 펼치며 '잠재력이 폭발했다'는 평가를 받다가도 다음 시즌부터 싸늘하게 식어 버리는 소위 '원히트 원더' 선수들이 종종 등장하곤 한다. 많은 야구인들이 '어떤 선수가 진짜 스타로 인정 받기 위해선 최소 3년 정도 꾸준한 성적을 올려야 한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1993년 OB 베어스의 신인 투수 김경원은 입단 첫 시즌부터 OB의 마무리를 맡으며 9승3패23세이브 평균자책점1.11을 기록했다. KBO리그 역사에서 규정이닝을 채우면서 김경원보다 좋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투수는 1993년(0.78)과 1987년(0.89), 1986년(0.99)의 선동열 뿐이다. 하지만 김경원은 1998년 5세이브를 기록한 후 한화 이글스로 트레이드됐고 한화 유니폼을 입은 후에는 3년 동안 단 하나의 세이브도 추가하지 못하고 은퇴했다.

1988년 4월 17일 해태 타이거즈와 빙그레 이글스의 경기에서는 모든 야구팬들이 경악할 일이 벌어졌다. 빙그레의 2년 차 투수 이동석이 2년 연속 0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무등산 폭격기' 선동열과의 선발 맞대결에서 1-0 노히트노런 승리를 거둔 것이다. 당시 빙그레 팬들은 한희민,이상군을 이을 새로운 에이스의 등장에 들떴지만 1988년 7승을 기록한 이동석은 은퇴할 때까지 5년 동안 단 4승을 추가하는데 그쳤다. 

1992년 8월 23일 OB의 거포 3루수 임형석이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통산 5번째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했다. 그 해 임형석은 112경기에 출전해 타율 .290 26홈런73타점68득점을 기록하며 '잠실 홈런왕'으로 우뚝 섰다. 하지만 잠실의 새로운 거포로 자리매김할 거 같았던 임형석은 이후 5년 동안 한 번도 두 자리 수 홈런을 기록하지 못한 채 1997 시즌이 끝난 후 초라하게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작년에는 SK 와이번스에서 새 마무리로 내세운 하재훈이 5승3패36세이브3홀드1.98의 성적으로 프로 첫 해 세이브왕에 등극했다. 2018년 일본 독립리그에서 활약할 당시만 해도 투수와 외야수를 병행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엄청난 발전속도였다. 하지만 하재훈은 올 시즌 15경기에서 1승1패4세이브7.62로 무너졌고 어깨근육이 손상되는 부상을 당하며 지난 8월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다.

9라운드 출신 무명에서 kt 선발진의 기둥으로

배제성은 2015년 신인 드래프트 2차9라운드 전체88순위로 지명됐을 정도로 '대형 유망주'와는 거리가 멀었다. 2017년 4월 2:2 트레이드를 통해 kt 유니폼을 입을 때도 트레이드의 중심은 배제성이 아닌 장타력을 갖춘 멀티 플레이어 오태곤(SK)과 강속구 투수 장시환(한화)이었다. 하지만 당시 트레이드 명단에 포함된 선수들 중에서 현재 배제성보다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선수는 없다.

2017년 1군에서 21경기에 등판하며 어느 정도 기회를 얻은 배제성은 2018년 대부분의 시간을 2군에서 보냈다. 당시만 해도 간신히 탈꼴찌에 성공한 kt의 무명에 가까운 불펜투수 배제성을 주목하는 야구팬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 후 배제성은 kt팬들은 물론이고 모든 야구팬들이 주목하는 젊은 투수로 성장했다. 2019시즌 초반 임시 선발로 투입돼 10승을 올리는 놀라운 활약을 펼친 것이다.

작년 시즌을 통해 kt의 창단 첫 토종 10승 투수가 된 배제성은 올해 임시선발이 아닌 토종 에이스로 시즌을 맞았다. 배제성은 15승을 올린 외국인 에이스 우드리사머 데스파이네나 8월 MVP에 선정된 '슈퍼 루키' 소형준처럼 화려한 투수는 아니다. 하지만 지난 7월 휴식을 위한 2주 간의 말소 기간을 제외하면 시즌 내내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며 kt의 선발 마운드를 이끌고 있다.

25일 롯데전에서 시즌 25번째 선발 등판 경기를 가진 배제성은 친정팀을 상대로 안정된 투구를 선보이며 2년 연속 10승 고지를 밟았다. 배제성은 6-0으로 앞선 5회 이병규에게 솔로 홈런을 맞은 것을 제외하면 6이닝 동안 4피안타1볼넷으로 롯데 타선을 효과적으로 틀어 막았다. 아웃카운트 하나를 더 잡지 못해 시즌 평균자책점을 3점대로 떨어트리지 못한 것이 이날 경기 배제성의 유일한 아쉬움이었다.

배제성이 10승을 채우면서 kt는 데스파이네(15승), 소형준(12승), 윌리엄 쿠에바스, 배제성(이상 10승)까지 총 4명의 10승 투수를 보유하게 됐다. 10승 투수가 4명이라는 것은 포스트시즌에서도 정상적인 4인 로테이션 가동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았던 무명 투수 배제성이 이제 kt 선발진에서 가장 믿을 만한 투수 중 한 명으로 성장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KBO리그 KT 위즈 배제성 10승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