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분, 인천 유나이티드 FC 골키퍼 이태희가 바로 앞 부산 아이파크 김현(사진 오른쪽)의 결정적인 헤더 슛을 오른손으로 쳐내는 순간

88분, 인천 유나이티드 FC 골키퍼 이태희가 바로 앞 부산 아이파크 김현(사진 오른쪽)의 결정적인 헤더 슛을 오른손으로 쳐내는 순간 ⓒ 심재철

 
이대로 주저앉는 줄 알았다. 마침 홈팬들 앞이어서 강등의 아픔이 더 클 뻔했다. 하지만 인천 유나이티드 FC 선수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감독이 믿고 들여보낸 교체 선수들이 게임 흐름을 바꿔 놓았고 그 중에 김대중은 인천 유나이티드의 '축구 대통령'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그림같은 동점골을 터뜨렸다.

그로부터 딱 70초 뒤에 역전 결승골까지 나왔으니 숭의 아레나는 가을 찬바람도 잠시 멈춘 듯했다. 마지막 순간 1부리그에 살아남는 인천 유나이티드 FC 특유의 뒷심이 또 한 번 꿈틀거리고 있다.

조성환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24일(토) 오후 4시 30분 숭의 아레나(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2020 K리그 1 파이널 라운드 B그룹 부산 아이파크와의 26라운드 홈 게임에서 2-1로 짜릿한 역전승 드라마를 만들었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아직 꼴찌(승점 24점, 24득점)이지만 승점 1점 차로 11위 성남 FC(승점 25점, 22득점), 10위 부산 아이파크(승점 25점, 24득점)를 바짝 따라붙어서 이달 마지막 날 같은 시간에 열리는 최종 라운드에서 2020 K리그 1 마지막 페이지를 수놓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70초 역전 드라마?

부쩍 쌀쌀해진 가을 날씨에도 불구하고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는 3428명의 많은 홈팬들이 찾아왔다. 2시간 30분 전에 먼저 게임을 시작한 서울월드컵경기장(FC 서울 1-1 강원 FC)에 2621명, 하루 전 수원 빅 버드(수원 블루윙즈 1-2 성남 FC)에 2583명의 관중들이 찾아온 것에 비하면 관중 수용 능력이 상대적으로 모자란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좌석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그만큼 인천의 홈팬들이 보내주는 열정의 박수 소리가 컸던 것이다. 
 
 44분, 부산 아이파크 이상준(흰색 유니폼)이 날카로운 크로스로 선취골을 유도하는 순간

44분, 부산 아이파크 이상준(흰색 유니폼)이 날카로운 크로스로 선취골을 유도하는 순간 ⓒ 심재철

 
하지만 초록 그라운드는 냉정했다. 2016~2017 시즌 인천 유나이티드를 이끌고 극적인 생존 드라마를 쓰며 '이기는 형' 수식어를 붙인 이기형 감독대행이 데려온 어웨이 팀 부산 아이파크는 이 게임에서 비기기만 해도 강등을 피할 수 있었기 때문에 벼랑끝에 몰린 인천 유나이티드 FC를 구석으로 몰아세웠다. 

게임 시작 후 23분 만에 부산이 자랑하는 특급 미드필더 호물로의 역습 패스를 받은 골잡이 이정협이 인천 유나이티드 FC 골키퍼 이태희와 1:1로 맞서는 좋은 득점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이정협이 직접 슛 욕심을 부리지 않고 옆에서 빠르게 달려오는 이동준에게 밀어준 공이 조금 길었기 때문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래도 부산 아이파크는 44분에 왼쪽 측면을 과감하게 파고든 풀백 이상준이 날카로운 크로스로 선취골을 유도했다. 크로스를 차단하기 위해 몸을 날린 인천 유나이티드 FC 골키퍼 이태희 손끝에 맞고 뜬 공을 반대쪽에서 기다린 이동준이 자세를 낮추어 이마로 빈 골문에 넣은 것이다.
 
 74분 7초, 인천 유나이티드 FC 무고사의 왼쪽 크로스를 받아 김대중이 헤더 동점골을 터뜨리는 순간

74분 7초, 인천 유나이티드 FC 무고사의 왼쪽 크로스를 받아 김대중이 헤더 동점골을 터뜨리는 순간 ⓒ 심재철

 
이에 후반전을 앞둔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그야말로 바람 앞의 등불 신세가 됐다. 그래서 시작과 동시에 미드필더 김준범 대신 키다리 멀티 플레이어 김대중을 들여보냈고 이 판단은 거짓말처럼 맞아 떨어졌다. 김대중의 높이를 활용한 포스트 플레이 덕분에 부산 아이파크 수비수들 틈을 벗어날 수 있게 된 무고사가 왼쪽 측면으로 빠져나와서 오른발로 기막힌 크로스를 보내주었고 그 크로스를 기다렸다는 듯 김대중이 솟구쳐 올라 머리로 살짝 방향을 틀어 동점골을 터뜨렸다.

이 동점골 순간이 74분 7초였는데 더 믿기 힘든 일이 70초 뒤에 또 그곳에서 일어났다. 왼쪽 측면을 파고든 인천 유나이티드 FC 왼쪽 윙백 정동윤이 과감한 왼발 대각선 슛을 날려 역전 결승골을 터뜨린 것이다. 바로 앞 부산 아이파크 수비수 김동우의 다리를 스치며 빠져나온 공이 골문 반대쪽 구석으로 빨려들어갔다.

그 순간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모두 S석 앞으로 모여 감격의 세리머니를 홈팬들과 나눴다. 스프레이 손글씨로 "후회 말자. 이겨내자. 살아남자"를 써서 펼쳐든 홈팬들의 열망에 멋진 역전 드라마로 보답하는 순간이었다.
 
 75분 17초, 인천 유나이티드 FC 풀백 정동윤이 과감한 왼발 대각선 슛으로 역전 결승골을 터뜨리는 순간.

75분 17초, 인천 유나이티드 FC 풀백 정동윤이 과감한 왼발 대각선 슛으로 역전 결승골을 터뜨리는 순간. ⓒ 심재철

 
남아있는 시간이 모자라지 않았기 때문에 동점골을 넣어 강등 위험에서 달아나고 싶은 부산 아이파크 선수들은 88분에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부산도 교체 선수 둘이 짜릿한 동점골 기회를 만든 것이다. 박준강이 뒤에서 길게 올린 크로스를 김현이 솟구쳐 헤더로 골을 노렸다. 골문 바로 앞이었기 때문에 인천 유나이티드 FC 골키퍼 이태희가 반응하기 어려웠지만 그는 놀라운 반사 신경으로 그 공을 쳐냈다.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반대쪽으로 날아온 공이 또 한 번 떠올라 골잡이 이정협에게 오른발 인사이드 발리슛 동점골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누가 봐도 빈 골문이라 생각했고 이정협의 임팩트도 좋았다. 하지만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또 다른 교체 선수 마하지가 쓰러져 있다가 다리를 들어올리며 그 공을 쳐낸 것이다. 반대쪽 골문에 김대중과 정동윤이 골을 넣어 이겼지만 골키퍼 이태희의 슈퍼 세이브와 믿음직스러운 수비형 미드필더 마하지가 아니었다면 승점 3점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이제 강등 위험 세 팀의 운명은 10월 마지막 날 오후 3시에 나란히 열리는 'FC 서울 - 인천 유나이티드 FC'(서울월드컵경기장), '성남 FC - 부산 아이파크'(탄천종합운동장) 두 게임에서 갈라지게 됐다. 승점 1점과 팀 득점 수의 변수가 있기에 함부로 예상할 수 없는 2020 K리그 1 시즌 드라마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일만 남았다.

2020 K리그 1 파이널 라운드 B 결과(24일 오후 4시 30분,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인천 유나이티드 FC 2-1 부산 아이파크 [득점 : 김대중(74분,도움-무고사), 정동윤(75분) / 이동준(44분)]

인천 유나이티드 FC 선수들
FW : 아길라르(78분↔마하지), 스테판 무고사
MF : 정동윤, 김준범(46분↔김대중), 김도혁(55분↔송시우), 지언학, 김준엽
DF : 양준아, 문지환, 오반석
GK : 이태희

부산 아이파크 선수들
FW : 이정협
MF : 호물로(54분↔박준강), 이규성, 박종우, 김정현, 이동준
DF : 이상준(80분↔김현), 김동우, 김명준(63분↔강민수), 김문환
GK : 최필수

2020 K리그 1 파이널 라운드 B 현재 순위표
7 강원 FC 34점 9승 7무 10패 35득점 39실점 -4
8 FC 서울 29점 8승 5무 13패 23득점 43실점 -20
9 수원 블루윙즈 28점 7승 7무 12패 25득점 29실점 -4
10 부산 아이파크 25점 5승 10무 11패 24득점 36실점 -12
11 성남 FC 25점 6승 7무 13패 22득점 36실점 -14
12 인천 유나이티드 FC 24점 6승 6무 14패 24득점 35실점 -11

◇ 강등 위험 3팀의 남은 일정(왼쪽이 홈 팀)
FC 서울 - 인천 유나이티드 FC [10월 31일(토) 오후 3시 서울월드컵경기장]
성남 FC - 부산 아이파크 [10월 31일(토) 오후 3시 탄천종합운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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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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