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딩챔피언 두산 베어스가 흔들리고 있다. 상위권 순위싸움에서 한발 밀려나며 창단 최초로 와일드카드 결정전까지 내려갈 위기에 몰린 가운데, 감독의 경기운영을 둘러싼 구설수까지 겹치며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두산은 22일 KT전에 5-17로 완패한데 이어 23일 키움전에서도 2-6으로 패하며 2연패에 빠졌다. NC의 정규리그 우승이 유력해진 가운데 LG-KT-키움과 플레이오프 직행이 걸린 2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합을 펼치던 두산이 2위 경쟁팀과의 맞대결에서 연패한 것이 뼈아팠다. 75승 4무 61패(.551)로 5위에 머무른 두산은 4경기만을 남겨둔 현재 2위 LG에 3게임차, 3-4위인 KT와 키움에는 2게임차로 벌어지며 사실상 더 이상의 순위 반등이 어려워지는 분위기다.

두산은 최근 5년연속 한국시리즈 진출(3회 우승, 2회 준우승) 기록을 이어오고 있다. 이 기간 두산은 정규리그에서도 4번 우승했고 2위만 한번 기록했다. 두산이 3위 이하로 내려간 것은 송일수 전 감독 시절인 2014시즌 6위에 그치며 아예 가을야구에 탈락한 이후 처음이다. 6년연속 가을야구 진출은 이미 확정했지만, 두산이 2010년대 중반 이후 프로야구를 지배해 온 왕조이자 올시즌도 우승후보 1순위였을 감안하면 이 정도로는 결코 만족할 수 없는 성적이다.

와일드카드(WC) 결정전까지 밀려날 경우, 두산이 다시 한국시리즈까지 오르는 길은 멀고 험해진다. KBO리그에서 와일드카드 제도가 도입된 2015년 이후 정규리그 5위팀이 4위팀을 업셋하고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경우는 아직까지 전무하다. 그나마 2016년에 5위 KIA가 4위 LG 상대로 2차전까지 끌고간 사례가 유일하다. 단기전에서 1승만 거둬도 되는 4위팀에 비하여 내리 2연승을 거둬야 하는 5위팀의 핸디캡이 주는 부담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4위팀까지 포함해도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시작한 팀이 포스트시즌에서 가장 높이 올라간 경우는 아직까지 플레이오프 진출(2016년 LG-2017년 NC-2018년 히어로즈)이 최고 성적이었다. 더구나 두산은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은 경쟁팀들을 상대로 잠실 라이벌 LG에게만 9승 1무 6패로 앞서있을뿐, NC(7승9패)-KT(7승9패)-키움(5승1무9패)에게는 모두 열세를 기록중이라 이대로는 가을야구에 나간다고 해도 전망이 밝지 않다.

지난 시즌에는 SK와 정규리그 치열한 순위싸움을 펼치다가 후반기 대역전극을 펼치며 1위를 차지한 기세가 포스트시즌까지 이어졌지만, 올시즌에는 2위싸움을 펼치다가 5위까지 내려간만큼 가을야구에서도 나쁜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두산은 2015년에 FA 투수 장원준을 영입한 이후 더 이상 눈에 띄는 외부 영입이 없었던 반면 민병헌(롯데)-김현수(LG)-양의지(NC)등 핵심선수들이 매년 팀을 떠났다. 올 시즌이 끝난 뒤에는 김재호-오재일-최주환-허경민-정수빈 등 10명에 가까운 핵심 선수들이 FA 자격을 얻게 된다.

현재로서는 두산이 외부 영입은 고사하고 내부 FA중 몇 명이나 잔류시킬 수 있을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장원준-오재원-유희관 등 두산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베테랑급 선수들은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하나둘씩 노쇠화 조짐을 드러내고 있다. 두산에 앞서 2010년대 상반기 왕조를 구축했던 삼성 라이온즈가 2015년 이후 주력 선수들의 이탈로 거짓말처럼 급격히 몰락한 것처럼, 두산도 올시즌이 어쩌면 중대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감독 리더십도 구설수

설상가상 팀분위기가 어수선한 가운데 두산은 김태형 감독의 리더십마저 구설수에 올랐다. 지난 22일 열린 KT전 완패가 빌미가 됐다. 두산으로서는 반드시 잡아야만 했던 경기에서 5회까지 3-1로 앞섰지만, 선발 유희관에 이어 등판한 불펜진이 6회와 8회에 각각 8점씩 빅이닝을 두번이나 허용하는 대참사 끝에 역전패를 당했다. 두산으로서는 2위 싸움을 향한 마지막 희망마저 사라졌다는 점에서 1패 이상의 타격을 안긴 경기였다.

그런데 이 경기에서 패배보다 오히려 더 논란이 된 것은 '김강률 벌투 의혹'이었다. 8회에 구원등판한 투수 김강률이 1이닝동안 무려 51구를 던지며 안타 8개와 볼넷 2개를 허용하고 8실점할 동안 두산 벤치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김태형 감독이 고의로 김강률을 마운드에 방치했다는 벌투와 혹사 지적이 불거졌다.

두산은 이튿날 김강률을 2군으로 내려보냈다. 김태형 감독은 인터뷰에서 김강률에 대하여 "나이가 몇살인데 그런 투구를 하면 안 된다"며 심한 발언으로 선수를 저격했다. 두산은 KT전 패배 이후 다음날 열린 키움전에서도 여전히 무기력한 모습으로 일관했다.

두산은 그동안 '미라클'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수많은 드라마를 연출하며 야구팬들을 즐겁게 했다. 팀이든 선수 개인이든 성적이야 매년 좋을 수는 없다. 하지만 결과를 떠나 프로라면 항상 지켜야 할 기본이라는 게 있다. 예의, 존중, 매너, 소통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 선수와 감독, 구단 모두 그간의 성공에 도취되어 기본적인 부분을 소홀히 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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