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종이꽃> 배우 유진 인터뷰 사진

ⓒ (주)로드픽쳐스

 
"내게 2020년은 재장전하는 한 해였다. '나 나왔어, 나 아직 살아있어, 기다렸지?' 팬분들에게도 대중에게도 이렇게 말하고 싶은 느낌이다."

장장 11년 만에 유진이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2009년 영화 <요가학원> 이후, 드라마와 예능 등 방송활동에 집중했던 그가 오랜만에 택한 작품은 영화 <종이꽃>이었다. 유진은 "오랜 만에 영화 작업이라 너무 좋았다. 어려운 시기이지만 개봉도 하게 됐고, 많은 사람들이 보실 수 있길 바라고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종이꽃>은 희망도, 삶의 낙도 없었던 장의사 성길(안성기 분)과 아들 지혁(김혜성 분)의 일상에 불현듯 은숙(유진 분) 모녀가 끼어들면서 펼쳐지는 따뜻한 휴먼 드라마다. 

극 중에서 은숙은 불행한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지혁의 간병인으로 일하게 되면서 성길, 지혁 부자와 자꾸 부딪힌다. 여행작가를 꿈꿨고 의대생이었지만 하루 아침에 침대 밖으로는 한발짝도 나가기 어려워진 신세가 된 지혁은 죽을 날만 기다리는 인물이다. 그런 그에게 은숙은 혼자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고, 창문을 열고 수다를 떨면서 조금씩 지혁의 마음을 돌려놓는다.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인 데다, 함께 연기하는 인물은 더 어둡고 우울하다. 유진이 계속해서 밝은 에너지만을 보여주는 은숙을 연기하기 쉽지 않았던 까닭이었다. 이날 인터뷰에서 유진은 "중심이 잘 잡힌 것 같나? 괜찮았나? 좋았나?"라고 기자들에게 연신 질문했다. 

"너무 긍정적인 캐릭터이고 밝음의 정도도 굉장히 높다. 처음에 제가 생각했던 정도는 아니었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부터 밝고 긍정적인 캐릭터인 것은 알았지만, 감독님은 더 밝기를 원하셨다. 감독님과 이야기를 하면서 조절했는데 '더 밝게, 더 밝게요'라고 자꾸 요구했다. 처음에는 너무 과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솔직히 했다. 감독님의 의도를 이해하면서 납득할 수 있게 됐고, 이후에 은숙의 과거 신이 더욱 부각되는 게 느껴졌다. 감독님이 만든 인물이니 제일 잘 아셨고, 그게 맞았다. 저도 연기하면서 점점 감정에 동화됐다. 그런데 관객들이 어떻게 보실까. 그건 조금 걱정된다. 내가 연기하면서 괴리감이 없었으니 진실성 있게 봐주시지 않을까 싶다."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이지만 은숙 캐릭터 덕분에 분위기는 꽤 밝은 편이다. 극 초반부에 지혁이 극단적 선택을 하려는 장면도 영화 상으로는 오히려 웃음이 터지는 포인트다. 유진은 "너무 심각하게 찍었던 장면이라 (웃음이 나올 줄) 전혀 예상치 못했다"고 털어놨다.

"원래 재미있는 신이 아닌데, 재미있는 신이 됐더라. 촬영하면서 심각하게 찍었는데 그게 알고보니 웃음 포인트들이었다.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 영화를 처음 봤는데 보시는 분들이 빵빵 터져서 놀랐다. 김혜성도 '누나, 우리는 심각하게 찍었는데 왜 다들 웃지?' 하더라. 감독님께 여쭤봤는데 다 의도하신 거였다. 감독님은 천재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은숙은 한없이 밝은 인물이지만 그런 한편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있는 인물이기도 했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자극적이고 폭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묘사하지 않는 방법을 택했다. 대신 은숙의 몸에 남은 상처와 흉터로 관객이 과거를 추측할 수 있게끔 만들었다. 유진은 그런 고훈 감독의 선택이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상처만 봐도 얼마나 심각한 폭력이었는지 가늠이 되지 않나. 다 보여주지 않아도 충분히 끔찍했다. 지혁에게 흉터를 보여주는 딱 한 장면 만으로 은숙의 과거가 다 정리됐다. 결국 포인트는 그 속에서도 은숙이 희망을 찾는 것이었지 않나. 주저앉고 쓰러지는 게 아니라 희망을 갈구하는 장면. 그 신의 주제가 희망이었기 때문에 그 정도라서 더 좋았다. 은숙의 아픔을 그렇게 표현한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영화 <종이꽃> 배우 유진 인터뷰 사진

ⓒ (주)로드픽쳐스


유진은 현재 26일 첫 방송되는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 촬영에 한창이다. 비슷한 시기에 공개되는 두 작품이지만 유진은 완전히 상반된 인물로 등장할 예정이다. <펜트하우스>에서 유진은 자식을 지키기 위해 무슨 짓이든 다 하는 부동산 컨설턴트 오윤희를 연기한다. 유진은 "5년 만에 돌아온 드라마 현장이 너무 많이 달라졌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드라마 촬영 현장이 진짜 많이 바뀌었다. (주 52시간 도입 이후) 시간을 철저하게 지키면서 촬영을 하고 있다. 확실히 체력 안배가 가능해서 너무 좋다. 며칠씩 밤샘 촬영하는 게 당연했지 않나. 대신 촬영기간이 확 늘어났다. 저희 드라마도 거의 촬영기간이 1년 넘는다. 쉬는 날도 있고 2~3일씩 밤을 새지 않아도 되고 그런 환경이 좋아졌다."

영화에 이어 드라마까지 연달아 출연하게 된 유진 덕분에, 두 딸 로희와 로린의 육아는 남편인 배우 기태영이 도맡고 있다고. 두 사람은 번갈아 작품을 맡고 또 휴식을 취하면서 서로 배려하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유진은 "남편에게 미안하기도 하다. 일하는 게 훨씬 쉽다. 촬영이 아무리 고되어도 육아보단 쉬우니, 어찌 보면 남편이 (쉬는 게 아니라) 지금 더 힘든 일을 하는 셈"이라고 공을 돌렸다. 

이어 그는 서로 모니터링조차 쉽지 않은 육아 현실을 털어놓기도 했다. 

"육아하면서는 모니터링이 힘들다. 아이들을 재워야 하는 시간에 방송을 하기 때문에. 본 방송을 한 번도 못봤다. 클립 영상만 겨우 보고 '감정 연기 좋더라'고 피드백을 해주기도 했다. 연기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싶은데 그게 좀 힘들어서 아쉽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좋은 작품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고 싶다는 유진에게선 여전히 식지 않은 연기를 향한 열정이 느껴졌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됐고, 남편과 일을 병행해야 하니까 제 욕심만 챙길 수도 없다. 오빠(기태영)도 좋은 작품을 만나면 해야 한다. 그럼 또 제가 일을 하지 못하는 상황도 생기고. 그런 딜레마가 있는데도 계속 연기 욕심이 생긴다 요즘. 

어느새 40대가 됐는데, 내가 그동안 일해왔던 걸 되새겨보게 되더라. 놀지도 않았고 꾸준히 작품을 해왔는데, 그 이상의 욕심을 내지는 않았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니까 그게 조금 아쉽다. 다양한 캐릭터를 욕심냈다면 기회가 더 많지 않았을까. 그땐 시간도 여유있었는데. '워라밸'이란 말도 없었을 때지만 그때의 저는 그걸 중요하게 생각했다. '일에 치여 살고싶지 않아, 일만 하다 죽을건가?' 이런 마음이었다. 촬영을 한번 시작하면 죽음의 스케줄이었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지금 뒤돌아보니 조금 아쉽다. 앞으로라도 열심히 더 많은 작품을 만나야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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