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타임 아이 다이> 영화 포스터

▲ <에브리타임 아이 다이> 영화 포스터 ⓒ (주)모쿠슈라픽쳐스


어린 시절 여동생을 사고로 잃은 구급대원 샘(드류 폰티에로 분). 여전히 고통에 시달리는 샘을 걱정하던 동료 제이(마크 멘차카 분)는 아내 포피(미셸 마세도 분), 포피의 동생 미아(멜리사 마세도 분), 미아의 남편 타일러(타일러 대쉬 화이트 분)와 떠나는 주말여행에 함께하자고 권한다.

일행이 도착한 호숫가 별장에서 타일러는 우연히 자신이 군에 복무하는 동안에 샘과 미아가 저지른 불륜을 눈치 채게 된다. 분노한 타일러는 샘과 다툼을 벌이다 급기야 살인을 저지른다. 그런데 죽은 샘의 영혼이 다른 사람의 몸속에서 다시 눈을 뜨는 기이한 상황이 벌어진다. 샘은 살인자 타일러로부터 친구들을 구해야 하지만, 혼란스러운 자신의 정체로 인하여 상황은 점점 나빠진다.

인간의 정체성은 기억에 따라 규정된다. 소설 <기억>은 '인간의 정체성에서 기억이 얼마만큼 차지하는지, 인간이 기억을 어떻게 만들고 지키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가득했다. 영화 <사라진 시간>(2020)은 지금 존재하는 자신이 진짜인지, 아니면 기억 속의 자신이 진짜인지를 탐구했다.

<존 말코비치 되기>(2000)는 아예 다른 사람의 의식 속을 놀이기구처럼 들어가는 상상력을 발휘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메멘토>(2001)와 <인셉션>(2010)에서 기억을 조작하여 다른 정체성을 만드는 서사를 보여주었다. 정체성과 기억의 상관관계는 작가들이 끊임없이 다루는 화두인 셈이다.
 
<에브리타임 아이 다이> 영화의 한 장면

▲ <에브리타임 아이 다이> 영화의 한 장면 ⓒ (주)모쿠슈라픽쳐스


오는 21일 개봉하는 영화 <에브리타임 아이 다이>는 주인공 샘이 죽은 후 다른 사람의 몸속에서 자신의 의식을 갖고 깨어나는 '초자연적인' 상황을 소재로 삼는다. 연출을 맡은 로비 마이클 감독은 예전부터 "한 사람의 의식이 어디에서 끝나고 어디에서 시작하는가?"란 질문에 매료되었다고 밝힌다. 그는 자신의 자아를 탐구하는 과정이 다른 사람의 몸을 거치면서 일어난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구상했다고 설명한다.

<에브리타임 아이 다이>는 다른 사람의 몸을 빌려 되살아난 샘이 타일러를 막으려는 '살인극'과 죄의식으로 인하여 억압된 기억과 정체성을 다룬 '심리극'이란 두 개 이야기를 꿈과 현실을 오가는 화법으로 묶었다. 샘은 악몽과 두통에 시달린다. 어느 순간엔 마치 필름이 끊어지듯 기억 자체를 잃어버릴 적도 있다. 어디까지 꿈이고, 어디까지 현실인가? 샘은 알 수가 없다. 이런 혼란은 여동생의 사고를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에서 비롯한다.

샘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살인극은 여동생의 죽음에 기인한 트라우마를 극복하려는 심리 단계로 읽을 여지도 충분하다. 살인을 저지르는 타일러는 '트라우마', 제이, 포피, 미아는 샘이 가진 자신과 여동생에 대한 기억이나 죄의식의 조각들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의 초반부에 TV 화면을 통해 흘러나오는 "선충은 숙주를 떠나지 않고 곤충을 조종하여 목적을 달성합니다. 기생충이 숙주의 행동을 조종합니다"란 설명은 트라우마를 벗어나지 못하는 샘의 심리와 맞닿는다. 타일러를 막는다는 건 곧 트라우마를 극복했음을 의미한다.
 
<에브리타임 아이 다이> 영화의 한 장면

▲ <에브리타임 아이 다이> 영화의 한 장면 ⓒ (주)모쿠슈라픽쳐스


<에브리타임 아이 다이>는 다른 사람의 몸속에서 자신의 의식을 가지고 깨어난다는 설정을 가진 영화답게 일인다역이 돋보인다. 다른 몸이나 의식은 샘이란 상황에 관객이 몰입할 수 있도록 배우들은 샘의 표정과 행동을 멋지게 소화했다. 일란성 쌍둥이 자매인 미셸 마세도와 멜리사 마세도는 극의 혼란스러움을 더욱 강렬히 만들었다.

영국의 매체 너들리(Nerdly)는 <에브리타임 아이 다이>를 "완전히 새로운 장르의 영화"라고 호평했다. 사랑, 상실, 소유, 집착, 죄책감 등 인간의 여러 감정과 의식을 초현실적인 스릴러 장르를 외피 삼아 전개한 점을 높이 산 것이다. 억압된 기억에 대한 흥미로운 탐구를 시도하는 <에브리타임 아이 다이>. 기억과 정체성을 다룬 작품, 또는 <다크 엔젤>(1998)과 <도니 다코>(2001)의 묘한 매력을 좋아한다면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제29회 시네퀘스트 영화제 장편영화 부문 상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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