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좀비' 정찬성이 타이틀전을 향한 마지막 관문에서 강적을 만났다.

UFC 페더급 랭킹 4위 정찬성은 오는 18일(이하 한국시각) UAE 아부다비의 파이트 아일랜드에서 열리는 UFC 파이트 나이트 180 대회 메인이벤트에서 페더급 랭킹2위의 브라이언 오르테가와 격돌한다. UFC의 데이나 화이트 대표는 이미 여러 차례 공개석상에서 "이 경기의 승자가 차기 페더급 타이틀 도전권을 얻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페더급 타이틀을 노리는 정찬성에게는 매우 중요한 경기가 될 전망이다.

오르테가는 16전 14승 1패 1무효 경기라는 전적과 페더급 랭킹 2위라는 위치가 말해주듯 상당히 강한 선수다. 실제로 오르테가는 지난 2018년 12월 맥스 할러웨이와의 타이틀전 TKO패배를 제외하면 아직 옥타곤에서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다. 하지만 정찬성은 오르테가의 이런 화려한 전적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역경에 유난히 강한 정찬성은 지금껏 어렵다고 여겨졌던 경기들을 승리로 가져 온 경우가 유난히 많은 '이변의 아이콘'이기 때문이다.
 
 정찬성은 오는 18일 여러 인연과 악연으로 얽혀 있는 오르테가와 타이틀 도전권을 걸고 옥타곤에서 격돌한다.

정찬성은 오는 18일 여러 인연과 악연으로 얽혀 있는 오르테가와 타이틀 도전권을 걸고 옥타곤에서 격돌한다. ⓒ UFC

 
타이틀 경력자 호미닉을 단 7초 만에 KO로 제압

2010년 미국 무대에 진출한 정찬성은 WEC에서 레오나르도 가르시아와 조지 루프에게 연패를 당했지만 특유의 공격적인 경기 스타일로 높은 평가를 받으며 UFC가 WEC를 인수할 때 퇴출을 면했다. 그리고 UFC 무대에서 치른 첫 경기에서 자신에게 미국 무대 첫 패를 안긴 가르시아를 상대로 옥타곤에서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서브미션 기술 '트위스터'를 통해 승리를 거두며 현지 격투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에 UFC에서는 주가가 오른 정찬성을 8개월 전 '폭군' 조제 알도와 타이틀전을 치렀던 마크 호미닉과 상대하게 했다. 호미닉은 WEC 페더급을 평정했던 알도를 상대로도 5라운드 25분을 끈질지게 버틴 베테랑 선수로 마지막 KO패는 2003년 8월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게다가 경기가 열린 장소는 캐나다 출신 호미닉의 홈그라운드라고 할 수 있는 캐나다 토론토. 정찬성에게는 여러 모로 불리한 경기였다.

하지만 경기 시작 신호가 울리고 모두가 경악할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정찬성에게 덤벼든 호미닉의 펀치를 가볍게 흘리고 카운터 펀치로 호미닉을 다운시킨 정찬성은 이어진 빠르고 강력한 파운딩으로 그대로 경기를 끝내 버렸다. 경기 시작 신호부터 심판이 경기를 중단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7초. 현지에 모인 관중들은 물론이고 TV를 통해 경기를 시청하던 격투 팬들을 놀라게 한 장면이 나온 것이다.

실제로 정찬성의 7초 KO는 작년 7월 호르헤 마스비달이 벤 아스크렌을 플라잉 니킥으로 3초 만에 쓰러트리기 전까지 UFC 역사상 최단시간 KO 타이기록이었다. 가르시아전 서브미션 승리와 호미닉전 7초 KO 승리를 통해 정찬성은 퇴출 위기의 동양인 파이터에서 페더급 판도를 뒤흔들 수 있는 복병으로 떠올랐다. 그 때부터 UFC를 즐겨보는 격투팬들 중에서 '코리안 좀비'를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실신 KO패 후유증? 정찬성에게는 다른 세상 이야기

가르시아와 호미닉을 연파하며 승승장구하던 정찬성은 5연승을 달리며 페더급의 신성으로 떠오르던 더스틴 포이리에까지 다스 초크로 꺾고 3연승을 달렸다. 하지만 2013년8월 알도와의 타이틀전에서 경기 도중 어깨가 빠지는 부상을 당하면서 4라운드 KO로 패하고 말았다. 정찬성은 그 경기를 끝으로 사회복무요원으로 군에 입대했고 본의 아니게 옥타곤에서 3년이 넘는 공백기를 가져야 했다.

군복무를 마친 정찬성은 2017년 2월 복귀전에서 베테랑 데니스 버뮤데즈를 1라운드 KO로 꺾으며 '좀비의 귀환'을 알렸다. 버뮤데즈전 이후 십자인대 부상으로 다시 1년 넘게 옥타곤에 오르지 못했던 정찬성은 2018년 11월 멕시코의 야이르 로드리게스를 만나 영리한 경기운영으로 승리를 눈 앞에 뒀다. 하지만 경기 종료 1초를 남기고 무리한 전진을 하다가 로드리게스의 기습적인 팔꿈치 공격에 맞고 실신 KO로 무너지고 말았다. 

흔히 복서나 종합 격투기 선수들은 갑작스런 카운터 한 방에 실신KO를 당하게 되면 그 후유증이 다음 경기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많은 격투팬들이 로드리게스전에서 충격적인 역전 KO패를 당한 정찬성의 다음 경기를 걱정한 이유다. 게다가 정찬성의 다음 상대로 낙점된 헤나토 모이카노는 정글파이트의 페더급 잠정 챔피언 출신으로 UFC에서도 오르테가, 알도 이외의 상대에게는 패한 적이 없는 강자였다.

하지만 정찬성에게 로드리게스전 역전 KO패는 더 단단한 선수가 되기 위한 과정이었다. 정찬성은 작년 6월 주짓수와 무에타이 블랙벨트를 자랑하는 모이카노를 경기 시작 58초 만에 KO로 쓰러트리며 건재를 알렸다. 정찬성은 이 승리를 계기로 다시 페더급의 강자 지위를 되찾았고 정찬성을 상대로 1분도 버티지 못하고 무너진 모이카노는 올해부터 라이트급으로 체급을 올렸다.

오르테가와 운명의 혈투, '업그레이드 좀비' 기대

사실 정찬성과 오르테가는 작년 12월 UFC 부산대회에서 싸울 예정이었다. 하지만 오르테가가 훈련 도중 무릎 부상으로 이탈했고 정찬성은 대타로 나선 프랭키 에드가에게 KO로 승리했다. 하지만 정찬성은 고대했던 오르테가전이 무산된 데에 아쉬운 마음을 나타냈고 정찬성의 소속사 대표이자 통역을 맡은 가수 박재범이 이를 "도망갔다"는 식으로 표현하면서 오르테가를 분노하게 됐다.

급기야 오르테가가 지난 3월 UFC 248 대회의 게스트 파이터로 참석해 박재범의 뺨을 때리는 사건이 발생하며 두 선수 사이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정찬성은 당시 "네 얼굴을 피범벅으로 만들겠다"며 강한 분노의 뜻을 나타냈지만 이내 '승리가 최선의 설욕'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오르테가전 승리를 위한 맞춤형 훈련을 이어갔다(정찬성은 파이트머니의 상당액을 다음 경기를 위한 훈련비용으로 재투자하는 선수로 유명하다).

멕시코계 미국인인 오르테가는 14승 중에서 절반이 서브미션을 통한 승리일 정도로 주짓수 이해도와 서브미션 결정력이 뛰어난 파이터다. 정찬성과 대결했던 전문 주짓수 파이터 모이카노를 서브미션(길로틴 초크)으로 제압했을 정도. 게다가 프로 데뷔 후 한 번도 KO패가 없었던 에드가에게 생애 첫 KO를 안겼을 만큼 타격도 만만치 않아 정찬성에게는 매우 부담스런 상대임에 틀림 없다.

하지만 정찬성은 이미 작년과 올해 두 번이나 오르테가를 대비한 '맞춤형 훈련'을 마친 상태다. 정찬성 스스로도 오르테가의 작은 습관까지 섭렵했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이번 경기의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UFC 페더급 정상을 노리는 '코리안 좀비' 정찬성의 시선은 이미 오르테가가 아닌 할러웨이를 연파하고 다음 상대를 기다리고 있는 챔피언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에게 향해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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