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 남자아이인 이번주 금쪽이는 창의력 대회에서 입상할 만큼 영특했다. 난도 높은 곱셈도 암산으로 척척 해내는 수학 영재이기도 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선물처럼 찾아왔던 금쪽이가 부모는 그저 사랑스럽기만 했다. 그런 금쪽이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바로 외출하는 걸 무서워한다는 점이었다. 금쪽이는 밖에 나가는 걸 꺼렸다. 왜 나가지 않으려 하는 걸까. 9일 방송된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의 사연이다.

산책을 나가자는 엄마의 말에 금쪽이는 거부감을 보이기 시작했다. "절대 안 돼"라고 소리를 지르며 온몸으로 저항했다. 자신의 분노는 주체하지 못하고 애꿎은 동생에게 풀기도 했다. 금쪽이가 몸을 흔들고 비명을 지르는 통에 둘째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평화롭던 집이 쑥대밭이 됐다. 산책을 나가자는 말 한마디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금쪽이는 왜 이렇게 화를 내는 걸까. 

영상을 지켜보던 오은영 박사는 외출할 때마다 그러냐고 질문했다. 엄마는 저러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고 대답했다. 또, 주차장을 통해 밖으로 나가면 괜찮으나 아파트 현관으로 나가는 것을 무서워한다고 덧붙였다. 겨우 밖으로 나가게 된 금쪽이는 동생이 놀이터로 뛰어가자 소리를 지르며 쫓아갔다. 동생을 통제하려 했다. 금쪽이는 집으로 가자며 계속해서 소리를 질렀다. 불안해 하고 있었다. 

"2018년 8월 15일, 무서웠습니다" 

분명 아무런 일도 일어나고 있지 않았다. 금쪽이는 어떤 자극이 가해지지 않는 중립적인 상황에서도 힘들어하고 있었다. 어떤 기억이 금쪽이를 괴롭히고 있는듯 보였다. 실제로 금쪽이는 날짜까지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엄마는 2년 전만 해도 평범한 또래처럼 잘 놀았던 금쪽이가 골든 레트리버를 1층 엘리베이터에서 맞닥뜨린 후 지금처럼 변했다고 털어놓았다. 

물론 골든 레트리버가 공격을 한다거나 위협적인 행동을 한 건 아니었다. 다만, 덩치가 큰 개와 아이의 눈높이가 같다보니 서로 당황했던 것뿐었다. 순간 골든 레트리버가 '왕' 하고 짖었고, 그 소리에 금쪽이가 놀랐던 것이다. 그 후 금쪽이는 집 근처로만 오면 불안감이 급격히 상승했고, 산책을 나가는 것도 극도로 꺼리게 됐다. 엄마에 대한 분리불안도 심해졌다. 

오은영 박사는 금쪽이의 증상이 '특정공포증'이라고 진단했다. 특정공포증은 말 그대로 특정한 상황이나 대상에 극심한 공포를 느끼는 것으로 그 정도가 과도하고 비현실적이다. 특정 대상을 맞닥뜨리지 않을 때는 잘 지내지만, 사회생활에 헌저한 방해를 준다. 금쪽이는 개와 관련된 동영상만 봐도 기겁했다. 실눈을 뜨고 겨우 마주했다. 마치 공포영화를 보는 것 같은 반응이었다. 

엄마는 골든 레트리버의 모습을 지속적으로 노출함으로써 금쪽이가 빨리 적응하길 바랐지만, 오은영 박사는 그 방법이 금쪽이이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 단언했다. 물론 금쪽이를 위한 엄마의 노력과 마음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공포 그 자체인 개가 얼마나 예쁘고 귀엽고 착한지를 자꾸 강조하는 건 효과적이지 않은 방법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특정공포증을 치유하기 위해 오은영 박사는 '체계적 탈감작화'를 제안했다. 특정 공포 대상에 대한 직면 강도를 점차적으로 높여가는 것으로 작은 강아지의 사진을 멀리서 보는 것부터 시작해 안정감을 찾게 해준 다음 실제 골든 레트리버를 보여주는 식이다. 금쪽처방이 너무 일찍 나온 게 아니냐는 장영란의 질문에 오 박사는 다른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라 대답했다. 

"나이에 비해 매우 유치하고 미숙합니다. 사회성 발달에 문제가 있습니다."

금쪽이에 대한 금쪽처방이 너무 일찍 나온 게 아니냐는 장영란의 질문에 오은영 박사는 다른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특정공포증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는 뜻이었다. 실제로 금쪽이는 공포 대상이 없는 상황에서도 정서 상태가 불안정해 보였다. 금쪽이는 언제나 목소리가 하이톤이었는데, 그건 청각이 굉장히 예민하기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아 시각과 후각도 민감했다. 

또,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고, 계속해서 피하려고 했다. 오은영 박사는 금쪽이가 사회성 발달에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뒤뚱거리는 걸음걸이와 어색한 몸동작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었다.) 타인의 생각과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 상호작용의 첫 단계인데, 금쪽이는 아예 타인에 대한 개념이 잡혀 있지 않았다. 그 말을 들은 엄마는 금쪽이가 점점 더 어려지는 걸 느끼고 있었다고 얘기했다. 

오은영 박사는 특정공포증 때문에 사회성 발달이 떨어지는 것인지, 사회성 부족이 본질적 문제인지 확인하기 위해 직접 금쪽이를 만나보기로 했다. 방송 촬영 때문에 엄마와 떨어져 있던 금쪽이는 엄마를 만나자마자 칭얼대며 몸으로 자신의 불안을 표현했다. 오 박사의 조언대로 엄마가 단호하게 대하자 금쪽이는 엄마의 옷을 잡아당기고 치마를 들추려하는 등 돌발 행동을 했다.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혔다. 오은영 박사는 금쪽이의 가장 큰 문제는 사회적 상황에 대한 이해력 부족이고, 사회성 발달 문제가 원인이 돼 사회적 상황에 적응하기 힘들었던 것이라 결론내렸다. 그러다보니 더 많은 불안과 공포를 느꼈던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분석을 덧붙였다. 금쪽이는 친구들과 노는 게 즐겁지 않았다. 오로지 엄마만을 찾았고, 엄마가 없으면 극도의 불안을 느꼈다. 

"엄마가 없으면 왜 불안해?"
"엄마가 영영 안 올까봐."


신애라는 금쪽이에게는 엄마밖에 없는 것 같다며 금쪽이가 엄마와의 세상에 갇혀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렇다면 어떤 금쪽처방이 금쪽이를 달라지게 할 수 있을까. 오은영 박사는 가족 드라마를 함께 시청하라고 조언했다. 다양한 인물과 사건들을 보면서 그 상황들에 대해 설명해 주도록 했다. 이를 통해 사회적 상황에서 마주할 수많은 의사소통 과정을 배울 수 있을테니 말이다. 

특정공포증을 해결하기 위해서 체계적 탈감작화도 이어나가게 했다. 처음엔 끔찍히도 싫어했던 금쪽이도 개와 친숙해지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조금씩 나아졌다. 그러다보니 작은 개에게는 스스로 다가가 손을 내밀기도 했다. 큰 개와 친해지기 위해선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금쪽이의 변화는 뚜렷했다. 게다가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법을 배워 나가며 미숙함도 제법 탈피하게 됐다.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를 보면서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는 오은영 박사의 예리함에 늘 감탄하곤 한다. 그건 단순히 지식이 많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아이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는 무한한 애정이 그득하다. 어떻게든 도움을 주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엿보인다. 아이들의 가능성을 신뢰하는 굳건한 믿음을 짐작케 한가. 그런 오은영 박사가 있어서 참 다행이지 않은가.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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