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고맙습니다>(2007) 포스터

드라마 <고맙습니다>(2007) 포스터 ⓒ MBC


참 고마울 일 없는 요즘이다. 그렇지 않아도 각박한 세상에 난데없이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까지 나타나 우리 사회의 온기마저 없애는 듯하다. 거리를 두라하니 마음의 거리까지 멀어지는 것 같다. 하지만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듯, 몸이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우리의 마음은 더욱 사람의 온기가 그리워진다.
 
코로나19로 명절을 맞는 분위기도 확 달라졌다. 가족 친지 한 곳에 모여 왁자지껄하던 분위기를 벗어나 좀 더 간소해지고, 이동보다는 각자의 가정에서 조용히 보내자는 분위기다. 코로나19가 가져다준 초유의 명절 분위기인 것이다. 머무는 명절이 된 이번 추석, 그렇다면 오랜만의 휴일을 즐겁게 보낼 '팁'은 무엇이 있을까. 명절의 훈훈한 분위기처럼, 사람 사는 세상의 따뜻함을 오롯이 담아낸 드라마 한 편을 소개한다.
 
드라마 <고맙습니다>
 
 드라마 <고맙습니다>의 한 장면

드라마 <고맙습니다>의 한 장면 ⓒ MBC

 
치매를 앓는 노인, 미혼모, 에이즈에 걸린 아이. 이 조합만으로도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는다. 그런데 이 세 사람이 가족이란다.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 '미스타 리(신구 분)'를 모시고, 딸과 함께 세 가족의 생계를 꾸려가는 미혼모 영신(공효진 분)은 세상 누구보다 힘들지만,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는다. 미혼모라고 일거리를 제대로 주지 않아도, 괜히 시비를 걸어도 영신은 늘 웃는다. 그리고 늘 사람들에겐 고맙다고 인사한다.

그런 영신에게는 지난 날 하룻밤의 사랑으로 얻게 된 8살 딸 봄(서신애 분)이가 있다. 봄이는 병원에서 수혈을 받다가 사고로 에이즈에 감염이 됐다. 그래서 영신은 봄이에게 매일같이 가르친다. 넘어져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선 안 되며, 혹시라도 코피가 나면 손수건으로 닦은 뒤 손수건을 비닐봉지에 담아서 집으로 가져와야 한다고. 조금 귀찮지만 엄마 말을 잘 듣는 봄이는 인사성도 밝다. 늘 '고맙습니다'하고 인사한다.

영신이네 가족의 가장 큰 어른인 할아버지 '미스타 리'는 치매에 걸려 영신이를 '이쁜 언니'라 부르고, 봄이를 '메주'라 부른다. 그의 손에는 늘 초코파이가 들려져 있는데, 동네 사람 누굴 만나든 늘 '고맙습니다'라며 초코파이를 건넨다. 이쯤 되면 '고맙습니다'는 말은 이 집안 내력이지 싶다.
 
치매노인과 에이즈 환자를 돌보는 미혼모 영신의 생활은 예상대로 험난하다. 작은 섬이기에 동네 사람 모두 친척지간처럼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지만, 그들도 치매와 에이즈, 미혼모라는 편견 앞에서 저도 모르게 영신을 향해서는 마음을 열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푸른도에 봄이의 아빠이자 친구였던 석현(신성록 분)과 여자 친구를 잃고 마음의 상처를 안은 의사 기서(장혁 분)가 들어오며 평화롭다 못해 무심하던 영신의 삶에도 잔잔한 파도가 치기 시작한다.
 
<고맙습니다>는 힘들지만 착하게 살던 여자 주인공이 멋진 남자를 만나 행복하게 산다는 그런 뻔한 드라마가 아니다. 그리고 흔히 드라마에 등장하는 제대로 된 악역도 없다. 굳이 악함을 꼽자면 우리 또한 일상에서 별 생각 없이 모르고 던지는 편견 섞인 말과 행동일지 모르겠다. 생각해 보면 편견만큼 무서운 건 또 없으니까.
 
그래서 우리는 쉽게 마음을 드러내지 않는다. 만만하게 볼까봐. 혹은 그 마음을 이용당할까봐 마음을 있는 대로 꺼내 놓지도 않는다. 하지만 영신이네 사람들은 앞뒤 재지 않고, 마을 사람들에게 있는 대로 보여주고 마음껏 내 놓는다. 고맙다는 말과 함께.
 
세상에 고마울 일 하나 없는 사람들일 것 같지만, 늘 고맙다는 말을 달고 사는 이 사람들은 섬마을 사람들의 꽁꽁 숨겨 두었던 선함을 끄집어내 변화를 끌어낸다. 결국 선한 영향력이란 주변을 변화시키는 힘일지도 모르겠다.
 
'고맙다'는 말
 
 드라마 <고맙습니다>의 한 장면

드라마 <고맙습니다>의 한 장면 ⓒ MBC

 
"자꾸 고맙다고 하니까, 이상하게 보는 사람도 참 기분 좋아지네."

얼마 전 TV를 보는데 남편이 한 말이다. 웬 아저씨 한 분이 만나는 사람마다 고맙다는 말을 인사처럼 하는 장면을 보고서였다. 그렇다. 고맙다는 말은 그 말 자체로 따뜻한 말이다. 말을 하는 사람도 그 말을 받는 사람도 마음이 따뜻해지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세상엔 고마운 일이 참 많다. 이른 아침 따뜻한 커피를 건네는 직장 동료도, 반갑게 전화를 걸어주는 친구도, 하다못해 맑은 하늘도, 선선한 바람도, 일상을 지탱해주는 고마운 일이지만, 우리는 너무 쉽게 잊고 산다. 편견과 고정관념, 선입견은 사소한 평범함을 놓치게 하는 선글라스와도 같다. 그런 불필요한 선글라스를 벗어버릴 때, 우리의 시야는 더욱 밝고 맑게 트이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보내게 될 추석. 최소한의 만남과 최대한의 자제, 그런 집안에 머무는 추석을 위해 추억의 드라마 한 편 꺼내 보는 것도 좋겠다. <고맙습니다>는 모두 16부작이니까, 5일의 연휴동안 나눠서 보기 딱 좋겠다. 단언컨대, 따뜻한 여운이 오래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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