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 홋스퍼가 레알 마드리드에서 전력 외로 분류된 '슈퍼스타' 가레스 베일을 전격 영입할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되며 축구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웨일스 출신의 베일은 토트넘이 배출해낸 역대 최고의 선수 중 한명으로 꼽힌다. 베일은 사우스햄튼에서 프로에 데뷔하여 토트넘 초창기까지는 수비수로 활약하다가 윙어로 포지션을 변경하면서 일약 기량이 만개하기 시작했다. 베일은 과거 토트넘에서 활약하며 개인 통산 203경기 56골 58도움을 기록했다. 2010-11시즌부터 3년 연속 두 자릿수 득점-도움을 기록했고, 토트넘에서 활약한 마지막 해인 2012-13시즌에는 26골 14도움(프리미어리그 21골 9도움)을 기록하는 가공할 활약을 펼쳤다. 시즌 MVP에 해당하는 PFA 올해의 선수를 2번(2010-11, 2012-13)이나 수상하기도 했다.

베일은 2013년 토트넘을 떠나 1억100만 유로라는 당시 역대 최고 이적료에 레알 마드리드에 합류했다. 베일은 레알에서 카림 벤제마-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함께 'BBC' 트리오로 활약하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 리그 우승만 4차례나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재능과 스타성 면에서는 레알이 호날두의 후계자로 생각했을만큼 큰 기대를 모았고 실제로도 챔스 결승 등 중요한 경기에서 여러 차례 골을 터뜨리며 실력을 입증한 베일이지만, 단점은 빈약한 내구성과 멘탈이었다. 베일은 잦은 부상으로 경기에 결장하는 경우가 많았고, 부실한 몸관리와 불성실한 태도로 인하여 차츰 구단의 신뢰를 잃어갔다.

지난 시즌에는 레알이 지단 감독의 복귀 이후 프리메라리가 정상 탈환에 성공했지만 베일은 전력 외로 분류되어 우승 주역으로 대접을 받지 못했다. 중국 이적설 등 여러 가지 소문이 무성했지만 베일은 결국 팀에 잔류했고, 어느샌가 홈팬들에게도 야유를 받거나 감독-동료들에게 따돌림을 받는 신세로 전락했다. 베일은 경기력 하락과 여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취미인 골프생활을 즐기는 모습을 SNS에 연이어 올리는가 하면 출전명단에서 제외된 경기에서 관중석에 앉아 졸거나, 국가대표팀 경기에서 소속팀을 비하하는 듯한 세리머니를 펼치는 등 태업에 가까운 기행으로 레알과 멀어졌다. 

베일은 이미 지난 시즌부터 프리미어리그 복귀설 등이 꾸준히 거론되어온바 있다. 베일 영입 가능 후보군으로 친정팀 토트넘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이 물망에 올랐다. 하지만 베일과 높은 몸값과 건강 문제가 중요한 변수로 거론됐다. 베일이 프리미어리그로 돌아온다면 7년 만의 복귀가 된다. 최근 베일의 에이전트가 영국 공영방송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베일이 토트넘을 원한다"고 밝힌 것도 친정팀 복귀에 무게를 실어줬다. 

토트넘 입장에서 볼 때 몸값 문제만 잘 해결된다면 베일의 복귀는 누구보다 매력적인 카드다. 베일은 컨디션이 좋을 때는 침투력, 제공권, 슈팅 능력 등 공격수로서 필요한 모든 장점을 겸비한 만능 선수에 가깝다. 여기에 큰 경기나 위기상황에서 더 빛나는 해결사 본능도 갖추고 있다. 베일이 에이스로 활약하던 2010년대 초반은 그야말로 베일이 혼자 플레이메이킹에서 세트피스, 마무리에 이르기까지 혼자 다 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토트넘은 베일 시대 이후로는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전 감독 체제에서 해리 케인-손흥민-델레 알리-크리스티안 에릭센으로 이어지는 'D·E·S·K' 조합을 앞세워 2010년대 중후반을 호령했다. 하지만 에릭센의 인테르 이적과 알리의 슬럼프, 케인-손흥민의 연이은 부상 등이 겹치며 조합은 해체됐고 팀성적은 지난 시즌 고작 6위에 그쳤다. 루카스 모우라-에릭 라멜라-스티븐 베르흐베인 등이 대체자로 언급되고 있지만, DESK 조합만큼의 폭발력은 기대하기 힘들다.
 
 경기 후 모리뉴 감독과 손잡는 손흥민

경기 후 모리뉴 감독과 손잡는 손흥민 ⓒ EPA/연합뉴스

 
올시즌 EPL 빅4 재진입과 유로파리그-FA컵 우승 등을 노리는 토트넘으로서는 확실한 전력보강을 위해서는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이자 풍부한 우승 경험과 영웅 본능까지 갖추고있는 베일의 가세는 큰 힘이 될 수 있다. 토트넘은 올시즌 개막전이었던 에베턴과의 경기를 0-1로 패배하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프리시즌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데다 전력보강이 시원치 않았던 토트넘으로서는 이대로는 반등이 쉽지 않다.

EPL 정상급의 공격 듀오로 자리잡은 케인과 손흥민은 이제 본격적인 전성기에 진입한 선수들이고, 여기에 아직 30대 초반에 불과한 베일까지 더해진 이른바 'K·B·S' 라인은 DESK 라인 이상의 폭발력을 보여줄 수 있을 듯하다. 리버풀의 마누라(모하메드 살라-피르미누-사디오 마네)라인, 맨체스터 시티의 아구에로-라힘 스털링-리야드 마레즈 조합 등과 견줘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 베일이 가세할 경우 손흥민과 포지션이 겹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두 선수 모두 상황에 따라 2선 전 포지션과 최전방 공격수 역할까지 소화할 수 있어 공존에는 큰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모리뉴 감독은 레알 마드리드 사령탑 시절 베일의 영입을 추진한 바 있으나 2013년을 끝으로 모리뉴 감독이 팀을 떠나며 베일과의 만남은 성사되지 못했다. 모리뉴 감독은 과거에 거쳤던 빅클럽들에서도 주로 젊은 선수를 육성하거나 부진한 선수를 기다렸다가 부활시키는 능력보다는, 베일처럼 당장 검증된 선수들을 영입하며 단기간에 최상의 성적을 내는데 특화된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또한 발빠른 측면 공격수들을 활용한 역습에 강점을 보였던 모리뉴 축구에서 손흥민과 베일까지 EPL 최고 수준의 '치고 달리기'가 가능한 월드클래스 윙어를 두 명이나 보유하게 된다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레알 시절에 보여줬던 불성실한 훈련 태도나 부족한 수비가담 문제가 토트넘에서도 계속된다면 모리뉴와의 관계도 틀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게 변수다. 모리뉴 감독은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지도 성향으로 카시야스, 호날두, 아자르, 포그바 등 소속팀 스타 선수들과 여러 차례 불화를 빚었던 전력이 있다. 토트넘 취임 이후에도 델레 알리나 대니 로즈 등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손흥민에게도 베일의 가세는 경쟁자라기보다는 좋은 파트너나 도우미로서 긍정적인 영향력이 더 클 것으로 기대된다. 손흥민은 프로 입단 이후로 아직까지 클럽무대에서 이렇다할 메이저대회 우승 경력이 없다. 개인으로는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도 소속팀의 지난 시즌 부진 때문에 챔피언스리그 무대도 밟지 못했던 손흥민에게 올시즌은 축구인생의 중요한 분기점이라고 할 만하다. 베일의 합류 여부는 손흥민과 토트넘의 올시즌을 좌우할 최대의 변수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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