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은 메이저리그를 좋아하는 국내 야구 팬들에게 매우 기쁜 한 해였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이하 현 소속팀)과 '추추 트레인'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 '킹캉' 강정호, '파이널 보스' 오승환(삼성 라이온즈), '빅보이' 이대호(롯데 자이언츠), '타격기계' 김현수(LG 트윈스), '파괴왕' 박병호(키움 히어로즈), 'G-MONEY' 최지만(템파베이 레이스)까지 무려 8명의 선수가 빅리그 무대를 밟았기 때문이다.

비록 어깨수술 후유증에 시달린 류현진이 1경기 밖에 등판하지 못했고 추신수 역시 종아리와 햄스트링 부상으로 48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나머지 선수들은 저마다 자신의 위치에서 제 역할을 다 했다. 오승환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마무리 자리를 차지했고 이대호와 박병호는 두 자리 수 홈런을 쳐냈으며 김현수는 플래툰 시스템 속에서도 3할 타율을 기록했다. 강정호 역시 빅리그 2년 차를 맞아 21홈런을 폭발했다.

하지만 지난 15일(이하 한국시각) 현재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선수는 단 2명 뿐이다. 추신수와 최지만이 각각 손목과 햄스트링 부상으로 부상자명단에 오른 가운데 류현진과 김광현(세인트루이스)만이 빅리그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야구팬들은 허전함을 느낄 새가 없다. 한국야구가 자랑하는 좌완 원투펀치의 활약이 워낙 눈부시기 때문이다.

토론토가 애타기 찾던 믿음직한 에이스
 
 토론토 블루제이스 1선발 류현진이 14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버펄로 살렌필드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1선발 류현진이 14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버펄로 살렌필드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토론토는 대단히 젊은 팀이다. 토론토는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와 캐반 비지오, 보 비셋, 로우디 텔레스, 루어데스 구리엘 주니어 등 주력 선수 대부분이 20대 초·중반의 젊은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 팀의 주전급 야수 중 30대 선수는 만 30세인 트래비스 쇼 정도 밖에 없다. 류현진과 빅리그 데뷔 동기로 30대 초·중반의 베테랑 선수처럼 보이는 내야수 조나단 비야 역시 만 29세로 비교적 젊은 나이에 속한다.

그나마 마운드에는 태너 로아크, 체이스 앤더슨, 맷 슈메이커, 로스 스트리플링, 앤서니 배스, 라파엘 돌리스 등 30대 선수들이 제법 포진돼 있다. 하지만 이들 중 빅리그에서 어느 정도 유의미한 성과를 올렸던 선수는 로아크 정도 밖에 없다. 로아크 역시 두 번의 15승과 함께 180이닝 이상 소화한 시즌도 세 차례나 되지만 워싱턴 내셔널스 시절에는 언제나 맥스 슈어저와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의 그늘 아래 있었다.

따라서 토론토에는 마운드 전체를 이끌어 줄 든든한 에이스가 반드시 필요했고 작년 내셔널리그 올스타전 선발투수이자 메이저리그 평균자책점 1위에 빛나던 류현진은 토론토가 원하던 적임자였다. 물론 류현진 역시 LA 다저스 시절 클레이튼 커쇼와 잭 그레인키(휴스턴 애스트로스), 워커 뷸러 같은 쟁쟁한 투수들과 함께 했었다. 따라서 토론토 현지에서는 류현진이 에이스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갖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이 간과했던 사실이 하나 있었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전까지 한화 이글스와 대한민국 대표팀을 이끌었던 에이스였다는 점이다. 류현진은 올 시즌 흔들렸던 3경기를 제외한 나머지 7경기에서 40이닝 동안 단 5점의 자책점만을 기록했다.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마운드에 올랐던 7경기에서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은 1.13에 달한다. 작년 메이저리그 평균자책점 1위의 위엄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류현진은 지난 14일 뉴욕 메츠와의 경기에서도 1회 3안타를 허용하며 선취점을 내주자 2회부터 '플랜B'를 꺼내 들어 속구와 커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 결과 류현진은 6이닝 8피안타 7탈삼진 1실점으로 시즌 4번째 승리를 따낼 수 있었다. 경험이 적은 투수였다면 감히 생각하기 힘든 노련한 임기응변이었다. 토론토의 찰리 몬토요 감독은 이미 다가올 포스트시즌 1차전 선발로 류현진을 내세울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코리안 킬러' 옐리치도 KK의 질주 막지 못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왼손 선발 김광현이 15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 밀러 파크에서 열린 2020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왼손 선발 김광현이 15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 밀러 파크에서 열린 2020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5경기에서 2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0.83. 작년 12월 2년 최대 1100만 달러짜리 계약으로 세인트루이스에 입단한 한국인 투수 김광현이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호투행진으로 세인트루이스 구단과 팬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빅리그 데뷔 후 첫 4번의 선발 등판에서 3이닝 이상 소화하며 3피안타 이하 1실점 이하의 호투를 기록한 신인 투수는 김광현이 역대 처음이다.

하지만 역사적인 질주에 너무 고무됐던 걸까. 김광현은 지난 6일 갑작스런 복통으로 응급실에 갔고 신장경색 진단을 받으며 빅리그에서 5경기만 던진 채 첫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물론 약물 치료 후 금방 통증이 사라져 다음날부터 곧바로 훈련을 재개했을 정도로 몸 상태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김광현은 국내에 있을 때도 뇌경색을 앓았던 경력이 있어 야구 팬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김광현이 15일 밀워키 브루어스를 상대로 13일 만에 복귀전을 치른다고 했을 때도 우려의 시선이 매우 컸다. 부상 복귀 후 첫 경기인 만큼 많은 이닝과 투구수보다는 구위를 점검하는 선에서 마운드를 내려올 거라는 예상도 있었다. 하지만 김광현은 오히려 정규이닝을 모두 책임지며 '지옥의 23연전'을 치르고 있는 불펜의 부담을 덜어줬다. 만약 세인트루이스 타선이 1점이라도 올렸다면 김광현은 데뷔 첫 완봉승을 기록했을 것이다.

김광현은 밀워키를 상대로 7이닝을 던지며 3피안타 3볼넷 6탈삼진 무실점 투구로 무자책 행진을 24이닝까지 늘렸다. 김광현은 1회 투구에서 한국 투수들에게 유난히 강했던 밀워키의 간판타자 크리스티안 옐리치에게 2루타를 허용했지만 3회와 6회에는 다시 만난 옐리치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기세를 올렸다. 류현진보다 먼저 올 시즌 7이닝 무실점 투구를 완성한 김광현은 0.83이던 평균자책점을 0.63으로 낮췄다.

24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 중인 김광현은 선발 등판 경기에서 27.2이닝 1자책으로 0.33이라는 황당한(?)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 7이닝 동안 6개의 삼진을 추가한 김광현은 약점으로 지적되던 낮은 삼진률도 한껏 끌어 올렸다. 이제 김광현은 볼배합을 상의하기 위해 마운드로 포수를 불러내면 트레이너가 깜짝 놀라 마운드로 뛰어 올라갈 정도로 세인트루이스에서 중요한 투수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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