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회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배너.

25회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배너. ⓒ 부산국제영화제

 
올해로 25회를 맞는 부산국제영화제는 코로나19 팬데믹을 무사히 이겨낼 수 있을까. 국내 최대 규모 영화제면서 아시아 영화계를 잇는 통로를 자처해 온 부산국제영화제의 지난 역사는 말 그대로 다사다난이었다.

11일 오후 4시 30분 임시총회를 통해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행사 연기 및 축소 계획을 발표했다. 예정보다 2주 늦게 영화제를 시작하며 개막식과 폐막식, 야외 행사와 해외 영화관계자는 초청하지 않는 다는 게 골자다.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총회 직후 "강력한 방역과 안전한 운영을 위해 다양한 부대행사들을 모두 취소하고 영화 상영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영화제 선정작 상영은 센텀시티 영화의전당에서만 진행되며, 정부 지침에 따라 철저한 방역을 지키며 운영할 것이고,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 아시아프로젝트마켓, 비프 포럼은 모두 온라인으로 개최된다"고 밝혔다.

부산영화제 측은 "연기된 개최 일정에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지속되거나, 그 이상으로 격상될 경우 영화제 개최를 취소할 수도 있다"며 "무엇보다 국민의 안전이 최우선시 되어야 함을 인지하고 있으며, 부산국제영화제가 가야 할 방향과 역할을 모두 진지하게 숙고하여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각 영화제의 온도 차

앞서 국내 주요 영화제들은 저마다 코로나19 상황을 주시하며 행사를 진행해왔다. 1차 유행을 목전에 뒀던 전주국제영화제는 초청작을 전면 비대면 온라인 상영했고, 무 관객 행사 진행을 원칙으로 했다. 일각에선 온라인 상영시 불거질 보안 문제, 관객과 영화인 교류의 장 자체가 없어진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는 한국영화는 극장에서, 해외 초청작 일부는 온라인 상영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택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네트워크 성격의 행사를 제외한 초청작 상영과 GV 행사 등은 온라인 비대면으로 진행했고, 현재 진행 중인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22편의 작품만 온라인으로, 나머지는 두 곳의 극장에서 상영하는 방식을 택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행사 연기 및 축소 진행 방식을 택하면서 이후 열릴 다른 영화제들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서울독립영화제가 오는 11월 열리고, 전주국제영화제 또한 2021년 행사 준비에 들어간다. 

이처럼 각 영화제마다 운영방식이 달랐던 이유는 무엇보다 코로나19 전파 및 방역 당국의 지침 때문이겠지만 지자체의 협조와 방침도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경우 사무국은 개막직전까지 오프라인 행사 의자가 강했으나 전주시 측의 강한 반대로 끝내 비대면 진행방식을 택해야 했다.      

부산국제영화제 또한 막판까지 부산시와 여러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거돈 시장의 불명예 퇴진 이후 시는 상대적으로 영화제 운영에 소극적인 모습이었고, 코로나19 재확산이 가시화되면서 올해 영화제 개막 자체에 대해 우려를 지속적으로 표했다는 후문이다. 

그럼에도 영화인들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어떻게 해서든 오프라인으로 열려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1년을 해당 영화제만 바라보고 작품 활동을 하는 창작자들, 특히 신인 감독과 영화인들은 이런 국제영화제가 자신의 작품을 알리고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이기 때문이다. 

1회 때부터 부산국제영화제에 빠지지 않고 참석해 온 김조광수 감독은 "영화제라는 게 단순히 영화를 소개하고 보여주는 것 이상의 축제"라며 "예년과 다른 규모일 수밖에 없어도 올해 영화제를 쉬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의견을 전한 바 있다(관련 기사: "꼭 개최해야" 부산영화제 개최 한달 앞두고 '설왕설래', http://omn.kr/1ossr)
 
 12일 오전 부산영상산업센터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결산 기자회견에서 올해의 성과를 설명하고 있는 이용관 이사장. 전양준 집행위원장(오른쪽), 차승재 아시아필름마켓 운영위원장(왼쪽)

12일 오전 부산영상산업센터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결산 기자회견에서 올해의 성과를 설명하고 있는 이용관 이사장. 전양준 집행위원장(오른쪽), 차승재 아시아필름마켓 운영위원장(왼쪽) ⓒ 부산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의 수난사

1996년 1회부터 2020년 25회에 이르기까지 부산국제영화제가 겪어온 여러 사건을 한 문장으로 정리해보면 '외부 검열에 대한 투쟁과 표현의 자유 사수' 정도라 할 수 있겠다. 안팎의 억압과 검열로 법정 공방, 나아가 영화인들의 전면 보이콧 사태까지 있었다. 또한 이런 사태를 이겨내오며 부산국제영화제는 다른 주요 영화제들의 조직위원회가 고수하고 있는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정립하게 한 주역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부산국제영화제가 겪어온 여러 어려움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 자체가 한국 영화제의 산 역사이고 시스템화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1회 때부터 검열과 압력의 싸움이었다. 1996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크래쉬> 상영 당시 언론과 평론가에 한 해 원본 그대로 상영한다는 방침과 달리 10분이 삭제된 필름이 상영됐고, 이는 영화인들의 큰 반발을 샀다. 영화 사전심의 제도 때문이었다. 같은 해 10월 헌법재판소는 영화 사전심의가 위헌이라고 판결한다.

이후 부산국제영화제의 가장 큰 위기는 2014년 <다이빙벨> 상영 직후였다. 세월호 참사 원인을 추적한 다큐멘터리로 당시 서병수 신임 부산시장 체제의 부산시는 여러 경로로 해당 작품 상영을 막으려 했다. 영화제 측은 강행했고, 이후 이른바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사태를 시작으로 시와 관계 당국의 직간접적인 압력이 이어졌다. 

2015년 8월, 부산국제영화제는 배우인 강수연을 공동 집행위원장으로 영입해, 이용관-강수연 공동 집행위원장 체제를 선언했다. 부산시의 요청대로 부집행위원장직을 새로 마련하는 등 일종의 극적 합의를 낸 결과였다. 하지만 부산시는 횡령 및 배임 등을 이유로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검찰 고발한다.

이후 영화제는 암흑기였다. 부산영화제의 주인공 격인 영화인들이 2016년 행사부터 보이콧 선언에 동참했기 때문이다. 감독, 배우, 제작자, 스태프 할 것 없이 부산영화제 정상화를 외치며 이용관 집행위원장 구명에도 힘썼다. 2016년 행사는 김동호 전 집행위원장이 신임 조직위원장을 맡아 강수연 집행위원장과 함께 치렀고, 부산영화제 산파 역할을 함께 했던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과의 불화설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도 했다.
 
 김동호, 강수연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이 지난 2016년 10월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에 참석해 레드카펫을 걸으며 입장하고 있다

김동호, 강수연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이 지난 2016년 10월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에 참석해 레드카펫을 걸으며 입장하고 있다 ⓒ 유성호

 
2017년 8월,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 직원들은 소통 단절과 독단적 행보를 이유로 강수연 집행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서병수 시장의 사과와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복직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낸다. 2016년 말 정관 개정을 통해 당연직 조직위원장 체제에서 민간 이사장 체제로 바뀌어 이사장 직을 맡고 있던 김동호 이사장은 강수연 집행위원장과 함께 2017년 행사를 끝으로 사퇴한다.

2018년 1월 부산영화제는 임시총회를 통해 이용관 이사장-전양준 집행위원장 체제를 확정한다. 영화계에서 인적 쇄신 요구도 있었지만 망가진 부산영화제 정상화가 시급하다는 판단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정치적, 시스템적 수난을 이겨온 부산국제영화제는 코로나19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최근 3년 간 태풍 등 자연재해가 있었음에도 비교적 성공적으로 행사를 치러온 만큼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또 하나의 시험대에 오른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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