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5일까지만 해도 kt 위즈의 순위는 5위 KIA 타이거즈에게 1.5경기 차이로 뒤지고 6위 롯데 자이언츠에게는 승차 없이 승률에서 약간 뒤진 7위였다. 상황에 따라 충분히 5위를 노려볼 수 있는 순위였지만 8위 삼성 라이온즈에게도 2.5경기 차이로 추격을 당하고 있어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위치였다. 분명한 사실은 당시만 해도 kt의 시즌 목표는 창단 후 첫 포스트시즌 진출이었다.

하지만 20여 일의 시간이 지난 7일 현재 kt의 순위는 선두 NC 다이노스에게 고작 4경기 뒤진 공동 4위가 됐다. kt는 최근 21경기에서 16승5패라는 믿기 힘든 상승세를 타며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두산 베어스의 자리를 위협하는 공동 4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현재 kt의 전력과 기세를 시즌 끝까지 이어간다면 창단 첫 가을야구는 물론이고 더 높은 순위까지도 충분히 노릴 수 있다.

멜 로하스 주니어와 강백호, 유한준, 황재균, 배정대로 구성된 강타선이 건재하고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와 윌리엄 쿠에바스, 소형준, 배제성이 버틴 선발진도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불안하던 불펜 역시 시즌 중반의 힘든 시기를 유원상과 이보근 등 베테랑 투수들이 잘 버텨줬고 최근에는 작년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던 선수까지 복귀해 힘을 보태고 있다. 1군 복귀 후 2경기에서 2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이대은이 그 주인공이다.

 
 6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KT wiz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6회말 KT 투수 이대은이 역투하고 있다.

6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KT wiz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6회말 KT 투수 이대은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실패로 끝난 빅리그 도전, 일본서도 2년 만에 방출

2001년 류제국을 끝으로 한동안 잠잠했던 고교 유망주들의 미국진출 붐은 2006년 정영일(SK 와이번스)과 장필준(삼성 라이온즈)을 시작으로 다시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90년대 후반과 조금 달라진 점이 있다면 또래 최고의 유망주들이 많은 계약금을 보장해주는 KBO리그를 선택하면서 다소 어중간한 위치에 있던 유망주들이 적은 계약금을 감수하면서 대거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는 점이다.

90년대 후반 미국에 진출했던 선수들 중 송승준(롯데)과 채태인(SK 와이번스), 이승학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빅리그 무대를 밟아본 것과 달리 2000년대 후반 미국에 진출한 선수들 중 빅리거는 거의 탄생하지 않았다. 실제로 1988년생부터 1990년생들 사이에 집중돼 있는 메이저리거를 꿈꿨던 많은 해외파 선수들 중에서 실제로 현재 빅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는 최지만(템파베이 레이스)이 유일하다.

미국생활을 아쉽게 마친 선수들은 대부분 2년의 유예기간 동안 병역 문제를 해결하고 KBO리그의 신인 드래프트에 문을 두드린다. 이중소득이라는 이유로 국내 구단 입단 시 계약금도 받지 못하고 해외리그 경력 때문에 신인왕 자격도 주어지지 않지만 국내 프로구단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단계를 거쳐야 했다. 그리고 이는 마이너리그와 일본 프로야구, 경찰야구단을 거친 이대은도 마찬가지였다.

신일고 3학년 시절이던 2007년 시카고 컵스와 계약하며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이대은은 2014년 트리플A 무대까지 올라갔지만 끝내 빅리그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마이너리그 7년 동안 40승37패 평균자책점4.08의 성적을 기록한 이대은은 2014 시즌이 끝난 후 컵스에서 방출됐다. 그리고 2015 시즌을 앞두고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 말린스와 계약하면서 국내 복귀 대신 일본 무대 도전을 선택했다. 

이대은은 일본 진출 첫 시즌 1군에서 9승9패4홀드3.84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고 제1회 프리미어12에서는 우완 선발이 부족했던 대표팀에 힘을 보태며 우승에 기여했다. 하지만 이대은은 2016년 대부분의 시간을 2군에서 보내며 1군에서 단 3경기 등판에 그쳤고 2016 시즌이 끝난 후 지바 롯데에서 방출됐다. 미국과 일본 무대에서 모두 한계를 경험한 이대은에게 남은 길은 병역문제 해결 후 KBO리그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하는 것 뿐이었다.

퓨처스리그 7경기 무실점 후 1군에서도 2경기 무실점

2017년 1월 경찰 야구단에 입대한 이대은은 2017년 7승3패2.93 140탈삼진의 성적으로 퓨처스리그 탈삼진 1위,평균자책점 2위에 올랐다. 이미 퓨처스리그에서는 더 이상 증명할 게 없다는 평가를 받은 이대은은 201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최대어로 떠올랐고 2차1라운드 전체1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던 kt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대은을 1순위로 지명했다. kt는 국가대표 출신 우완 이대은을 차세대 토종 에이스로 밀어줄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대은은 작년 시즌 7경기에 선발 등판해 1승2패5.88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설상가상으로 팔꿈치 통증으로 한 달 가까이 1군에서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6월 중순 1군에 돌아온 이대은은 마무리로 변신해 36경기에서 3승17세이브2.62로 맹활약하며 kt의 마무리 투수로 자리 잡았다. 이대은의 활약 덕분에 kt는 작년 시즌 주권, 김재윤, 이대은으로 이어지는 우완 필승조를 구축하며 창단 후 처음으로 5할 승률을 기록했다.

올 시즌 연봉이 1억 원으로 인상된 이대은은 올해도 마무리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8경기서 3패1세이브10.13으로 뭇매를 맞은 후 2군으로 내려 갔다. 이대은은 퓨처스리그에서도 투구 감각을 회복하지 못하며 첫 9경기에서 1승1패1홀드9.64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이대은은 공교롭게도 kt가 1군에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시점부터 퓨처스리그에서 7경기 연속 무실점 투구를 펼친 후 지난 5일 무려 105일 만에 1군에 복귀했다. 

이대은은 1군 복귀 후 kt가 치른 2경기에 모두 등판했다. 5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는 팀이 8-1로 여유 있게 이기고 있는 9회 2사 후에 등판해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았지만 6일에는 4-4로 팽팽히 맞서던 5회에 등판해 1.2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 막았다. 만약 kt 불펜이 7회 키움에게 동점을 허용하지 않았더라면 이대은은 시즌 첫 승을 따냈을 것이다. 비록 승리를 따내진 못했지만 동점 상황에서 무실점투구를 했다는 점은 대단히 고무적이다.

작년에 마무리 경험이 있었다지만 이대은은 미국과 일본, 그리고 군복무 시절까지 프로에서의 커리어 대부분을 선발 투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5명의 선발진이 잘 짜여진 지금의 kt에게 필요한 투수는 5~6이닝을 책임질 선발 투수가 아닌 승부처에서 짧은 이닝을 효과적으로 막아줄 불펜 투수다. 과연 이대은은 매 경기 중요한 승부처가 될 후반기 잔여기간 동안 이강철 감독이 원하는 역할을 해내며 kt를 창단 첫 포스트시즌으로 이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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