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작년 합계 출산율은 0.92명으로 2011년(1.24명)보다 0.32명 감소하여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세계 203개국 중 꼴찌다. 이 기록이 더욱 암담한 것은 2011년 이후 10년간 평균 21.1%씩 증가시켜 총 209조 5000억 원을 정부가 저출산 정책에 쏟아부은 결과라는 점이다(한국경제연구원 발표).

도대체 저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는데 왜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늘지 않고 있을까? 16일 방영한 < SBS 스페셜 > '아빠를 고발합니다' 편에서 그 정답을 찾을 수 있었다.
 
 < SBS 스페셜 > '아빠를 고발합니다' 편의 한 장면

< SBS 스페셜 > '아빠를 고발합니다' 편의 한 장면 ⓒ SBS

 
14세 소년이 어른들과 함께 플래카드를 들고 거리에 나섰다. 거기에 쓰여 있는 건 바로 '아빠를 고발합니다'라는 문구였다. 소년은 자신의 아버지를 아동 학대로 고발했다. 우리나라 아동 복지법에 따르면 아동의 보호자는 아동을 건강하게 양육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엄마와 이혼한 지 5년이 된 아빠는 단 한 번도 소년의 양육비를 챙겨주지 않았다. 심지어 새로 가정을 꾸려 아이까지 낳아서 키우고 있으면서도 돈이 없다는 핑계를 댔다. 소년은 '유기, 방임'도 신체적 정신적 학대에 해당한다며 아빠를 고발했다.

"양육비를 주지 않는 행위는 저희를 유기, 방임하는 행위이고, 왜 어리고 약하다는 이유로 저와 같은 아이들이 상처를 받는지, 왜 그 사람은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친부를 아동학대로 고발한 김유성(가명)군의 기자회견 발언.

우리나라에서 이혼 후 양육비를 받지 못한 비율이 78.8%에 이른다. 그 중 단 한 차례도 받지 못한 경우도 73.1%에 달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16년간 단 양육비 못 받은 이다도시씨

프랑스 출신으로 우리나라 방송에 출연해 활발하게 활동했던 이다도시씨. 그도 예외가 아니었다. 한국인 남성과 결혼하여 두 아들을 낳고 살던 이다도시씨는 지난 2010년 이혼했다. 이다도시씨는 당시 12살, 5살이던 두 아이들을 책임져야 했다. 당시 법원은 매월 120만 원의 양육비를 판결했다. 그로부터 무려 16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이다도시씨는 아이들의 아빠로부터 단 한 푼의 돈도 받아본 적이 없다. 심지어 아이들의 아빠는 아이들과 연락조차 끊었다.

그는 두 아이들을 먹히고 입히기 위해 홀로 고전하며 살아왔다. 더구나 늘 행복하고 명랑한 모습으로 방송에 보이던 그에게 이혼은 생업이었던 방송 출연에 걸림돌이 됐다. 다행히도 숙명여대 교수로 임용되어 두 아이들을 키울 수 있었지만 그 시간은 이다도시씨에게는 시련이었다. "자기 인생에서 아빠를 지웠다"고 말하는 아이들은 이미 마음의 상처를 얻었다.

양육비를 받지 못한 지 5년이 지났을 무렵인 2015년, 양육비 이행 관리원이 출범했다. 드디어 양육비를 받을 희망이 생기는 듯했다. 당연히 접수했고, 법원은 아이들의 아버지에게 의무를 이행하라 명령을 했다. 하지만 민사적 제재에 불과한 명령이 아이들 아빠를 강제할 수는 없었다. 감치 명령 역시 닿을 수 없었다. 채무 불이행 명부에 등재시켰지만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며 역시나 피해갔다. SNS에 골프장에서 찍은 사진을 올릴 정도지만, 매달 30만 원을 받는다는 그의 핑계에 법은 침묵했다.

이다도시씨는 울분을 터트린다.

"터널 통행료 2천원을 내지 않아도 당장 그날 독촉 전화가 걸려오는 대한민국, 이 나라는 아이들의 생명보다 터널 지나는 비용이 더 중요한 나라인가."

결국 이다도시씨는 지난 2018년 NGO인 '배드 파더스'에 남편의 신상을 공개했다. 공개되기 전 남편에게 사전 통보했지만 남편 측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배드 파더스'에 신상이 공개된 아버지의 90%는 이다도시씨의 남편과 같은 이들이다. 우리의 이혼 관례상 대부분 이혼 후 양육권이 엄마에게 주어지고 있는 법적인 맹점이 현실로 드러난 사례였다.
 
 < SBS 스페셜 > '아빠를 고발합니다' 편의 한 장면

< SBS 스페셜 > '아빠를 고발합니다' 편의 한 장면 ⓒ SBS

 
앞서 아빠를 고발한 김유성군(가명)은 양육비를 독촉하기 위해 아버지를 찾아갔다. 그러나 아버지는 외려 주거 침입죄로 경찰을 불렀다. 외제차를 몰면서도 돈을 못 벌어서 양육비를 줄 수 없다고 하는 아버지.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인 김유성군의 동생은 학교 선생님이 감탄할 정도로 재능이 많지만 엄마의 외벌이로는 그 재능을 키워주는 건 쉽지 않다.

미술 치료 과정에서 김유성군의 그림에는 스트레스를 의미하는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다. 동생 유나(가명)가 그린 그림에 집은 가장 희미하다. 엄마는 돈도 돈이지만 아버지와 관계가 끊긴 채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아이들이 안타깝다고 한다. 

이런 아이들의 상황에 아랑곳 하지 않고 아버지는 양육비 소송 판결을 기다리는 입장이라 핑계를 댄다. 그러나 1994년 개정된 법제로 인해 양육비는 친자 관계 본질에서 발생하는 의무이기에 재판 결과의 인지 없이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양육비 지급, 사회적 책임이 돼야
 
 < SBS 스페셜 > '아빠를 고발합니다' 편의 한 장면

< SBS 스페셜 > '아빠를 고발합니다' 편의 한 장면 ⓒ SBS

 
심지어 양육비를 주기 싫어서 몸으로 때우는 경우도 있다. 오늘도 아이들 아빠 집 근처에서 잠복 중인 선희씨, 그 역시 지난 6년간 양육비를 받지 못했다. 선희씨는 21개월에 50일 된 신생아를 데리고 이혼을 했다. 하지만 남편은 그와 아이를 생애 최대 오점이라며 외면했다. 

법원에 소송을 제출할 때마다 판사는 임의대로 양육비를 깎는다. 하지만 그 깎은 양육비조차 남편은 거부했다. 법원이 미지급으로 감치 명령을 내리고, 일손이 부족한 경찰 대신 양육 부모들이 선희씨처럼 잠복을 해서 경찰을 불러야 겨우 잡아간다. 하지만 잡혀간 남편은 양육비를 주는 대신 몸으로 15일을 때웠다. 자신의 재산은 현재 재혼한 아내 명의라고 핑계를 댄다.

아이들의 양육을 떠맡은 엄마들은 아이들을 키우랴, 양육비를 받아내랴, 거기에 이제 이런 불합리한 제도를 바꾸는 데 나서기까지 모든 것을 홀로 감당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양육비를 내지 못하면 2년 금고에 1만5000유로(한화 약 2천만 원)에 달하는 벌금을 문다. 선제적 강제 징수도 한다. 강력한 조처만 있는 게 아니다. 실제 양육비를 주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 '양육비 대지급제'라는 제도을 통해 국가가 양육비의 1/3을 보조해 주는 제도가 있다. 이런 제도가 추구하는 건 결국 자라나는 아이에 대한 사회적, 국가적 책임이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양육비는 아이를 세상에 내놓은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갚아야 할 빚이라고. 하지만 그 책임을 개인적 채권 구도로만, '민사적 해결'에 떠맡기는 건 양육의 책임을 오로지 한 가정에 떠맡기는 편협한 시각이다.

이제 저 심각한 양육비 분쟁에 국가가, 사회가 나서야 할 때라는 데 이견은 없다. 아이들을 낳도록 하는 데만 돈을 쏟아부을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아이들을 사회가, 국가가 책임지고 제대로 키워낼 때, 믿고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는 사회가 될 때 '출산율'도 늘게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SBS스페셜 - 아빠를 고발합니다>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