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 릴리스> 포스터

<워터 릴리스> 포스터 ⓒ (주)영화특별시SMC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이후 셀린 시아마 감독은 국내에서 스타덤에 오르게 된다. 이 작품이 보여준 섬세한 표현과 감성적인 시선이 씨네필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이에 감독의 전작들이 주목을 받으며 모두 개봉을 이루게 됐다. 앞서 <톰보이>가 5월에 개봉해 3만 관객이란 성과를 이뤄냈고, 올 연말에는 <걸후드>가 개봉을 대기 중이다. 그리고 이번 주, 감독의 데뷔작인 <워터 릴리스>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는 세 소녀의 사랑을 다룬다. 제목에서 물(water)은 사랑이 피어나는 장소인 수영장을 의미하고, 백합(lilies)은 여성 사이의 사랑을 말한다. 앳된 소녀 마리는 싱크로나이즈드 선수 플로리안을 보는 순간 첫눈에 반한다. 마리는 그녀를 쫓아다니고, 플로리안은 그런 마리가 마냥 싫지만은 않다. 마리에게는 절친한 친구 안나가 있다. 안나는 수영부 남학생 프랑수아를 좋아하고 첫키스를 그와 하고자 노력한다.
 
물은 치유와 회복을 의미한다. 소녀들이 상처를 받은 지점에서 물은 그 아픔을 씻어주는 역할을 한다. 마리의 상처는 플로리안의 반응이다. 플로리안의 사랑은 이기적이다. 그녀는 마리를 프랑수아를 만나는데 이용하는가 하면, 마리의 마음을 알면서도 프랑수아와 사랑을 나눈다. 입으로는 마리만을 사랑하며 어울리는 무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프랑수아를 만난다고 하지만 그녀의 행동은 상처를 준다.
  
 <워터 릴리스> 스틸컷

<워터 릴리스> 스틸컷 ⓒ (주)영화특별시SMC

 
안나의 상처는 마리의 반응이다. 마리는 플로리안과 가까워질수록 안나와 멀어진다. 안나는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하다. 플로리안을 만나면서 내적으로 더 성숙해진 마리는 프랑수아를 좋아하는 안나의 모습을 철이 없다고 여긴다. 마리가 예전처럼 반응해주지 않고 안나의 약점을 공격할수록 안나는 슬픔에 빠진다. 유일한 친구인 마리와의 거리감에 사랑도 우정도 모두 멀게만 느껴진다.
 
고민과 걱정이 없어 보이는 플로리안에게 상처가 있다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자신의 모습일 것이다. 플로리안은 싱크로나이즈드 에이스인 만큼 무리에서 잘 나간다. 때문에 남자들과 많은 관계를 맺어봤을 것이란 동료들의 환상을 충족시켜 줘야만 한다. 그녀는 관심도 없는 남자들의 대시에 반응하며 자신의 이미지를 유지하고자 한다. 이런 플로리안의 모습에 마리는 무엇이 진심인지 헷갈리고, 플로리안은 진실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
  
 <워터 릴리스> 스틸컷

<워터 릴리스> 스틸컷 ⓒ (주)영화특별시SMC

 
이런 상처를 회복시켜주는 감정인 사랑과 우정은 모두 물에서 이뤄진다. 마리가 플로리안에게 사랑을 느끼는 장면은 플로리안이 싱크로나이즈드를 할 때고, 두 사람이 처음 사랑을 나누는 공간은 샤워실 안이다. 소녀들은 사랑인지 우정인지 알 수 없는 풋사랑의 감정 속에서 이런 상처와 회복을 반복하며 조금씩 성장해 나간다.
 
셀린 시아마 감독은 소녀들의 욕망을 섬세하고도 대담하게 담아내며 인물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잊지 않는다. 안나가 프랑수아에게 성적인 욕망을 표출하는 장면은 사춘기 소녀의 내면을 대담하게 보여주지만 그 과정에서 인물이 겪는 내적인 변화또한 섬세하게 조명한다. 이를 통해 캐릭터의 진심을 관객들이 이해하기 만든다. 마리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플로리안의 캐릭터 역시 마찬가지다.
  
 <워터 릴리스> 스틸컷

<워터 릴리스> 스틸컷 ⓒ (주)영화특별시SMC

 
플로리안의 심리를 다채롭게 조명하면서 그녀가 마리의 내적 성숙함에 의지하고 싶어 하는 마음과 이 과정에서 발산되는 어리광의 마음, 무리 내에서는 자존감 높은 리더로 성적인 면에 있어 뒤처지고 싶지 않아하는 마음을 세심한 카메라의 시선을 통해 잡아낸다. 때문에 관객들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뒤 세 소녀 각자가 품은 사랑의 모습을 곱씹어 보며 그들이 서로에게 어떤 감정을 지녔을지 생각해 보는 여운을 느낄 수 있다.
 
<워터 릴리스>는 셀린 시아마 감독의 섬세한 감정 표현과 대담한 관계 설정이 돋보이는 영화다. 노골적이지 않은 성적 담론을 앞세워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은 사랑을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낸다. 이 과정에서 상처와 치유를 반복하는 세 주인공의 관계에 주목한다. 무엇보다 사춘기의 솔직한 감성이 돋보이는 영화라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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