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고제가 정착된 K리그에서 울산-전북-대구-상주 등 올시즌 패권을 노리는 지방팀들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반면, 수도권팀들은 일제히 동네북으로 전락하며 다음 시즌 강등까지 걱정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펼쳐지고 있다. 진정한 국토균형발전을 K리그에서 먼저 구현하고 있는 셈이다.

올시즌 K리그1에 참가하고 있는 팀은 총 12팀으로 이중 수도권팀이 4팀이다. 그런데 현재 9위 성남FC부터 10위 수원 삼성, 11위 FC서울, 최하위 인천 유나이티드까지 수도권 4팀이 나란히 밑바닥에서부터 하위권 순위를 독식하고 있다. K리그 출범 이래 초유의 현상이다.

올시즌 중에 성적부진으로 사임한 사령탑만 벌써 3명인데 역시 공교롭게도 모두 수도권 팀들이었다. 시즌 시작부터 대구를 지휘한 이병근 감독 대행을 제외하면, 수원 이임생 감독-서울 최용수 감독, 인천 임완섭 감독이 모두 시즌이 반환점을 돌기도 전에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세 감독 모두 올시즌 초반부터 극심한 성적 부진에 허덕이면서 압박감에 시달려 왔고, 구단으로부터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세 팀은 현재 모두 감독대행(수원 주승진, 서울 김호영, 인천 임중용) 체제로 시즌을 치르고 있는데 언제쯤 정식 감독이 선임될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올시즌 프로무대에서 첫 데뷔한 성남의 '초보 사령탑' 김남일 감독만이 수도권팀 감독 중 유일하게 살아남아 고군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성남도 시즌 초반 깜짝 돌풍을 일으켰지만 6월 이후로는 급격히 패배하는 경기가 늘어나며 점점 강등권 추락을 걱정할 정도로 어려워진 상황이다.

물론 스포츠의 세계에서 성적부진에 대한 책임을 감독이 가장 먼저 지는 것은 흔한 일이다. 하지만 축구팬들은 수도권 팀들의 동반 부진이 감독의 책임보다는, 구단의 안이하고 부실한 운영에 있다는데 반응이 일치한다.

수원과 서울은 한때 K리그를 대표하는 빅클럽이었고 심지어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구단이다. 성남도 시민구단 체제로 개편되기 전까지는 리그 최다우승에 빛나는 명문팀이었다. 역시 시민구단인 인천은 비록 K리그에서 빛났던 시절은 적었지만, 승강제 도입 이후 기업구단들도 명멸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한번도 강등당하지 않고 꾸준히 1부리그에서 역사를 이어왔던 팀이다. 그런데 4팀 모두 올시즌 동반 부진에 허덕이며 위기에 놓여있다.

한 시즌에 1부리그에서 강등당할 수 있는 것은 최대 2팀, 다만 올시즌에는 상주가 리그 성적과 상관없이 자동 강등이 확정된 상황이라, 성적순으로 강등되는 것은 최하위 한 팀뿐이다. 현재로서는 수도권 팀에서 강등팀이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수도권 4팀중 강등을 경험해 본 것은 2016년 성남이 유일하다.

리그가 14라운드까지 진행되며 어느덧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상하위스플릿이 나누어지는 22라운드까지는 8경기만이 남았다. 1위 울산(승점 35)부터 전북(승점 32)-대구, 상주(이상 승점 25)-포항(승점 24)까지는 상위스플릿 안정권이고, 남은 한 자리를 놓고 6위 강원(승점 16점)부터 11위 서울(승점 13)까지 최대 6팀이 아직 가능성이 열려있다. 최하위 인천(승점 5)은 올시즌 아직까지 1승도 거두지 못하며 한 계단 위인 수원-서울과도 승점차가 8점이나 벌어져 있어서 상위스플릿 진입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하위스플릿(파이널B)으로 떨어지는 팀들은 본격적으로 강등 공포를 겪는다.

역대 유례없는 수도권 팀들의 동반 몰락은 무엇을 의미할까. 현대스포츠에서 꾸준한 투자와 장기적인 비전없이 좋은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욕심이다. '현대가 형제'인 전북이나 울산이 올시즌 역대급 우승경쟁을 펼치는 이유가 스타 선수들에 대한 지속적으로 과감한 투자에 있다는 것이 좋은 증거다.

수원은 모기업이 2014년 제일기획으로 이전된 이후 축구단에 대한 지원금이 반토막났으며 스타 선수들의 유출이 급격히 가속화됐다. 서울도 지금의 프런트 체제가 등장한 2017년 11월 이후 2018시즌에는 사상 최초로 승강플레이오프까지 떨어지는 굴욕을 당했고, 올시즌에도 성적부진을 비롯하여 리얼돌사태-기성용과의 협상 논란-외국인 선수 영입 무산 등 여러 가지 악재들이 연이어 발생했다. 

두 팀 모두 팀의 추락이 계속되는 동안 감독들만 여러번 책임을 지고 교체됐을뿐, 프런트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 두 팀 모두 여름 이적시장에서도 소극적인 모습으로 일관하며 팀의 취약 포지션을 보강하는데 실패했다. 

인천도 꾸준히 1부리그에 잔류하기는 했지만 매년 최하위권에서 살벌한 강등권 경쟁을 겪으며 시즌 중 감독이 자주 교체되는 악순환을 피하지 못했다. 심지어 감독 선임에서도 헛발질을 거듭하고 있다.

올시즌을 앞두고 1부리그 경험도 부족한 임완섭 감독을 깜짝 영입했으나 한계를 드러내며 구단 역사상 최단명 감독이라는 불명예만 남기고 조기 퇴진한 데 이어, 췌장암 투병중인 유상철 감독의 복귀설이 거론되며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수원에서 사임한 지 아직 한 달도 되지 않은 이임생 감독의 부임설까지 등장하며 상도덕에 어긋난다는 우려가 나올 만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수도권 팀들의 동반 부진은 K리그에게 있어서도 큰 악재라고 할 수 있다. 연고지 위주의 리그에서 지방팀들이 선전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와 인프라가 밀집해 있는 수도권팀들이 잘해야 K리그에 대한 팬들의 화제성과 접근성도 올라간다.

특히 수원-서울같이 K리그에서 전통적으로 위상이 높고 많은 팬덤을 가지고 있는 팀들이 부진하다면 리그 흥행성에 있어서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유럽축구에서도 레알 마드리드-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 첼시-아스널(이상 잉글랜드), 파리 생제르맹(프랑스) 등 수도권 팀들의 성적이 리그의 위상이나 인기를 선도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경우가 많다. 다른 종목을 봐도 두산 베어스(야구)-서울 SK(농구) 등 수도권 팀들이 강세를 보인다.

핑계없는 무덤은 없다. 단지 올시즌 하위스플릿과 강등권에 근접한 성적만의 문제를 떠나 구단이 추구하는 장기적인 방향성에 대한 신뢰의 문제다. 언제까지 선수와 감독의 등뒤에 숨어서 성적부진의 책임을 떠넘길 것이 아니라, 구단이 전면에 나서 팀 혁신에 대하여 책임감있는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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