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명 사운드트리 부대표

박종명 사운드트리 부대표 ⓒ 이종성

 
우리나라에서는 LP로 통용되고 있는 바이닐(Vinyl) 음반. 디지털 음원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현실 속에서도 아날로그 문화의 상징 중 하나로 국내외에서 수많은 타이틀이 발매되며 음악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고, 음반에 대한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시장규모 역시 매해 성장을 거듭하는 기이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

LP를 듣고 자란 중장년층 뿐만 아니라 미처 접해보지 못했던 20~30대 연령층이 레트로, 빈티지로 일컬어지는 '옛 것'에 대한 흥미와 동경을 소리 골이 있는 12인치짜리 둥근 플라스틱에서 찾는 경우가 꽤 많아진 것도 한 몫 한다.

그래서인지 오랫동안 잊혀 미처 보고 듣지 못했던 국내 및 해외 음반들이 LP로 꾸준히 발매돼 아날로그 음악 팬들에게는 기쁨이자 위안이 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박종명 사운드트리 부대표는 진정 음악을 그리고 아날로그 매체를 사랑하는 '웰-메이드 기획자'로 자리매김중이다.

신나라뮤직, EMI와 워너뮤직, 그리고 마장뮤직앤픽처스에서 20년 넘게 클래식, 재즈, 가요 관련 CD 및 LP 발매와 다양한 음악비즈니스 관련 업무를 하며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를 2020년 3월 사운드트리 부대표로서 열정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한때 지금 몸담고 있는 회사 대표에게 이전 직장 재직시 발매했던 주요 LP의 마스터링을 의뢰하며 신뢰를 쌓게 됐다는 박종명 부대표. 음향 음악 스튜디오 시공 등 주로 하드웨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회사가 LP와 고음질 CD등 아날로그 소프트웨어 부분 사업 영역을 확장을 하며 자신이 가져가야 할 책임의 무게도 느껴진다고 한다.

운 좋게도 국내 LP시장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고, 10월까지 발표할 타이틀도 상당수고 반응도 좋아 조심스러우면서도 행복한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는 박종명 부대표를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소속회사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실력 있는 LP 기획자로 좋은 작품 세상에 내놓고 싶어"

- LP와 CD 발매 등 사업영역을 확장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리코딩, 마스터링 엔지니어로도 일해 온 회사대표와 20년 넘게 음악회사에서 기업무를 했던 내가 의견을 함께 한 부분이 있다. 이전에 국내에서 발매된 LP 타이틀 중 음질이나 아트웍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 있는 것들이 있었다. 나름 경험과 연륜을 갖고 있는 업계종사자들로서 많은 사람들이 만족할 수 있는 고음질의 LP 또는 CD를 발매하자는 목표 의식을 갖게 됐다."

- 현재까지 어떤 앨범을 발매했나?
"우선 김현철의 <베스트 앨범>을 MQA+HQCD로 5월 중순에 발매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발매됐는데 고해상도의 음원을 일반 CD매체에 담는 기술이 사용됐다. 혼성 포크 듀오의 전설 뚜아에무아 2기의 유일한 정규 앨범을 한정 컬러반으로 이번 달 17일 시장에 출시했다."

- 시장에서의 반응은 어떤 편인가?
"국내 아이돌 가수들의 앨범들이 CD시장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런 가운데 김현철씨의 음반은 '오디오 파일용'으로 마니아층의 수요가 있어 곧 완판이 될 것 같다. 뚜아에무아 LP는 품절됐고, 8월에 발매 예정인 김수철과 무당의 LP 역시 다행스럽게 반응이 상당히 좋다."

"CD를 대체하는 바이닐 시장의 성장세 뚜렷해"
 
 박종명 사운드트리 부대표

박종명 사운드트리 부대표 ⓒ 이종성

 
- 코로나19로 인한 여파는 없었나?
"음원이나 음반판매 분야는 그다지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 개인적 견해다. 넷플릭스를 필두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이 급성장을 했듯이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음악을 듣는 수요도 상당히 증가했을 것이란 인식은 음악업계 종사자들 대다수가 같을 거다."

- LP시장의 경우는 어떤가?
"어제 미국에서 발표된 보고서를 봤다. 올 상반기 대미 미국 음반시장에서 CD매출은 30%가 감소됐고 대신 LP를 포함한 바이닐 시장은 14% 증가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년 초 대비 현재 2배 이상 성장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 국내 바이닐 시장의 현주소는 어떻다고 보는가?
"몇 년간 국내 LP시장의 추이를 쭉 지켜봤다. 작년 한 해 220억 규모라고 예상했지만 350억에 이르렀고, 올해는 500억 원은 될 것으로 본다. 국내 음반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인기 아이돌 가수들의 발매 작들의 LP발매가 영국과 미국 아티스트들의 그것처럼 보편화된다면 시장규모는 엄청나게 커지지 않을까 싶다."

"김민기, 산울림이 남긴 시대의 명반들, LP로 다시 만나고 싶어"

- 그렇다면 올 연말까지 어떤 목표와 계획을 갖고 있나?
"10월까지는 15개 가요 및 클래식 타이틀을 LP로 발매하는 것이 확정됐다. 매주 관련업체들에 발매자료를 보내야 해서 바쁘다. (웃음) 연말까지 30개 작품을 시장에 선보여 LP를 사랑하는 음악 팬들에게 보답하고 싶은 것이 목표다."

- 개인적으로 꼭 LP로 발매했으면 하는 작품이 있다면?
"김민기 선생님과 산울림의 전작을 LP로 발매하는 것이 가장 큰 꿈이다. 우리 대중음악사에 끼친 영향과 업적을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나와 우리회사에서 이런 간절한 바람을 품고 있다는 것이 여기저기 퍼지고 깜짝 놀랄 소식으로 되돌아왔으면 여한이 없을 것 같다.(웃음)"

- LP발매관련 기획 일을 하면서 마음가짐도 바뀌었나?
"우리의 기획력이 들어간 리이슈(Re-Issue)반 발매작업이 더욱 활발해질 수 있도록 주어진 여건하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 다국적 음악회사에 근무했을 당시 폐반이 된 클래식 앨범들을 다시 발굴해내 해외 여러 나라에 수출을 했던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다. 그 때의 소중한 경험들을 현재 내 기획 영역에 충분히 녹여내 LP를 사랑하는 전 세계 음악 애호가들에게 '소리의 감동'을 전하고 싶다."

"따스한 소리를 전하는 음반기획자로 일하고 기억되고 싶어"

- 기억에 남은 에피소드가 있다면?
"이전에 몸담았던 회사에서 무려 석 달 동안 오롯이 한 가지 앨범을 LP로 내기 위해 모니터링 작업을 비롯 완성품을 만들어냈을 때까지 들였던 공과 시간은 내 평생 남을 거다.(웃음) 바로 전설의 바이올리니스트 요한나 마르치(Johanna Martzy)가 연주한 바흐(Bach)의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 시리즈였는데, 정말 심혈을 기울였던 작품이었기에 보람도 있었고 뿌듯함도 컸다."

- LP가 주는 매력은 무엇인가?
"어떤 부담감 없이 편안하게 다가가 들을 수 있는 것이 LP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보는 즐거움', '소리의 따스함', '들으면 들을수록 느껴지는 음의 깊이' 등 아직까지 LP가 생소하게 느껴지는 분들이 있다면 꼭 접해 보길 권한다.(웃음)"

- 음반업계에서 어떤 인물로 기억되길 바라나?
"비틀즈(The Beatles), 레드 제플린(Led Zeppelin), 퀸(Queen) 등 레전드 아티스트들이 남겨 놓은 명반들을 새롭게 재구성해 탄생시키는 음반기획자들의 작품들을 볼 때마다 감탄을 자아낸 적이 있었다. 나 역시 우리나라에서 그들과 같은 역할을 해 멋진 기획물을 탄생시킨 한 인물, 한 사람으로 불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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