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한 장면.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한 장면. ⓒ CJ 엔터테인먼트


청부살인업자 인남(황정민)은 모든 걸 달관한 듯 한편으론 피로가 역력한 표정이다. 일본 도쿄의 한 골목, 선술집에서 그는 마지막 일을 제안받는다. 폭력 조직 거물 한 사람을 제거하고 은퇴한다던 그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이야기는 바로 그 지점부터 시작한다.

하드보일드 액션추격극이라는 홍보 문구처럼 이 영화는 거칠게 살아온 두 남자의 쫓고 쫓기는 과정을 동력으로 삼고 있다. 인남이 죽인 일본인의 친동생이 다름 아닌 백정처럼 사람을 죽인다고 소문이 파다한 레이(이정재)였다. 레이는 오로지 인남을 죽이겠다는 목표 하나를 정하고 인남과 관련된 사람들부터 하나하나 제거한다.

물 것인가 물릴 것인가

제목에서 예상할 수 있듯 영화는 인생 막장에 몰린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인남은 이제는 연이 끊긴 아내(최희서)와 딸(박소이)의 소식을 듣게 되고 행방불명 된 딸을 찾아 일본에서 한국, 그리고 태국으로 떠나는데 이 부성애는 곧 인남의 마지막 희망이자, 최대의 아킬레스 건이기도 하다. 

이 모순 안에서 영화는 레이의 무자비함, 그리고 태국 방콕에서 인남을 돕거나 해하려는 자를 교차로 제시한다. 어떤 특별한 서사나 복선 등은 없다. 계속 인남과 관련한 사람을 죽이면서 인남에게 접근해오는 레이가 절대악이라면 인남은 어느새 자신이 저지른 죄 값을 딸의 생환으로 맞바꾸려는 구도자처럼 묘사되기 시작한다.

악은 구원받을 수 있는가. 이 역시 여러 영화에서 장르를 달리하며 던져온 질문이다.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반복적으로 지은 사람들이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안에서 쫓고 쫓기게 됐다. 

아마 배우 조합만 놓고 보면 2013년 개봉해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은 누아르 <신세계>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전작 <오피스>에 이어 두 번째 상업영화를 선보이게 된 홍원찬 감독 역시 그 부담을 느끼면서도 두 배우를 고집했다. 홍 감독은 엘리베이터 격투신과 "드루와 드루와"라는 대사 등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여러 명장면과 대사가 담긴 <신세계>와는 결과적으로 전혀 다르다고 꾸준히 말하고 있다. 

다만 <신세계>를 연상하게 하는 몇 가지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흐름에 꼭 필요한 장면이었기에 애써 <신세계>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빼지 않았다는 게 감독의 설명이다.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한 장면.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한 장면. ⓒ CJ 엔터테인먼트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한 장면.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한 장면. ⓒ CJ 엔터테인먼트

 
결국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두 배우의 전작과 차별점을 지키면서 이야기 자체로 완결성을 지녀야 했다. 이는 꽤 성공적이다. 건조하고 담담하게 흐르던 인남의 감정은 중후반부로 갈수록 고조되고, 레이는 더욱 악랄해지고 날뛴다. 아이라는 목적이 생긴 자와 자신이 왜 인남을 쫓고 있는지조차 잊은 채 살인에 미친 절대악의 구도는 충분히 하드보일드 장르성을 담보한다. 어쩌면 황정민의 인간미, 그리고 이정재의 차가운 이미지가 융합돼 더욱 극대화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여기에 중반 이후 등장하는 배우 박정민의 여장 연기로 각 캐릭터의 입체감이 살아난다. 여러 모로 배우의 화학작용이 알맞게 작용한 경우다.

이야기 구조로 보면 매우 간결하고 메시지조차 복잡하지 않은데 그런 단순명료함이 두 배우의 내공 있는 연기와 잘 맞아떨어진다. 장르 영화로서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영화의 원제는 <모래요정>이었다가 기독교가 모태신앙이었던 감독이 지금의 제목으로 바꿨다고 한다. 

한줄평: 황정민-이정재 두 배우의 재회만으로 볼 이유는 충분
평점: ★★★★(4/5)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관련 정보

감독 및 각본: 홍원찬
출연: 황정민, 이정재, 박정민, 최희서 등
제공 및 배급: CJ엔터테인먼트
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
크랭크인: 2018년 9월 23일
크랭크업: 2020년 1월 23일
러닝타임: 108분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 2020년 8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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