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일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는 코로나 19 여파로 인한 음악 산업계 피해 규모가 약 877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중소 레이블 및 유통사의 발매 연기 및 취소, 인디 뮤지션들의 소규모 공연부터 대규모 페스티벌까지 사라져 버린 공연 시장의 실태를 반영한 통계다.


그러나 이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외로운 싸움을 이어나가는 음악인들의 목소리가 있다. IZM은 코로나 19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모든 종사자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한다. 첫 번째로 IZM이 찾아간 곳은 이태원이다. 7월 한 달 동안 직접 취재하며 담은 목소리를 다섯 차례에 걸쳐 공개한다. [편집자말]
 2019년 8월 뮤지션 기린과 박재범이 함께 발표한 '오늘밤엔'의 뮤직비디오에는 이태원에서 파티를 즐기는 아티스트들과 팬들의 즐거운 모습이 담겨있다.

2019년 8월 뮤지션 기린과 박재범이 함께 발표한 '오늘밤엔'의 뮤직비디오에는 이태원에서 파티를 즐기는 아티스트들과 팬들의 즐거운 모습이 담겨있다. ⓒ '오늘밤엔' MV 유튜브 캡처

 
2019년 8월 4일 발표된 기린과 박재범의 합작 앨범 < Baddest Nice Guys >의 '오늘밤엔' 뮤직비디오에는 정확히 1년 전 이태원의 여름밤이 담겨있다.

'오늘 밤에는 준비한 게 딱히 별로 없지만 / 왠지 모르게 난 기대가 되는걸….'

들뜬 마음의 노래와 함께 카사 코로나(Casa Corona) 루프탑에 모인 각양각색 아티스트들이 해맑은 표정으로 술을 마시고 음악에 몸을 맡긴 채로 춤을 춘다. '이태원에 시작해서 홍대까지 달려보자'라며 노래하는 사람들, 분명 작년의 이태원은 이랬다.

뮤직비디오의 무대가 된 클럽 '소프 서울(Soap Seoul)'의 공동 설립자 DJ 팰런스(Fallens) 역시 반복되어 온 일상을 의심하지 않았다. 올해 3월 첫째 주에는 소프의 3주년 기념 파티가 예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때부터 코로나바이러스가 무섭도록 확산됐다. 하루에도 수십 건의 재난 경보 문자가 요란하게 울려댔다. 권고나 제약 사항은 없었지만 내부 논의를 거쳐 3월 5일부터 예정되어 있던 이벤트를 모두 취소했다.
 
 2017년 문을 연 클럽 소프(Soap)는 빠른 시간 내 이태원을 대표하는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2017년 문을 연 클럽 소프(Soap)는 빠른 시간 내 이태원을 대표하는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 Soap Seoul 제공

 
이태원 언더그라운드의 상징적인 클럽 케이크샵(Cakeshop) 역시 3월 22일부터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에 따라 15일 간 영업 중지를 선언했다. 당시만 해도 한국은 초기 방역에 성공했다는 뉴스가 들렸다.

2016년 한남동에 문을 연 서울커뮤니티라디오(Seoul Community Radio)는 올해 5월 5일 더 많은 팬들과의 소통을 위해 한남동에 위치했던 작은 스튜디오를 이태원 초등학교 옆으로 옮겼다. 바로 그 다음 날인 5월 6일 용인시에서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 한 명이 발생했다. '이태원 발 집단감염'이 시작된 날이었다.

이후 5월 9일부터 서울시가 내린 집합금지명령으로 이태원의 모든 클럽이라고 사료되는 공간은 문을 닫고 있다. 

"택시 기사님께 거절당한 적도"
 
 2016년 이태원에 문을 연 서울커뮤니티라디오(@scr_radio)는 로컬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소개하는 인터넷 방송국이다.

2016년 이태원에 문을 연 서울커뮤니티라디오(@scr_radio)는 로컬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소개하는 인터넷 방송국이다. ⓒ Seoul Community Radio

 
세 달이 지난 지금 이태원 거리는 을씨년스럽다. 지하철 6호선 녹사평-이태원-한강진을 가득 메웠던 발길들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클린 이태원!"이라는 로고 아래 임대 문의와 폐업을 선언한 빈 가게들도 늘었다.

로컬 언더그라운드 아티스트들을 인터넷 방송으로 소개하던 서울커뮤니티라디오는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수익을 얻었으나 코로나 확산으로 현재 수익의 90%가 끊긴 상태다. 1년 치 마케팅 비용을 회수해 간 곳도 있었다.

서울커뮤니티라디오의 기획자 이슬기는 이렇게 말한다.

"클럽에 발길이 끊긴 것보다 이태원에 거주하는 한 사람으로서 '유령 도시'처럼 아무도 찾지 않는 동네가 된 게 더 슬펐어요. 택시 기사님께 이태원으로 가 달라고 하니 거절당한 적도 있네요."

지난 6월 2일 상가정보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이태원 상권 중대형 상가 평균 공실률은 전 분기 대비 9% 증가한 28.9%였다. 이는 장안동(5.7%포인트 증가), 영등포(4%포인트 증가), 명동(3.1%포인트 증가) 등에 비해 높은 비율이다.

서울 전체 중대형 상가 평균 공실률은 7.9%였는데, 구로디지털공단이나 신림 상권은 그대로 유지된 반면 이태원과 압구정(16.1%)의 경기 침체가 타격이 컸다.

누군가에게는 유흥의 공간이 사라진 것에 불과했다. 그러나 매주 그곳에서 삶을 이어나가던 수많은 언더그라운드 문화계 관계자들과 아티스트들에게는 삶과 연결된 중대한 문제였다. 음악을 틀 수 있는 곳, 아이디어를 나누던 장소, 즐거운 파티를 위한 기획 모두가 백지화됐다. 유명 브랜드의 후원이 끊기며 운영에도 차질이 생겼다.

방송에 출연해 음악을 소개하던 아티스트들은 설 자리를 잃었다. 본래 DJ가 가장 바쁜 시기는 7~8월. 그러나 공연도, 클럽도, 파티도, 페스티벌도 사라진 지금 그들은 아주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다양한 문화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공간"
 
 케이크샵(Cakeshop)은 수많은 유명 아티스트들이 데뷔하고 수많은 해외 아티스트들이 다녀간 이태원의 유명 클럽이다.

케이크샵(Cakeshop)은 수많은 유명 아티스트들이 데뷔하고 수많은 해외 아티스트들이 다녀간 이태원의 유명 클럽이다. ⓒ Cakeshop 제공

 
무엇보다도 상처는 사회 전반으로부터 쏟아진 차별의 시선과 혐오 표현이 아팠다. 케이크샵의 오너 가브리엘(Gabriel)과 사무엘(Samuel)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언더그라운드 클럽이라는 공간은 단순히 술을 마시고, 시끄러운 음악에 춤만을 추는 공간은 아니다. 커뮤니티를 통해 서브컬처라는 개성 있는 또 다른 특질의 문화를 생산하고, 또 그를 통해 다양한 음악을 포함한 예술 등의 문화가 공존할 수 있음을 대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젊은 사람들, 외국인들, 동성애자들, 그리고 나이트클럽 등의 요소를 자극적으로 묘사해 혐오를 부추긴 미디어 행태 때문에 속상했다."

이슬기 역시 '이태원'이라는 이름에 부정적 프레임이 씌워진 것을 경계했다.

"'이태원 발 코로나 확산'이 화제가 된 5월 6일, 서울커뮤니티라디오 모든 구성원들이 용산구청에 가서 검사를 받았어요. 운영하는 이들은 물론 이태원에 거주하는 많은 DJ들과 프로듀서들, 아티스트들도 검사받았죠. 여기서 단 한 명도 양성반응을 보이지 않았어요."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대중음악웹진 이즘(www.izm.co.kr)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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