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외국인 투수의 공백을 공격력 보강으로 메우기로 했다.

SK 와이번스 구단은 16일 보도 자료를 통해 지난 2일 웨이버 공시된 외국인 투수 닉 킹엄의 대체 선수로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LA 다저스에서 활약했던 내야수 타일러 화이트를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영입시기가 늦었던 만큼 연봉 13만 달러에 옵션 3만 달러를 합쳐 총액 16만 달러로 선수의 실적이나 인지도에 비해 몸값은 썩 높지 않다.

1990년에 태어난 미국 출신 내야수 화이트는 빅리그 4년 동안 통산 256경기에 출전해 타율 .236 26홈런103타점의 성적을 기록했다. 킹엄이 2경기 만에 부상으로 빠지며 사실상 외국인 선수 1명으로 시즌을 치르고 있는 SK는 올 시즌 팀 평균자책점 7위(4.83)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SK는 팀 타율(.243), 팀 득점(233점) 9위, 팀 홈런 8위(2개)의 공격력 보강이 더 시급하다고 판단해 화이트 영입을 결정했다.

페타지니-댄블랙, 투수에서 야수로 교체한 성공사례들
 
 2020시즌 MVP 후보로 꼽히는 로하스

로하스 ⓒ KT 위즈

 
사실 시즌 중에 합류한 대체 외국인 선수가 KBO리그에서 뒤늦게 대박을 터트린 사례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올 시즌 타격 7관왕을 노리는 멜 로하스 주니어(kt 위즈)와 KBO리그에서 통산 114홈런을 기록한 SK 와이번스의 붙박이 4번타자 제이미 로맥도 지난 2017년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한국땅을 밟아 '코리안드림'을 이룬 선수들이다. 

하지만 KBO리그에서 외국인 선수 중도 교체는 투수에서 투수, 야수에서 야수로 동 포지션끼리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외국인 선발 투수 2명이 '국룰'인 KBO리그에서 포지션의 균형을 인위적으로 흔들 경우 자칫 팀 전체의 균형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시즌 삼성 라이온즈는 투수 저스틴 헤일리를 방출하고 외야수 맥 윌리엄슨을 데려 왔지만 윌리엄슨은 40경기에서 타율 .273 4홈런15타점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물론 시즌 중 투수에서 야수로 외국인 선수를 교체해 성공했던 사례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선수가 11년이 지난 지금도 LG 트윈스 팬들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전설의 외국인 타자 로베르토 페타지니다. LG는 지난 2008년 삼성에서 2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올렸던 우완 투수 제이미 브라운을 영입했지만 브라운은 8경기에서 1승5패 평균자책점7.93의 민망한 성적을 남기고 퇴출됐다.

LG는 브라운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일본 프로야구 MVP 출신의 베테랑 타자 페타지니를 영입했다. 영입 당시 LG팬들은 가뜩이나 투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전성기가 지난 야수를 영입한 구단을 비난했지만 페타지니는 LG 유니폼을 입은 1년 반 동안 타율 .338 33홈런135타점으로 맹활약했다. 정확한 타격과 발군의 선구안, 뛰어난 장타력을 두루 갖춘 페타지니는 현재까지도 LG 구단 역사상 최고의 외국인 타자로 평가 받고 있다.

지난 2015년 kt 위즈가 앤디 시스코 대신 영입했던 스위치히터 댄 블랙도 투수에서 야수로 바뀐 대체 외국인 선수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2015년6월 팀에 합류한 댄블랙은 kt 유니폼을 입고 단 54경기 밖에 소화하지 못했지만 타율 .333 12홈런32타점이라는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대체 선수로 들어와 야구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댄블랙은 이듬해 고 앤디 마르테와 재계약하고 투수진을 강화하기로 한 kt의 방침 때문에 재계약에 실패했다. 

가을야구 쉽지 않은 SK, 화이트 영입은 내년 시즌 준비?

SK가 킹엄의 대체 선수로 영입한 화이트는 2016년 빅리그에 데뷔해 4년 동안 256경기에 출전했다. 빅리그에서의 타격 성적은 타율 .236 26홈런103타점으로 크게 내세울 게 없지만 2018년 휴스턴 유니폼을 입고 66경기에서 12개의 홈런을 때렸을 정도로 뛰어난 장타력을 갖춘 선수다. 특히 트리플A에서는 두 시즌 동안 타율 .313 39홈런142타점을 기록했을 정도로 마이너 레벨에서는 더 이상 증명할 게 없는 선수로 꼽힌다.

화이트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멀티 포지션 소화 능력이다. 화이트는 빅리그 커리어 대부분을 1루수와 지명타자로 활약했지만 경우에 따라 2루와 3루, 그리고 코너외야까지 소화가 가능한 멀티 플레이어다. 심지어 휴스턴 시절에는 투수로도 6경기나 등판했던 경험이 있다(물론 승부가 결정된 경기 후반 투수를 소모하지 않기 위한 등판으로 화이트는 승패세이브홀드 기록 없이 통산 18.56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사실 화이트의 주 포지션은 1루수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SK의 주전 1루수인 로맥과 포지션이 겹친다. 하지만 로맥 역시 SK 입단 초기에는 우익수와 3루수,2루수까지 다양하게 소화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두 외국인 타자의 포지션은 어렵지 않게 정리가 가능할 전망이다. 포지션 정리만 잘 이뤄지면 SK는 최정-로맥-화이트-한동민으로 이어지는 강한 중심타선을 구축할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사실은 화이트의 영입이 시기적으로 다소 늦었다는 점이다. SK는 2경기 만에 킹엄이 팔꿈치 통증으로 1군에서 이탈했지만 거의 두 달이 지난 2일에서야 킹엄을 웨이버 공시했다. 그리고 화이트 영입을 발표할 때까지 다시 2주의 시간을 추가로 날리고 말았다. 이렇게 낭비된 시간을 조금 더 줄일 수 있었다면 SK가 현재 최하위 한화 이글스의 추격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하진 않았을 것이다.

SK는 현재 5위 LG트윈스에 13경기 차이로 뒤져 있다. 엄청난 반전이 일어나지 않는 한 올 시즌 SK의 포스트시즌 진출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SK 역시 자가격리 기간을 포함하면 빨라야 8월 초·중반에나 출전이 가능한 화이트를 영입한 것은 올해보다는 내년을 염두에 둔 포석이었을 확률이 높다. 과연 화이트는 우울한 시즌을 보내고 있는 SK에게 내년 시즌의 희망을 안겨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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