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와 S.E.S., 신화가 활동하던 90년대 중·후반부터 아이돌 시장을 주도했던 SM엔터테인먼트는 하나의 그룹 안에서도 많은 유닛들을 선보였다. 특히 슈퍼주니어의 경우 데뷔 초기부터 발라드 유닛 슈퍼주니어-K.R.Y를 비롯해 트로트 유닛 슈퍼주니어-T, 아시아 시장을 노린 슈퍼주니어-M, 팬서비스를 위해 결성된 슈퍼주니어 D&E등 다양한 유닛으로 활동했다. 18명의 멤버를 자랑하는 NCT는 세계관에 따라 U, 127, DREAM 등으로 나뉘기도 한다.

반면에 걸그룹의 경우엔 보이그룹에 비해 유닛활동이 상대적으로 썩 활발하지 못했다. 지난 2011년 천상지희-다나&선데이가 <나 좀 봐줘>로 활동했지만 이미 천상지희 완전체 활동이 사실상 끝난 이후였기 때문에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다. 그나마 2012년 결성된 소녀시대의 유닛 '소녀시대-태티서'가 2012년과 2014년 < Twinkle >과 < Holler >를 차례로 히트시키며 최고 걸그룹 소녀시대의 자존심을 지켰다.

2015년 스페셜 앨범 < Dear Santa >이후 5년 가까이 걸그룹 유닛을 선보이지 않았던 SM에서 6일 4년 7개월 만에 걸그룹 유닛을 들고 나왔다. 현존하는 SM의 에이스 걸그룹 레드벨벳의 첫째 아이린과 둘째 슬기가 뭉친 레드벨벳-아이린&슬기(이하 아이린&슬기)다. 아이린&슬기는 팀 내에서 높은 인지도와 많은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멤버들의 유닛이라 팬들의 기대치는 더욱 커지고 있다.
 
 아이린은 막내 예리의 교복을 다려줄 정도로 레드벨벳의 어머니 같은 큰 언니다.

아이린은 막내 예리의 교복을 다려줄 정도로 레드벨벳의 어머니 같은 큰 언니다. ⓒ MBC Every1 화면 캡처

 
SM은 걸그룹 멤버나 여성 가수들을 최대한 일찍 데뷔시키는 경향이 있다. S.E.S.의 리더 바다가 데뷔했던 1997년과 소녀시대의 동갑내기 7명이 데뷔한 2007년 이들의 나이는 각각 한국나이로 19세였고 '아시아의 별' 보아는 만 13세에 불과했던 2000년에 데뷔했다. 그나마 상대적으로 데뷔시기가 늦었던 f(x)의 빅토리아도 데뷔 당시 나이는 만 22세였다. 하지만 아이린은 SM아이돌 중 역대 가장 늦은 나이인 만 23세(2014년)에 데뷔했다.

고3 때인 2009년부터 연습생 생활을 시작한 아이린은 SM의 데뷔조 프로그램인 SM 루키스를 통해 첫 선을 보일 때부터 빼어난 외모로 주목 받았다. 2012년 SM의 연습생으로 합류한 조이는 당시 연습생 선배였던 아이린을 보면서 "저렇게 예쁜 사람만 아이돌이 될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신세한탄(?)을 했다고 한다. 그만큼 아이린의 외모는 비주얼이 뛰어난 연습생이 많기로 유명한 SM에서도 단연 돋보였다.

팀 내에서 서브보컬을 맡고 있는 아이린은 노래 분량도 많지 않고 성량이 그리 뛰어난 편도 아니다. 하지만 예쁜 음색과 안정적인 라이브 실력으로 자신의 파트는 무리 없이 소화해내고 < Ice Cream Cake >, < Dimb Dumb > 같은 초기 히트곡에서는 메인래퍼로서 실력발휘를 했다. 

사실 아이린의 진가는 팀 분위기를 이끄는 조용한 리더십에서 나온다. 동생들과 적게는 3살(웬디, 슬기), 많게는 8살(예리)의 나이 차이가 나는 아이린은 큰 목소리와 활발한 성격으로 동생들을 이끄는 '카리스마형 리더'와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나이 차이가 나는 동생들과도 친구처럼 지내며 자신보다 멤버들을 먼저 배려하는 행동으로 레드벨벳의 성장을 이끌었다. 멤버들이 때로는 친구 같고 때로는 엄마 같은 리더 아이린을 잘 따르는 이유다.

노래, 춤, 착한 성격까지 갖춘 레드벨벳의 육각형 멤버 슬기
 
 슬기는 무대에서의 카리스마와는 상반된 허당매력으로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슬기는 무대에서의 카리스마와는 상반된 허당매력으로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 XtvN 화면 캡처

 
아이린이 비주얼, 웬디가 가창력, 조이가 피지컬, 예리가 나이라는 확실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면 슬기는 걸그룹 멤버가 가져야 할 최고 덕목 중 하나인 '춤'이라는 엄청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슬기는 중학교 1학년이었던 2007년부터 연습생 생활을 시작해 무려 7년에 걸친 긴 연습생 기간을 거쳤다. 레드벨벳 멤버들은 물론이고 2012년에 데뷔한 EXO 멤버들 중에서도 슬기보다 먼저 회사에 들어온 멤버는 카이와 수호 밖에 없다.

긴 연습생 기간을 거쳐 2014년 데뷔한 슬기는 레드벨벳 노래들에서 뛰어난 춤솜씨를 선보이며 대중들에게 확실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슬기는 정확한 동작과 깨끗한 완급조절로 춤을 전달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부드럽고 여성적인 춤보다는 힘 있고 남성적인 춤을 출 때 그 진가가 발휘된다. 춤에 있어선 최고로 꼽히는 보아도 슬기를 동방신기의 유노윤호, 샤이니의 태민과 함께 'SM 3대 춤꾼'으로 꼽은 바 있다. 

사실 뛰어난 춤솜씨에 가려 있긴 하지만 슬기는 보컬 실력도 상당히 뛰어나다. 웬디처럼 선천적으로 타고난 성량을 갖추진 못했지만 다년 간의 연습으로 기본기가 탄탄한 보컬을 자랑한다. 만약 레드벨벳이 웬디라는 걸출한 보컬을 구하지 못했다면 슬기는 팀에서 메인보컬 역할까지 담당했을 것이다. 슬기는 2016년10월 <복면가왕>에 출연해 높은 난이도를 자랑하는 이선희의 <추억의 책장을 넘기며>를 불러 판정단의 기립박수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레드벨벳 팬들이 슬기를 아끼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곰슬기'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무대 위와 무대 밖에서 보여주는 전혀 다른 매력 때문이다. 무대 밖의 슬기는 무대 위의 카리스마는 온데 간데 없이 막내 라인인 조이와 예리에게도 놀림을 당할 정도로 둔하고 순진하다. 웬디가 평소 베푸는 것을 좋아해 알면서도 당해주는 성격이라면 슬기는 본인이 왜 당하는지 몰라 멤버들에게 더욱 좋은 장난감(?)이 되고 있다.

카리스마 넘치는 작은 몬스터로 변신한 아이린&슬기
 
 아이린&슬기는 소녀시대-태티서 이후 약 5년 만에 선보이는 SM의 걸그룹 유닛이다.

아이린&슬기는 소녀시대-태티서 이후 약 5년 만에 선보이는 SM의 걸그룹 유닛이다. ⓒ SM 엔터테인먼트

 
아이린과 슬기의 첫 유닛 앨범 < Monster >는 당초 6월 중순에 발매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앨범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7월로 발매일을 한 차례 연기했고 6월 22일 예약판매 시작과 함께 티저 이미지와 영상을 공개하면서 팬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순한 성격을 가진 언니라인을 놀리고 싶어하는 팬들은 앨범이 나오기 전부터 아이린&슬기 유닛에게 '조상즈'라는 짓궂은 애칭을 지어줬다.

SM의 전속 여성 프로듀서 Kenzie가 가사를 쓰고 20년 넘게 SM 아이돌의 노래를 만들었던 유영진이 작·편곡에 참여한 타이틀곡 < Monster >는 기존 레드벨벳 노래와 달리 강렬한 사운드가 돋보이는 곡이다. 레드벨벳 노래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아이린과 슬기의 카리스마 넘치는 보컬이 노래의 웅장함을 더해준다. 아이린&슬기의 첫 미니앨범에는 타이틀곡 < Monster >외에도 보너스트랙을 포함한 총 6곡이 수록돼 있다.

지난 5일 방송된 <구해줘 홈즈>에 출연하며 본격적인 유닛활동을 시작한 아이린&슬기는 오는 8일 레드벨벳의 자체제작 리얼리티 <레벨업 프로젝트>의 스핀오프 <레벨업 아X슬한 프로젝트>의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작년 크리스마스 연말 무대를 준비하던 웬디의 부상으로 우울하게 2020년을 시작했던 레드벨벳이 두 언니를 앞세워 다시 팬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불어 넣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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