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얀 선수. 사진은 6월 21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대구FC와 수원삼성블루윙즈의 경기 모습.

데얀 선수. 사진은 6월 21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대구FC와 수원삼성블루윙즈의 경기 모습. ⓒ 한국프로축구연맹

 
3주 뒤 만 39살이 되는 몬테네그로 국가대표 출신 골잡이 데얀 다미아노비치의 득점 감각이 다시 절정의 시간을 가리키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 두 시즌을 수원 블루윙즈 유니폼을 입고 54게임을 뛰면서 16골(게임 당 0.29골)밖에 넣지 못해서 그의 골 감각이 퇴색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대구 FC의 하늘색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지금까지 7게임을 뛰며 4득점 1도움(게임 당 0.57골)을 찍었다. 이번 10라운드 2득점 1도움 최고의 감각을 자랑한 '데얀'의 시간은 다시 절정의 시간으로 향한다.

이병근 감독 대행이 이끌고 있는 대구 FC가 7월 첫 일요일(5일) 오후 7시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20 K리그 원 10라운드 광주 FC와의 어웨이 게임에서 골잡이 데얀 다미아노비치의 2득점 1도움 활약에 힘입어 4-2로 멋진 역전승을 거두고 지난 5월 29일 4라운드부터 7게임 무패(5승 2무) 행진을 이어나갔다.

10라운드 '28골' 신기록 놀랍다

코로나19 시즌으로 관중은 아직 스타디움에 들어가 함성과 박수를 선수들에게 직접 보내줄 수 없지만 7월의 첫 주말과 휴일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하고 시원한 기록이 찍혀 TV로 응원하고 있는 K리그 팬들이 신바람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전까지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한 라운드는 6월 13일, 14일 양일간 벌어진 6라운드였는데 6게임에서 22골이나 나왔다. 사실 축구 게임을 통해 2골 이상을 구경하기가 결코 쉽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6라운드 게임 당 3.67골은 그 자체로 놀라운 기록이었다. 

그런데 7월에 접어들자마자 10라운드에서 더 믿기 힘든 신기록이 찍혔다.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간 열린 6게임에서 무려 28골이 터진 것이다. 게임 당 4.7골이라는 놀라운 기록이다. 이 수치는 1부리그 12팀 체제가 형성된 이후 가장 많은 득점 기록이어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시원한 기록을 하루 먼저 4일(토) 열린 '울산 4-1 인천 유나이티드' 게임에서 시즌 첫 해트트릭을 기록한 울산 골잡이 주니오가 예고했지만 그 흐름을 이어받은 주인공은 대구 FC의 데얀 다미아노비치라 할 수 있다. 

2007년 인천 유나이티드 FC에서 첫 시즌(26게임 14골, 게임 당 0.54골)을 시작한 뒤 이듬해 FC 서울 유니폼으로 갈아 입고 여덟 시즌(254게임 148골, 게임 당 0.58골)을 뛰면서 K리그 최고의 외국인 골잡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뛰기에 모자람이 없던 데얀은 지난해까지 수원 블루윙즈 유니폼을 입고 두 시즌을 뛰면서는 게임 당 0.29골(54게임 16득점)에 그치며 이대로 K리그 팬들의 기억 속 선수로만 남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데얀의 골 감각을 의심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바로 이 게임을 통해 입증했다.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7월 데얀은 교체도 안 하고 풀 타임을 소화하며 2득점 1도움을 찍고는 팀의 7게임 무패 신바람 행진을 맨 앞에서 멋지게 이끌었다. 초록 그라운드 위 그가 뛰는 순간이 아직 절정의 시간이라는 것을 의심할 필요가 없었다.

데얀의 오른발 인사이드 '예술구' 역전골

이 게임은 비교적 이른 시간부터 예상 밖 갈림길이 생겼다. 17분에 광주 FC 오른쪽 풀백 이민기가 대구 FC 김우석을 심하게 밟는 반칙을 저질러 퇴장을 당했기 때문이다. 

상대 팀보다 1명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광주 FC는 먼저 골을 넣으며 10라운드 가장 뜨거운 그라운드를 예고했다. 25분, 오른쪽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이으뜸이 올린 공을 광주 FC의 키다리 골잡이 펠리페가 달려들며 이마로 돌려넣은 것이다.

1-0 점수판 그대로 전반전이 끝나고 이어진 후반전에 예상했던 것처럼 대구 FC의 반전 드라마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먼저 49분에 광주 FC 이으뜸을 따돌리고 대구 FC 날개 공격수 김대원의 시원한 오른발 대각선 슛이 동점골로 찍혔다. 

그리고 데얀의 시간이 곧바로 이어졌다. 김대원의 동점골이 꽂히고 딱 76초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역전골이 터진 것이다. 50분 1초에 대구 FC 츠바사의 기습 패스를 받은 데얀이 광주 FC 센터백 홍준호를 보기 좋게 따돌리고 빠져들어가 오른발 인사이드 슛을 기막히게 굴려넣었다. 각도를 줄이기 위해 앞으로 나온 상대 골키퍼 이진형의 다리 사이를 절묘하게 노린 예술구 그 자체였다. 성공할 수 있는 슛 각도가 거기 말고 거의 보이지 않았는데 바로 그곳을 정확히 노린 것이다.

데얀의 골 감각이 다시 절정에 이르렀다는 것을 확인하기까지 또 3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53분 3초에 팀의 세 번째 골이자 개인 통산 193호골(364게임, 게임 당 0.53골)을 터뜨려 이 게임 진정한 결승골 주인공이 된 것이다. 김대원의 오른쪽 크로스가 포물선을 그리며 반대쪽으로 넘어가는 순간 광주 FC 수비형 미드필더 박정수 뒤에서 타이밍을 노리던 데얀이 크로스 궤적을 정확히 읽고 헤더 쐐기골을 터뜨렸다. 이제 그의 이름 앞에 K리그 200호골 수식어가 찍힐 날이 머지않아 보였다. 

데얀의 빛나는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67분에 광주 FC 펠리페의 왼발 슛이 대구 FC 수비수 몸에 맞고 살짝 방향이 바뀌며 들어가 점수판이 2-3이 되었지만 88분에 대구 FC는 진정한 쐐기골을 터뜨리며 최근 7게임 연속 무패(5승 2무, 20득점 8실점) 기록을 기분 좋게 확인했다. 

광주 FC 골문을 등지고 튀어오른 공을 바라본 데얀은 자신보다 더 좋은 자리를 잡고 있는 동료 세징야에게 오른발 발리 패스를 보냈고 이 공이 잔디 위에 닿기도 전에 세징야의 오른발 발리슛이 묵직하게 이어진 것이다.

이로써 대구 FC는 데얀과 세징야 두 보물 덕분에 최근 7게임을 치르며 단 1게임도 지지 않았으며 게임 당 2.86골이라는 보기 드문 결정력을 자랑하고는 리그 순위 4위(19점 5승 4무 1패 21득점 11실점) 자리에서 선두권을 얼마든지 위협할 수 있게 됐다. 특히 21골이라는 득점 숫자는 울산 현대가 자랑하는 K리그 1 최다 득점(23골) 기록을 언제라도 뒤집을 수 있는 것이라서 시즌 중반에 접어든 현 시점 K리그 1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팀이 되었다고 평가할 만하다.

마침 대구 FC는 다가오는 일요일(12일) 오후 7시 DGB 대구은행파크에서 벌어지는 11라운드 홈 게임에서 울산 현대(2위)와 만나게 되었기 때문에 상위권 순위표가 더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광주 FC도 같은 날 같은 시각 강릉으로 찾아가서 강원 FC와의 중위권 싸움을 펼친다.

2020 K리그 원 10라운드 결과(5일 오후 7시, 광주월드컵경기장)

광주 FC 2-4 대구 FC [득점 : 펠리페(25분,도움-이으뜸), 펠리페(67분,도움-엄원상) / 김대원(49분,도움-정승원), 데얀(50분,도움-츠바사), 데얀(53분,도움-김대원), 세징야(88분,도움-데얀)]

라운드별 득점 기록 비교
1라운드 13골 / 2라운드 13골 / 3라운드 11골 / 4라운드 11골 / 5라운드 18골
6라운드 22골(게임 당 3.67골) / 7라운드 16골 / 8라운드 11골 / 9라운드 11골
10라운드 28골(게임 당 4.7골)


2020 K리그 1 현재 순위표
1 전북 현대 24점 8승 2패 15득점 5실점 +10
2 울산 현대 23점 7승 2무 1패 23득점 7실점 +16
3 상주 상무 20점 6승 2무 2패 11득점 10실점 +1
4 대구 FC 19점 5승 4무 1패 21득점 11실점 +10
5 포항 스틸러스 19점 6승 1무 3패 21득점 12실점 +9
6 부산 아이파크 11점 2승 5무 3패 12득점 14실점 -2
7 강원 FC 11점 3승 2무 5패 12득점 18실점 -6
8 광주 FC 10점 3승 1무 6패 9득점 14실점 -5
9 FC 서울 10점 3승 1무 6패 9득점 21실점 -12
10 수원 블루윙즈 9점 2승 3무 5패 11득점 14실점 -3
11 성남 fc 2승 3무 5패 6득점 12실점 -6
12 인천 유나이티드 FC 2점 2무 8패 4득점 16실점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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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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