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하나쯤은 무엇인가에 미쳐본 적이 있다. 중학생 때 밴드부에 들어갔다가 매일 기타를 안고 잘 정도로 기타에 미쳤던 적도 있을 것이고, 대학생 때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에 빠져 최고 등급 '챌린지' 랭크를 찍어본 적도 있을 것이다. 그랬다가 사회인이 된 이후, '그 땐 그랬지' 정도의 추억으로 잊어버리고, 취미는 찬장 속의 무언가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 중에서도 '요요'에 빠진 다섯 명의 이야기가 있다. 2011년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에서 열린 프린지 페스티벌에 요요로 공연을 펼쳐 뉴스에 나왔을 정도인 사람들 말이다.(관련기사: '요요', 장난 아닙니다... 손에서 놓을 수 없죠) 요요로는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던 이들이지만 어느새 각기 다른 길로 흩어지게 된다. 그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나왔다.

8년 동안 촬영한 영화 <요요현상>은 사람이 하나의 취미에서 최고의 정점에 올랐다가 그 취미에서 점점 멀어져야 하거나, 취미를 일로 삼아야 하는 모습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한국에서 요요를 제일 잘했던 사람들
 
 영화 <요요현상>의 스틸컷

영화 <요요현상>의 스틸컷 ⓒ 영화사금요일

 
요요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요요팀 '요요현상' 아래에 함께하는 다섯 명의 이야기는 모두 다르다. 다니는 대학도, 나이도, 이들이 '어떤 요요'를 하는지도 차이가 있다.

당장 요요에 빠지게 된 계기부터 많은 차이가 난다. 갓 개장한 테크노마트에 놀러갔다가 요요 공연을 보고 반해버려서, 인터넷의 게임 홈페이지에서 동영상을 보고 푹 빠져서, 요요 동호회의 '이벤트'에 가서 프리스타일을 했다가 사람들에게 박수를 받았던 것이 좋아서 그대로 요요의 길에 들어선 것까지 모두 다르다.

그랬던 이들이 요요 공연이라는 공통의 주제로 뭉쳤다. 여러 공연장에서 멋진 요요 공연도 선봬고, TV에 출연해 요요로 온갖 묘기를 보여주면서 인지도를 올렸다. 그렇게 2011년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로 향했다. 하지만 그 직전 이들의 이야기는 '이대로 요요를 해도 되나?'에 대한 것이다.

'요요로 먹고 살 수 없다', '처음엔 친척들이 TV도 나오고, 공연도 서고 하니 좋아했지만 지금은 이제 다른 길도 생각해야 하지 않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그들의 회식 아닌 회식 장면이 나온다. 그 장면에 함께 있는 듯한 현장감 속에 취미와 '먹고 사는 것' 사이에서 고민하는 많은 사람들이 투영되는 듯 하다.

그렇게 정말 에딘버러 페스티벌을 마지막으로 누군가는 요요를 그만두고, 누군가는 요요로 먹고 살기를 결정하고, 누군가는 요요를 취미로만 남겨두기로 결심한다. 어쩌면 가장 비장한 스코틀랜드행 비행기 위에 오르고, 공연을 하는 이들 사이에서 '탈덕' 전 '최후의 만찬'을 즐기는 뭇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르곤 한다.

모두가 다른 선택, 이게 정말 영화같네
 
 <요요현상>의 스틸컷.

<요요현상>의 스틸컷. ⓒ 영화사금요일

  
그렇게 에딘버러에 다녀온 뒤 '요요현상'은 흩어진다. 두 사람은 일을 하고, 취업 준비를 한 채 요요를 취미로 남겨뒀고, 나머지 세 사람은 요요로 일을 하기 시작했다. 두 명은 '요요현상' 팀을 유지하며 여러 행사장에서 공연을 펼치고, 한 사람은 송파구에 자리를 잡고 요요를 팔며 아이들에게 요요도 가르치는 가게를 열었다. 

요요로 일을 하게 되면서 취미가 일이 되는 '덕업일치'는 힘든 길임을 깨닫는 사람도 있고, '이게 내 일이 맞나' 하는 고민을 하는 사람도 생겼다. 일을 하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내게 요요가 가장 잘 하는 일이 아니었다'고 고백하는 사람에게 요요가 쥐어지자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표정으로 요요를 돌린다.

그 이후 타임라인처럼 요요를 돌렸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요요를 아예 접었던 어떤 이는 지상파 방송사의 기자가 되었다. '요요를 이제는 잊어버렸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침대 옆 책장에는 요요가 놓여져있다. 

요요를 계속 돌렸던 한 사람은 요요를 포기하고 프랑스로 연기 공부를 하러 떠났다. '요요는 보여주고 싶은 것에 비해 저장용량이 부족하다'면서, 요요를 통해 오히려 공연에 적을 두는 모습을 보였다. 홀로 남은 한 사람은 요요를 놓지 않고 한국요요협회의 협회장에까지 오르고, 다른 한 사람은 요요로 유튜브를 하고 가게를 운영하는 등 '요요로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하는' 경지에 오른다.

대다수의 선택과도 같았을, '직장을 다니며 요요를 놓지 않은' 사람은 지금도 요요를 잡으며 직장에 다닌다. 평일에는 회사원으로, 주말에는 요요를 잡는 그는 '오히려 이쯤에서 다 된 줄로만 알았는데 하면 할수록 실력이 는다'며 감탄한다. 어쩌면 생업과 요요 사이에서 가장 안정적인 줄타기를 하는 셈이다.

올해 11월 개봉... 서랍장 뒤지게 만드는 영화 될까
 
 2020 평창국제평화영화제에서 열린 <요요현상>의 GV에 참석한 고두현 감독(왼쪽), 문현웅 출연자.

2020 평창국제평화영화제에서 열린 <요요현상>의 GV에 참석한 고두현 감독(왼쪽), 문현웅 출연자. ⓒ 박장식

 
<요요현상> 속 배우, 아니 출연자들의 모습처럼 대다수의 사람들이 취미와 생업 사이에서 고민을 했었다. 대부분이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생업을 택하고 취미는 취미 속, 나아가 '예전 취미'가 된 채 서랍장 속으로 묻어두게 된다. 그래서 <요요현상>은 집에 가서 바로 서랍장을 한 번쯤 뒤지게 하는 영화가 된다.

내레이션도 없는 투박한 푸티지 다큐멘터리이지만 다섯 명의 오디오가 비지 않는다. 취미에 대한 이야기, 일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보면 어느 새 나도 잊었던 취미를 한번쯤 떠올리게 될 것만 같다. 아니면, 그 취미를 통해 찾게 된 뜻밖의 내 '천직'을 감사해하지 않을까.

<요요현상>은 지난해 11월 열린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처음 상영되었다. 이후 6월 평창국제평화영화제에서 관객들을 만나 호평을 받았다. 현재는 11월 개봉을 목표로 후반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번 가을이면 독립영화 전문상영관 등에서 <요요현상>을 만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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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도 쓰고, 스포츠와 여행까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러면서도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그리고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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