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좋은 게 좋은 거야> 포스터

넷플릭스 영화 <좋은 게 좋은 거야> 포스터 ⓒ Netflix


강간은 일반적으로 상대방의 동의 없이 성관계를 강요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 법정에서는 피해자의 동의가 없었다는 것만으로 가해자를 처벌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나라 법원에서는 피해자가 격렬하게 저항하지 않으면 그 강제성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 판례가 많았다. 최근 국회에서는 명시적 동의가 없는 상황에서 성관계를 시도하면 처벌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논의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넷플릭스 영화 <좋은 게 좋은거야(All Is Well)>은 강간에 대한 정의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야네(엔느 슈와츠)는 전날 밤의 끔찍한 사건을 잊고 싶었다. 혼자 삭히면 그만인 일로 함께 지내고 있는 남자 친구인 피트(안드리아스 듈라)나 친구 같은 엄마, 그녀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준 고마운 보스 로베르트(틸로 네스트), 심지어는 그녀를 강간한 후 새 직장에서 동료로 다시 만난 마르틴(한스 루프)의 사과도 듣고 싶지 않았다. 잊고 싶었고 자신을 피해자라고 인정하기 싫었다.

영화 제목이기도 한 <좋은 게 좋은 거야>은 주인공 야네가 자주 하는 말이다. 아네는 자기보호 본능으로 가급적 주변 사람들과의 충돌을 피하고 원만하게 지내고 싶어 한다. 그런데 그녀의 인생에 자꾸 당혹스러운 일들이 일어난다. 영화는 야네가 사랑하는 남자 친구 피트와 함께 낡아빠진 집의 벽을 긁어내고 페인트를 칠하는 등 집을 수리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피트가 어디에선가 고물에 가까운 피아노를 구해다 야네에게 선물하고 풍금 소리인지 구분이 안 가는 소음을 들으면서도 서로를 쳐다보는 눈길은 무척 행복해 보인다. 

이 둘은 운영하던 조그만 출판사가 파산 절차에 들어가 사무실을 비우게 되자 친척의 도움으로 뮌헨 외곽에 있는 허름한 집을 수리해 이사하려고 하는 중이다. 야네는 학교 동창회 모임에 가게 되고 가는 길에 유명 출판사의 간부로 있는 옛 친구 로베르트를 만난다. 로베르트는 야네에게 출판사에서 사람이 필요하니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한다. 이때 로베르트의 처남인 마르틴과도 마주쳤는데, 야네는 동창회 모임에서 다시 마르틴을 만난다. 산적한 모든 어려움을 잊고 싶은 듯 야네는 술에 취하고 마르틴과 어울린다. 둘은 취한 상태에서 야네의 집으로 향한다.
 
 넷플릭스 영화 <좋은 게 좋은 거야> 스틸 컷

넷플릭스 영화 <좋은 게 좋은 거야> 스틸 컷 ⓒ Netflix

 
강간 장면을 폭력적, 자극적으로 묘사하는 여느 영화와 달리 <좋은 게 좋은거야>에서 마르틴이 야네에게 행하는 성폭행은 다소 건조하게 그려진다. 그마저도 순간적으로 스쳐지나간다. 마르틴의 치기 어린 키스 요구를 야네는 거절했고 마르틴이 힘으로 제압할 때도 야네는 적극적으로 저항하기보다는 몸이 굳어진 상태로 침묵했다. 그러나 이런 억제된 장면은 관객이 야네의 굳어진 얼굴에 집중하게 만든다.

야네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한다. 엄마와 만나는 장면에서도 이야기를 하려다 얼버무리며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린다. 아무 일 없는 듯이 피트를 만나 로베르트의 제안을 전한다. 좌절감과 피곤함이 역력한 피트의 표정에서 두 사람의 암울한 미래가 예상된다.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야네는 로베르트의 출판사에서 일을 시작하고 그곳에서 일하는 마르틴과도 계속 부딪힌다. 모든 불편함을 내면에 가두지만 내면의 벽은 한 조각씩 떨어져 야네를 흔들고 야네의 외로움은 점점 깊어간다. 마르틴이 야네에게 사과하는 행동조차 야네에게는 커다란 짐으로 작용한다. 어느 날 야네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되고 낙태를 결심한다. 야네가 마르틴에게 감정 없이 말한다.

"임신했어. 네 아이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 수술할 거야."

혼자 병원에 가려고 했지만 병원의 규칙이 이를 방해한다. 야네는 엄마에게 연락하려고 했지만, 집에는 엄마가 없었고 대신 연락을 받은 피트가 병원으로 오게 된다. 그리고 모든 사실을 알게 된 피트는 야네를 떠난다.

그 이후에야 야네도 무너지기 시작한다. 피트가 떠난 뒤 야네는 후진을 하다가 아이를 칠 뻔 하기도 하고, 그날 밤 사무실에서 마주친 마르틴을 강하게 몰아붙이기도 한다. 또 엄마를 찾으며 울부짖는 등 그동안 보이지 않던 야네의 돌발적인 행동이 표면화되면서 드디어 내면에 쌓았던 방어벽이 무너지기 시작하는 것을 관객은 눈치챈다. 영화는 지하철 안에서 야네가 행하는 비이성적 행동으로 끝을 맺는다. 피트가 이전에 야네 앞에서 행했던 이상한 행동을 연상시키면서. 

영화는 극적인 묘사가 가능한 주제를 미묘하고 복잡한 감정 처리로 조용하고 치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우발적인 폭력의 파괴성과 피해자이기를 거부함으로써 오는 외로움이 관객에게 어느덧 스며들면서 관객은 '악의 평범성'을 마주하게 된다. 
 
 넷플릭스 영화 <좋은 게 좋은 거야> 스틸 컷

넷플릭스 영화 <좋은 게 좋은 거야> 스틸 컷 ⓒ Netflix

 
야네는 스스로 문제라고 인식하지 않으면 본인은 물론 타인에게도 문제될 것이 없다고 여기려고 한다. 그 문제가 강간일지라도. 야네는 생각한다.

'내가 원하지 않은 게 확실한가? 둘 다 술이 너무 취한 건 아니었던가?'

이 같은 의문은 종종 피해자를 머뭇거리게 만들고 혼자 삭히고 아무 일 없던 것처럼 행동하게 한다. 그러나 고통은 점점 깊숙이 자리 잡게 되고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이런 면에서 <좋은 게 좋은 거야>는 한 여성이 당한 성폭력에 국한하지 않고 날마다 조심스럽게 헤쳐나가야 하는 일상적인 교류까지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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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미국 생활 후 한국의 여기저기를 쑤시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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