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3일 개봉한 독립영화 <바람의 언덕>은 올 초부터 지난 5월 말까지 '커뮤니티 시네마 로드쇼'라는 다소 생소한 상영방식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전국의 관객들과 만나 왔습니다. 전국 각 지역의 영화 커뮤니티와 독립예술영화 극장 등에서 매주 토요일 혹은 일요일 상영과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며 '아주 특별한 여정' 이어갔습니다. 그 여정의 기록을 개별 커뮤니티 혹은 개인의 소개와 극장 소개가 포함된 연재를 통해 전합니다. 그 열 번째는 청주 씨네오딧세이 김윤정님과 김선구 사무국장이 보내온 편지입니다.[편집자말]
 <바람의 언덕> 청주 상영회 포스터.

<바람의 언덕> 청주 상영회 포스터. ⓒ 영화사삼순

 
작년 연말 모두가 조금은 들뜬 우리들의 '씨네오딧세이' 송년회 날이었어요. '커뮤니티 시네마 로드쇼'라는 이름으로 박석영 감독의 신작 <바람의 언덕>을 여러 관객들을 모셔서 함께 영화를 보고 감독, 배우님들과 대화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꾸밀 수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었답니다.

그때 누군가 대신하여 <바람의 언덕>의 기나긴 전국 대장정 중 청주에서의 시간을 꾸미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논의를 하던 시점이었고, 저는 잠시 잠깐 망설이다가 "제가 해볼께요" 하고 손을 들고 말았답니다. 영화 GV 진행은 저에게 너무나 낯선 일이었고, 평소 전국의 여러 영화제를 다녀 보면서 '참 재미난 일이겠다' 기대하고 있던 차였지만, 무엇보다 제가 감히 용기를 내어 손을 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단 한 가지였어요.

왜냐면 <바람의 언덕>은 바로 '엄마와 딸'의 이야기였거든요. 저는 청주(씨네오딧세이) 여러 회원들 가운데 유일한 '엄마'입니다. 그래서 감사하게도 '엄마 맘(마음)'으로 누구보다 가장 먼저 영화를 보았고, 덕분에 '엄마 맘'으로 먼저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답니다.

그리고 <바람의 언덕> 속에는, 만남과 인연과 또 그것들의 각양각색 별별 인생이야기와 또 세상이야기가 들어 있었어요. 그래서 그 이야기들을 이번 기회를 통해 진심을 담아 여러 관객들과 허심탄회하게 나누고 싶었답니다.

처음 시작은 최대한 여러 사람들에게 홍보하고 초대하고 많이 알리기만 하면 되겠다 싶어 용기를 내어 손들었으나, 막상 현실은 예상치 못한 스트레스와 좌충우돌도 많았답니다. 책상에 앉아서 보도자료 글을 쓰고 포스터 초대 글을 쓰는 작업이 많았거든요. 그러면서 여러 시스템이 애초 내가 해보고자 했던 현실과 괴리감이 있다는 사실도 깨닫고 또 해보고자 했던 여러 홍보 방법들을 포기하면서 잘 해결 되지 않는 마음의 상처도 입었답니다.
 
  <바람의 언덕> 청주 상영회 현장.

<바람의 언덕> 청주 상영회 현장. ⓒ 영화사삼순

 
그런 와중에도 영화 상영 날 모더레이터로서 감독, 배우님들과의 이야기를 관객들과 나누면서 참 뿌듯하기도 했고 벅차오르기도 했었답니다. 결과적으로는 상영회 당일의 분위기가 너무나 생생하고 뜨거웠고요. 관객 모두들 후끈한 열기 속에 각자의 감동과 느낌 생각을 전했고, 배우님들도 진심을 다해서 답변을 해 주셨어요. (저도 그 시간 동안) 영화 속 한희가 되어 보기도 하고 또 엄마 영분이도 되어 보기도 했습니다

이날 '피날레'로 영화 속 엄마와 딸 영분이와 한희가 같이 부르던 '항해'와 영분이 윤식 앞에서 부르는 '내 사랑 보니'를 김태우 배우님의 기타 선율에 맞추어 정은경, 장선 두 배우가 열창 해주셨어요. 덕분에 청주에서는 자주 만날 수 없는, 또 앞으로도 다시 만나기 어려울 '커뮤니티 시네마 로드쇼' 청주 상영의 대장정을 마무리했습니다.

글쓴이_청주 씨네오딧세이 김윤정
 
 청주 씨네오딧세이 과거 활동 모습.

청주 씨네오딧세이 과거 활동 모습. ⓒ 씨네오딧세이

 
25년 전 출발한 청주의 씨네마테크 운동

씨네오딧세이는 한국에서 영화문화운동과 시네클럽 활동이 시작되던 시기인 1995년,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임을 갖게 되면서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와 한국독립영화협회, 충북민예총영화위원회 등이 참여, 충북 청주지역을 중심으로 영화운동을 펼치는 단체입니다.

지금은 편하게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는 환경이 되었지만, 활동을 시작했던 1990년대 당시는 '한국영화의 제작자유화'와 '해외영화의 직배화'로 인해 영화 환경이 변화됐고, 또 한국영화의 변화 및 비디오시장 활성화 그리고 예술영화에 대한 관객수요들이 생겨나면서 다양한 영화들이 극장을 통해 조금씩 소개되던 시기였습니다.

씨네오딧세이는 이런 시대적 흐름 속에서 '시네클럽'으로 시작하여 지역에서 당시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영화들을 보고 소통하는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1996년 야외영화제, 인권영화제를 시작으로 수퍼마켓영화제, 판테온영화제 등 지역에서 독립영화 및 예술영화를 소개하는 상영회 및 아카데미, 기획영화제를 진행하는 시네마테크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씨네오딧세이를 설명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시네마테크'로서의 정체성입니다. 시네마테크는 고전영화 및 예술영화와 같은 비상업 영화를 볼 수 있는 공간이자, 문화 교육을 위한 공간으로 보존해야 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는 (사)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가 설립되면서, 2002년 5월 교육적이고 문화적인 목적의 영화를 상영하는 서울 유일의 민간 비영리 시네마테크 전용관인 서울아트시네마를 만들었습니다. 서울아트시네마는 이와 더불어 각 지역 시네마테크와 다양한 영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지역에서 만날 수 있는 영화는 너무나 제한적입니다. 그래서 씨네오딧세이는 다양한 영화를 소개하기 위해 한국고전영화 상영회나 독립영화제, <우리학교>, <워낭소리> 같은 독립영화 상영배급, 프랑스, 스페인, 멕시코, 일본 등 국가 혹은 유명 거장 감독 등으로 분류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예술영화제' 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또 다양한 주제나 화두를 다루어 영화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보는 교육프로그램 '영화아카데미' 등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본다는 즐거움을 넘어 영화를 통한 문화운동으로서의 고민을 항상 해오고 있습니다. 그렇게 어느덧 씨네오딧세이가 생긴 지 25년이 되었습니다. 초창기인 1998년부터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긴 시간을 함께했었는데 참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청주 씨네오딧세이 과거 활동 모습.

청주 씨네오딧세이 과거 활동 모습. ⓒ 씨네오딧세이


경험으로서의 영화, 그 과정의 공유

영화를 본다는 것은 여러 복합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사실의 불이 꺼지고, 상영관의 불이 꺼지고, 필름이 돌아가는 소리와 빛줄기가 쏟아지면 커다란 스크린에 화면이 드리우게 됩니다. 약간의 떨림도 꿉꿉한 먼지내음도 어느새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지게 되고요. 화면 속 주인공의 대화가 오가면서 숨죽이는 내 모습이 이어지고, 드디어 두꺼운 출입문을 나서는 순간 현실로 돌아가게 됩니다.

지금은 경험할 수 없는 모습이 되어버린 영화관의 풍경은 영화를 '경험'하는 중요한 모습이기도 했습니다. 제 생각에, 영화를 본다는 의미는 단순히 '영화=작품'을 감상한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과정을 공유(경험)한다는 것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씨네오딧세이의 출발이었던 비디오테크 시절부터 보아왔던 영화는 필름영사의 극장과도 같았습니다. 영화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한 눈들이 모여 1998년 처음으로 (청주) 지역에서 영화제를 만들어 내었고, 필름으로 작품을 상영하던 그 모습들을 거쳐 현재까지 이어졌습니다.

필름을 직접 운용하거나 필름영사시설이 있는 극장을 대관하여 진행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필름 자체를 운용할 수 있는 극장이 없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영화를 필름으로 본다는 기술적인 환경 부재를 탓하기기에 앞서 위에 언급한 '과정으로서의 경험'이 하나 줄어든 것이 아쉽게 느껴집니다.
 
 청주 씨네오딧세이 과거 활동 모습.

청주 씨네오딧세이 과거 활동 모습. ⓒ 씨네오딧세이

 
불모지 같던 지역의 영화문화 속에서 씨네오딧세이는 지역에 다양한 영화 상영을 해왔습니다. 또 회원들이 기획, 홍보, 상영, 진행까지 전 과정에 걸쳐 직접 참여함으로써, 일련의 행사들은 단순히 '영화를 보는 기회제공'으로 그치지 않고 영화를 통한 소통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고전영화 만에 국한되지도 않습니다. 시대의 흐름 속에 변화되는 모습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거나 대한민국의 현 주소에 대한 고민,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대한민국의 모습에 대한 문제제기 등 시네마테크가 영화를 보존하고 재평가하는 공간이라는 생각으로 지역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고전/예술영화와 독립영화 상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연례행사로 주제를 갖고 기획하는 영화제 및 영화아카데미를 통해 우리가 생각하고 함께 이야기하고픈 영화에 대해 소통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과거에 비해 보다 쾌적한 상영환경으로 언제나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극장과 많은 수의 스크린이 즐비합니다. 청주의 영화관람 환경은 어느 대도시 못지 않은 좋은 환경에 속합니다. 9개 극장에 71개관이 있고, 이 중 대기업 극장체인의 예술독립영화전용관이 2개가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이라면 알고 있는 문제는 여전합니다. 흔히 얘기되는 상업영화와의 교차상영으로 인한 관람의 어려움 그리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로 소통하고자 하는 이들의 아쉬움 등의 문제들이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지역에 예술독립영화전용관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이야기를 꾸준히 하고 있지만 이를 만들어 나가는 것은 쉽지 않음도 체감하고 있습니다.

또한, 하나둘씩 늘어가는 영화커뮤니티들 속에서 씨네오딧세이만의 정체성인 공공성(공적활동)과 영화를 바라보는 태도 등 정체성에 대한 고민들도 하고 있습니다. 어떤이들에게는 구시대적인 모습일지 모릅니다. 영화를 본다는 것에 대한 의미가 퇴색되어 버린 지 오래일 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씨네오딧세이는 꾸준히 그 의미와 역할을 잊지 않고 계속 이어 나아가고자 합니다.

글쓴이_청주 씨네오딧세이 김선구 사무국장
 
 <바람의 언덕> 청주 상영회 현장.

<바람의 언덕> 청주 상영회 현장. ⓒ 씨네오딧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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