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점유율 1위의 음원 사이트 '멜론'이 실시간 차트 폐지를 결정했다. 지난 5월 19일, 카카오에 따르면 멜론은 올해 상반기 안에 기존의 1시간 단위로 업데이트되는 실시간 차트를 폐지하고, '24시간'을 단위로 하는 차트로 개편할 예정이다. 차트 100을 재생할 경우 셔플 재생이 기본 설정이 된다고 한다. 상위권에 오른 음악이 끊임없이 재생되면서, 기존의 인기 순위를 재생산하는 결과를 막기 위한 조치다.

이와 더불어 멜론 측은 '내가 선호하는 음악, 트렌디한 음악, 전문성을 갖춘 다양한 음악을 발견하고 감상하는 방식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만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긍정적인 변화다. 우선 과도한 스트리밍 경쟁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새벽 시간대의 차트를 보면, 방탄소년단이나 엑소, NCT, 세븐틴 등 팬덤이 큰 아이돌 그룹의 노래가 차트를 도배하는 '줄 세우기 경쟁'이 벌어지곤 했다. 실시간으로 차트의 등락이 표시되는 가운데, 시각적 변화가 가지는 효과는 크다. '우리 가수'의 순위를 높이고 싶은 팬덤의 심리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한시간 단위로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차트가 있다면, 팬들은 소위 '스트리밍 경쟁', '총공'에 맹목적으로 달려들 수밖에 없다.
 
'차트 지상주의'와 작별해야
 
우리나라에서는 실시간 차트에 올라가는 일이 절대적인 과제가 되었다. 그래서 재작년부터 불거진 것이 '음원 사재기', '차트 조작' 논란이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에 따르면, 높은 음원 순위를 위해 스트리밍 사이트의 계정을 생성하고 거래하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그룹 블락비의 박경은 장덕철, 닐로, 바이브, 황인욱, 송하예 등 의혹을 받는 가수들의 실명을 거명하면서 '열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물론 부정한 행위를 한 곡, 가수가 있다면 응당한 비판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특정 가수를 비난한 것만으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실시간 음원 차트를 없애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가수 윤종신의 "차트는 현상의 반영인데, 차트가 현상을 만드니 차트에 올리는 게 목표가 된 현실"이라는 과거 발언을 다시 꺼내 볼 필요가 있다.
 
음원 차트가 대중의 음악 감상 문화를 좌우하고 있다. 차트를 재생할 경우, 상위권에 있는 음악들은 오랫동안 차트에서 생존한다. 자신의 취향이 뚜렷한 사람이라면, 어떤 시대의 음악이든 찾아서 들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취향을 찾지 못한, 상대적으로 수동적인 리스너에게 있어 실시간 차트는 좋은 제도가 아니다. 실시간 차트는 음악 듣기의 경험을 제한하며, 보는 눈을 좁게 하기 때문이다.
 
적극적으로 음악을 찾지 않는 사람들은 '실시간 차트 100'을 듣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요즘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듣는 음악'이기 때문이다. 매스 미디어는 다양한 장르 음악을 소개하지 않는다. 주말 음악 프로그램에는 케이팝이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장르 음악의 경우도 그렇다. 매스 미디어에 의해 '힙합'이나 '트로트'의 유행이 정해질 뿐이다. '소비되던 음악'만 소비될 가능성이 커진다.

수직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지금의 실시간 차트는 '취향 없는 대중'을 끊임없이 재생산할 수 있다. 물론 굳이 다양한 음악을 접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한다면, 할 말은 많지 않다. 그런데도, '당신의 인생곡이 될 수도 있는 노래'를 놓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우리 대중음악과 공연 산업이 다양성을 띠고 발전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얼마 전에는 스포티파이가 한국 시장 진출 계획을 밝혔다. 스포티파이의 가장 큰 강점은 '개인화' 전략이다. '넷플릭스'처럼 소비자 맞춤 서비스가 잘 구현되어 있다는 것이다. 다변화된 음악 팬들의 취향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한국 음악 플랫폼에서 사용자의 구독, 음악 취향에 기반한 변화는 더욱 널리 퍼질 것으로 예상된다. 스포티파이뿐 아니라 유튜브 뮤직 등 다양한 경쟁자들이 도전장을 던지기 시작했다. SKT의 '플로'도 실시간 차트를 폐지하고, AI와 머신러닝 기술을 적용한 '플로차트'를 내세웠다. 이러한 가운데 업계 1위 멜론의 변화는, 우리 음악 산업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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