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가 28.4%(닐슨 코리아 기준)라는 최고의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부부의 세계>는 불륜을 소재로 파격적이면서도 거침없는 전개로 첫 회부터 인기리에 방영되었다. 인기만큼이나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화제를 끌었던 만큼 결말에 대한 관심도 컸다.

대체로 원작의 스토리에 충실했던 만큼 결말 역시 원작과 크게 동떨어지지는 않았다. 이에 아쉬움을 표하는 시청자가 적지 않은 듯하다. 작중 인물의 표현처럼 '패기 넘치던' 선우(김희애 분)였기에 원작과는 다른 통쾌한 결말이 기대되었던 것이다. 

JTBC의 <부부의 세계>는 원작 BBC <닥터 포스터>보다 인물의 심리와 주변의 관계를 좀더 섬세하고 풍성하게 묘사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매회 감춰졌던 진실에 가까워지면서 동요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공감과 분노를 동시에 자아냈다. 안간힘을 쓰며 자신들의 세계를 지키려는 인물들의 불안한 눈빛은 부부가 과연 어떤 관계인가를 생각케 한다.

열 길 사람의 마음처럼 알 수 없는 '부부의 세계'를 명확하게 그리기보다는 곱씹어 생각해볼 수 있는 이러한 결말도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았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세상 속에 던져진 불안한 사람들의 행보는 우리를 비추는 거울이었다.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

▲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 ⓒ JTBC

 
진실에 집착한 지선우의 '진실'

지선우, 그녀의 세계가 무너졌다. 남편 이태오(박해준 분)의 외도로 선우는 자신을 둘러싼 세계가 '완벽한' 거짓의 세계였음을 깨닫게 된다. 남편뿐만 아니라 주변의 모두가 그녀를 속이고 있었다. 심장이 비수에 찔린 듯 상처 입은 선우는 거짓으로 이루어진 세상에 진실을 투척하는 방법으로 싸우기 시작한다.

남편의 외도를 외도 상대인 여다경(한소희 분)과 그녀의 부모 앞에서 밝히고, 남편 친구 손제혁(김영민 분)과의 부정을 태오 뿐 아니라 부인인 고예림(박선영 분)에게까지 알려준다. 이혼에 유리하기 위해 아들 준영(전진서 분)까지 이용해 태오의 폭행을 유도한다. 피를 흘리며 쓰러진 선우의 모습은 그녀가 태오로부터 받은 상처가 어떠한 것인지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진실'이다.

그러나, 진실을 무기로 세상과 싸운 그녀는 정작 자신을 속이고 있었다. 그녀는 분노로 마음 속 깊은 곳으로 밀려난 태오에 대한 연민과 남은 미련을 솔직하게 인정하지 못한다. 선우가 진실을 밝히는 이유는 세상으로부터 자신과 자신의 세계를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 세계에는 목숨처럼 소중한 준영이 있다. 선우는 아빠를 좋아하는 준영을 잘 알기에 태오를 용서하려 하기도 했다.

그러나, 태오는 선우의 모든 것을 제 것으로 만들고 있었으며, 뻔뻔하게 병원에 나타나 선우의 정신 감정을 의뢰한다. 여차하면 준영을 잃을 수도 있을 상황에 선우는 다급해진다. 준영을 곁에 두기 위해 선우는 태오에 대한 미련을 외면하고 태오에게 가차 없이 굴어야만 한다. 자신의 진짜 감정을 돌아보고 살필 여유는 사라진다.

뜨거운 사랑보다는 차가운 분노가 자신의 세계를 지키는데 유리하다. 감정보다는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준영을 지키는 길이다. 준영을 자신처럼 세상에 홀로 남길 수는 없다. 선우 역시 또다시 세상에 홀로 남겨질 수는 없었다.

'다경이는 너와 달라'라는 태오의 말에 발끈한 선우는 또다시 다경에게 진실을 투척한다. 다경을 위한다는 명목을 앞세우지만, 선우의 마음 깊은 곳에는 태오가 정말로 사랑한 것은 자신이라는 미련이 역시 남아 있었던 것이다. 결국, 태오를 향한 선우의 연민은 준영에게 들통나고 만다.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

▲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 ⓒ JTBC

 
혼란이 거듭되던 상황 속에서 준영은 모든 것을 잃고 극단적 선택을 하려는 아빠와 아빠를 향해 숨겨졌던 연민을 드러내는 엄마를 목격한다. 아빠의 모든 것을 잃게 만든 장본인인 엄마가 말이다. 그것은 선우에게 남겨진 트라우마처럼 어린 준영이 감당하기에는 힘든 광경이었다.

준영을 보호하려던 선우는 준영에게 그 상처를 되돌리고 말았다. 준영은 그녀의 세계에서 사라진다. 선우가 지키려던 세계도 그렇게 무너진다.

사랑, 그 달콤한 착각

다분히 의도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선우에게 일깨우던 다경은 드디어 태오와의 결혼에 성공한다. 태오에 대한 사랑 하나로, 그 역시 자신을 사랑한다는 믿음으로 여기까지 온 다경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선우의 곁을 맴도는 태오를 바라보며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세계가 무너질까 두렵다.

태오를 선우로부터 빼앗았던 다경은 선우의 것을 빼앗는 방법으로 자신의 불안을 달래려 한다. 여우회를 조직해 선우의 주변을 잠식하고, 준영까지 태오와 이룬 가정에 편입시키며 선우의 세상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 한다. 선우만 사라지면 다경의 세계는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 터였다.

당신만 없으면 태오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다경에게 선우는 태오가 사랑한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같은 향수, 비슷한 속옷과 스타일, 살뜰하게 챙기는 섬세한 성격 등 선우와 다경은 너무나 비슷했다. 동일한 프로포즈 곡과 엇비슷한 웨딩 드레스 등 다경과 선우는 태오의 취향이었으며, 태오가 빠졌던 것은 선우를 사랑할 당시의 감정이었다.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

▲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 ⓒ JTBC

 
부정할 수 없는 증거 앞에 다경은 자신이 그토록 믿는다 말했던 사랑의 실체를 파악한다. 자신은 선우의 대용품이자 태오 취향일 뿐이었다. 다경은 자신이 그저 선우를 비추는 거울이었음을 깨닫는다. 다경이 믿었던 사랑은 그저 달콤한 착각일 뿐이었다. 달콤함을 벗은 사랑은 잔인한 진실을 깨우치며 다경의 세계는 무너진다.

불완전한 세계 속 불안한 그녀들

선우와 다경은 문제가 발생한 자신들의 세계를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선우는 태오를 도려내고, 다경은 선우를 축출한다면 문제가 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 선우와 다경은 문제가 그녀들이 구축한 세계를 무너트릴 것이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다. 그 두려움이 몰고 온 불안으로 모든 것을 통제하지만 그것은 잠시의 안식을 줄 뿐이다.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문제는 몸집을 키워 또다시 나타난다. 선우는 또다시 나타난 태오에게 준영을 보내야 했으며 다경은 선우에게 준 상처를 고스란히 되돌려 받아야 했다.

이처럼 선우와 다경은 자신들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성공하지 못한다. 그녀들의 이상처럼 모든 것이 통제되는 완벽한 세계는 허상이다. 세계는 불완전하며, 그 불완전한 세계는 이미 불안을 내포하고 있다. 선우와 다경은 그 세계의 일부일 뿐이다. 세계가 그녀들을 완전하게 통제할 수 없듯이 그녀들 역시 세계를 제 뜻대로 통제할 수는 없다.

선우와 다경이 그토록 그악스럽게 굴었건만 그녀들이 원하던 세계는 더 멀어졌다. 선우는 가장 소중한 것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으며 다경은 가질 수 없는 것을 꿈꾸었다. 선우는 세상에 진실을 내보인 것처럼 자신과 준영에게 좀 더 솔직해야 했다. 다경은 사랑이란 달콤함에 취해 보고 싶은 것만 볼 것이 아니라 태오와의 관계가 내포하는 추악함을 들여다 보아야 했다.

선우와 다경이 자신들의 두려움과 불안에 취한 결과는 끔찍했다. 선우는 가장 소중한 준영을 잃었으며 다경은 그토록 경멸하던 망상에 빠진 여자가 되어 버렸다.

자신이 속한 불완전한 세계 속에서 불안한 우리들은 자꾸만 완전함을 추구한다. 채워지지 않은 갈증에 기갈이 난 사람처럼 불완전을 잘 견디지 못한다. 때문에 모두에게 문제가 있음에도 아무도 문제가 있음을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완벽해 보이기 위해 행복을 가장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웃어 보인다. 그렇게 가장된 세계 속에서는 누구도 행복할 수 없음에도 말이다.

부부와 가정의 흠결이 드러나는 것은 더욱 불안하다. 언제나 문제의 원인으로 지적받는 곳이며 흠결이 있을수록 옳지 않거나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선우와 준영을 괴롭히는 것은 가정의 문제뿐만 아니라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과 수군거림이다. 다경이 그토록 태오와의 온전한 가정에 집착하는 것도 '상간녀'라는 자신의 흠결  때문이다. 그러나, 부끄러움은 자신들의 몫이지 주변이 덤처럼 챙겨주어야 할 것이 아니다.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

▲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 ⓒ JTBC

 
언제든 휘청거릴 수 있는 것이 부부이며 언제든 파탄 날 수 있는 것이 가정이다. 문제는 이것이 '비정상'이라는 인식이다. 선우와 다경이 꿈꾸는 완전함은 존재하지도 않으며 그것만이 '정상'인 것도 아니다. 결혼이나 가정을 더 이상 유지하지 못하는 것은 비정상이 아니다. 그것은 또 다른 정상을 위한 해체일 뿐이다.

드라마는 혼자가 된 인물들을 비춘다. 혼자도 둘도 셋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문제는 완전하지 않은 것에 불안함을 느낄 필요가 없음에도 불안한 우리들이다. 완벽에 대한 집착은 결국 불완전에 대한 혐오나 적대로 이어진다. 어디에도 이상을 반영한 완벽한 부부는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에 완벽한 것은 어디에도 없기에 행복과 만족을 완전함이 가져다 주지는 못한다. 오히려 만족은 불완전함을 받아들일 때 찾아온다.

드라마 <부부의 세계> 많은 문제를 안고 있지만 완전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되는 가정과 그 가정을 이루는 부부의 관계를 지탱하는 허위를 파헤친다. 대부분의 '부부'들은 사랑하기 때문에 부부가 된다. 때문에 결혼은 대체로 사랑의 결실이자 완성으로 표현된다. 그러나, <부부의 세계>에 등장하는 여러 부부들은 결혼이 사랑의 완성이 아닌 시험대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부부는 결혼과 함께 사랑과 반목을 거듭한다. 부부가 이 과정을 통해 생성하는 것은 무엇일까. 더한 사랑일까, 덜한 사랑일까. 부부는 완전한 확신에도 완전한 불신에도 이르지 못한다. 사랑한다기에는 뭔가 부족하고,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부부는 언제든 파탄날 수 있는 동시에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불완전한 관계이다.

불완전함은 완전함보다 역동적이다. 때문에 불완전함은 불안과 함께 가능성을 내포한다. 가능성에 긍정적인 변화를 수반하는 만큼 불안은 잦아들 것이다. 선택은 결국 부부의 몫으로 남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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