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만요!"

오은영 박사가 VCR을 끊을 때마다 JTBC <가장 보통의 가족>(이하 <가보가>)의 출연자들은 한껏 긴장한다. 영상 속 자신들의 모습에서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전전긍긍한다. (물론 지적만 하는 건 아니다. 잘한 부분이 있으면 칭찬도 아끼지 않는다.) 의아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할 것이다. 그들은 귀를 쫑긋 세우고 오 박사의 말에 집중한다. 특히 아이와 관련된 조언이 나올 땐 초집중 모드가 된다. 

TV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심정도 그와 비슷할 것이다. 연예인 가족의 일상 속에서 보통의 가족이 겪는 어려움이 포착될 때마다 동질감을 느끼고, 함께 좋은 해결책을 구하는 마음이 된다. 또, 공감할 수 있는 심리 포인트들이 언급될 때는 위안도 얻는다. 문제는 '연예인(과 그 가족)'의 일상이 '보통'의 범주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인데, 이 괴리감을 조절하는 게 제작진의 고민일 것이다.

엄마와 다른 아빠의 훈육
 JTBC <가장 보통의 가족> 한 장면.

JTBC <가장 보통의 가족> 한 장면. ⓒ JTBC

 
지난 16일 방송된 <가보가> 4회에는 요리연구가 강레오-가수 박선주 부부가 출연했다. 두 사람은 극과 극의 생활 패턴을 갖고 있었다. 6대째 농사를 짓는 집안에서 태어난 강레오는 '스타 농부'를 꿈꾸며 전남 곡성에서 멜론 농사를 짓고 있었다. 반면, 도시를 좋아하는 박선주는 서울에서 자신의 사업을 하며 9살 딸 에이미와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긴 시간을 주말 부부로 지내왔다. 

그들은 양육관도 첨예하게 달랐다. 주양육자인 박선주는 에이미를 독립적으로 키웠다. 식사, 청소, 공부까지 스스로 할 수 있게끔 지도했다. 박선주와 에이미는 협조적인 모녀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는데, 오은영 박사는 그들의 바람직한 모습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강레오가 집에 올 때마다 집안에는 갈등 조짐이 보였다. 그가 (대부분의 아빠가 그러하듯) '딸 바보'였기 때문이다.  

강레오는 딸의 뒤를 졸졸 쫓아다니며 밥을 먹여주고 얼굴까지 씻겨줬다. 마치 아기를 대하듯 보살피며 챙겼다. 또, 함께 놀아주고 많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에이미도 살가운 아빠에게 한없이 어리광을 부리며 의지했다. 박선주는 그런 모습들에 불만을 토로했다. 평소에 아이를 독립적으로 키우고 있는데 강레오만 오면 그 규율이 무너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주양육자로서 자연스러운 걱정이었다. 

"제가 여기에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게요. 에이미는 잘하는 애예요. 정서도 잘 발달 됐고,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심도 좋고, 마음도 잘 이해하고 자기 할 일을 잘해요. 그리고 남한테 지나치게 의존적이지도 않은 애예요. 원래 그런 애예요. 그렇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그런데 아빠와의 관계에서 보이는 행동은 일종의 어리광을 부리는 거예요. 어리광은 늘 그러지 않으면 '정상퇴행'에 들어가요."

오은영 박사는 강레오와 에이미, 아빠와 딸의 관계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가장 편안한 사람에게 보이는 어리광은 '정상퇴행'에 속하며 아이의 스트레스와 긴장감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물론 육아에 있어 일관성은 중요하다. 일관성 없는 부모는 아이를 혼란스럽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에이미처럼 이미 독립적인 아이에겐 적당한 어리광은 오히려 긍정적이었다. 

오히려 문제는 에이미가 너무 바쁜 부모님 사이에서 일찍 철이 들어버렸다는 점이었다. 어떤 상황과 질문에도 '괜찮아'라며 부모를 배려하려고 하는 에이미의 태도는 안쓰럽기까지 했다. 오은영 박사는 엄마-에이미, 아빠-에이미의 관계는 매우 좋지만, 셋이 있는 경험이 적은 것 같다며 부모가 동업자 같은 사이처럼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의도적으로라도 세 사람이 함께 있는 기억을 만들어주라고 솔루션했다. 

"여기에서의 공간의 의미는 상징성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단지 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너가 이만큼 컸다는 걸 인정해 주는 겁니다. 이 상징성을 '공간'이라고 설명을 한 거지, 방을 같이 쉐어할 수밖에 없는 아이들도 방은 없어도 이렇게 말해주면 됩니다."

 
 JTBC <가장 보통의 가족> 한 장면.

JTBC <가장 보통의 가족> 한 장면. ⓒ JTBC

 
할말은 하는 부모

지난주에 출연해서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받았던 강성진-이현영 부부는 변화를 위한 노력을 보여줬다. 사춘기에 접어든 첫째 민우의 방이 온가족의 옷방으로 활용되고 있어 민우가 스트레스를 받았던 점을 개선하기 위해 옷장을 깨끗하게 정리했다. 온전한 자신의 공간을 갖게 된 민우의 얼굴은 한결 밝아졌다. 이처럼 솔루션 과정을 담아내면서 프로그램의 연속성을 만들어가는 건 매우 좋았다.

늦둥이 민하(5세)는 밥을 잘 먹으려 하지 않는 게 문제였다. 민하는 식사 시간이 되자 아이스크림부터 찾았고, 이어 떼를 쓰기 시작했다. 강성진은 이를 '애교'라고 표현했지만, 오은영 박사는 "부모는 할 말을 해야 할 때가 있다"면서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분명히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아이가 공복감을 느끼는 게 가장 중요하다면서 억지로 먹이거나 먹는 양에 몰두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조언했다. 

또, 3회에서 손경이 관계교육연구소 대표가 아들에게 몽정 축하 파티를 해줬다는 이야기를 유심히 들었던 강성진-이현영 부부는 민우를 위해 '몽정파티'를 열었다. 사춘기 아들의 성교육 문제로 고심하던 두 부부는 '부끄러워하지 말고 이야기하라'는 메시지에 힘을 얻었던 것이다. 민우는 처음엔 멋쩍어했지만, 곧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줬다. 아이들을 위해 변화를 시도하고 노력하는 두 부부의 노력은 감동적이었다.

<가보가> 4회는 시청률 1.91%(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를 기록했다. 3회(1787%)에 비하면 소폭 상승한 수치였다. 아직 유의미한 시청률이라 말하기 어렵고 첫회에 얻었던 2.24%를 회복하진 못했지만,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결국 관건은 얼마나 (자극적이냐가 아니라) 많은 '공감대'를 얻어내느냐일 것이다. '우리 가족의 이야기 같다', '나라면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할수록 <가보가>의 가치는 올라갈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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