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에서 눈에 띄는 현상 중 하나는 소위 전문직 종사자들이 운영하는 채널들이다. 특히 의사, 약사 등 이른바 '화이트 가운'을 입은 의학계통 유튜버들의 신장세는 예능 성격 1인 방송에만 국한되던 인터넷 개인방송의 폭을 더욱 넓혀주고 있다. TV나 신문 등을 통해서만 접할 수 있는, 다소 딱딱할 수 있는 다양한 의학 정보를 재치 있는 말솜씨로 소개하면서 일반 시청자들의 환영을 받고 있는 그들만의 비결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영화 및 드라마 블로거 못잖은 재미 유발
 
 유튜브 채널 '닥터 프렌즈'.  새 드라마 '영혼수선공' 리뷰 영상물 등 기존 의학 유튜버들과는 차별되는 색다른 콘텐츠로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유튜브 채널 '닥터 프렌즈'. 새 드라마 '영혼수선공' 리뷰 영상물 등 기존 의학 유튜버들과는 차별되는 색다른 콘텐츠로 관심을 모은 바 있다. ⓒ 닥터프렌즈

 
불과 몇년전만 하더라도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는 의학 정보를 제공하는 매체는 TV 였다. 특히 주부 대상 아침 교양 프로그램은 여러 의사들이 단골 초대손님으로 출연해 특유의 입담을 선사하는게 일반적이었고 요즘에도 비슷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과거 이시형, 고 황수관, 최근의 함익병, 오한진, 김소형 등 다양한 분야의 의사들이 각종 TV 교양 프로그램을 거쳐 시청자들에게 친숙한 존재로 자리매김해왔다.  
하지만 TV에서 온라인, 모바일 환경으로 달라진 것 만큼 의학 분야 전문가들도 발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그들 역시 유튜브에 대응하면서 웬만한 연예인 못잖은 인지도와 인기를 얻는 일이 흔해지고 있다. 최근 유튜브 구독자들에게 가장 주목받는 채널은 <닥터프렌즈>다.  

오진승(정신건강의학과), 우창윤(내과), 이낙준(이비인후과) 등 3인의 의사가 지난 2017년 개설한 이래 벌써 62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확보하며 급성장했다. 동네형 같은 친근한 이미지로 각자의 전공분야에 맞는 내용들로 채운 동영상은 어느덧 280여개에 달한다. 단순히 질병과 관련한 의학 상식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 이야기를 재치넘치는 기획으로 구성해 눈길을 모은다. 온라인게임, 웹툰, 드라마 리뷰로도 범위를 넓히면서 영화 블로거 이상의 흥미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최근엔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리뷰를 비롯해서 KBS와의 협업을 통해 신작 <영혼수선공> 현장 브이로그 영상물을 만들어  재미를 유발시킨다.

개인 의사 뿐만 아니라 대형 종합병원이 직접 운영하는 동영상 채널도 인기 채널로 관심을 모으곤 한다. 서울아산병원은 방대한 병원 규모에 걸맞게 소속 의사와 간호사 등이 출연하는 각종 영상물을 주기적으로 제작해 운영중이다. 병원 소식, 세미나 같은 의학 뉴스 성격의 콘텐츠와 각종 의학 상담 뿐만 아니라 CG 작업으로 제작된 영상물 등으로 개인 유튜버들과의 차별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친근한 동네형 이미지로 문턱 낮춰
 
 유튜브 채널 '약사가 들려주는 약 이야기'

유튜브 채널 '약사가 들려주는 약 이야기' ⓒ 약사가들려주는약이야기

 
의사 외에도 약사, 치과의사들도 의학 유튜버로 각광받고 있다.  <약사가 들려주는 약 이야기>를 운영중인 고약사(본명 고상온)은 전문 MCN업체인 샌드박스의 대표적인 유튜버로 인기를 얻고 있다. 역시 60만명 이상의 구독자 외에 200~300만 조회수 동영상도 다수 보유할 만큼 최근 3년 사이 급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는다. 종합비타민, 커피 등 실생활에서 일반인들이 흔히 섭취하는 영양제와 식품 등에 대한 각종 상식을 차분한 어조로 듣기 쉽게 설명하는 것이 장점이다.  때론 발연기에 가까운 동작을 취하면서 웃음을 유발해 자칫 딱딱할 수 있는 의학 상식에 대한 벽을 허물기도 한다. 

본인 이름을 그대로 내건 <치과의사 이상수> 채널은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동영상으로 화제를 모았다. 지금까지 250만뷰 이상을 기록한 "저 망해도 좋으니 양치 이렇게만 하시고 치과 오지마세요!"는 잘 알지만 한편으론 잘 하지 못하는 칫솔 사용법을 소개하면서 올바른 이닦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특히 유머에 가까운 시청자들의 댓글과 이에 일일히 응대하는 운영자의 답글은 영상 못잖은 재미를 선사하기도 한다.

유튜브 상에서 인기를 얻는 이들 의학 전문가들의 채널에는 흥미로운 공통점이 발견된다. 바로 친근함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보통 병원이라고 하면 어린이나 어른 할 것 없이 자주 가기 꺼려하는 곳 중 하나다.  주사, 하얀 가운이 주는 왠지모를 두려움 뿐만 아니라 "어디 안좋다는 말 나오면 어쩌지?", "치료비 많이 나오겠지" 등의 걱정을 안겨주기도 한다. 극히 일부지만 때론 고압적인 자세로 환자를 다루는 분들로 인한 편견도 존재한다. 

하지만 의학 유튜버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네형, 아저씨 같은 편안한 이미지로 의사, 약사 등에 대한 편견을 상당부분 상쇄시킨다. 병원, 약국 등을 방문하기 위한 전 단계로 유튜브를 시청하게끔 하는가 하면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춰 어려운 용어도 쉽게 풀어 설명하는 등 기존 딱딱하고 거리감 있는 직종의 문턱을 낮추기도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건강 위협 역시 의학 유튜버들을 사람들이 예전에 비해 더욱 주목하게 만드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유튜브가 이제는 정보 수집의 수단으로 자리잡다보니 의학 상식 역시 유튜브 검색을 통해 찾아보는 일이 보편화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유튜브 특유의 알고리즘은 관련 채널들을 하나 둘씩 자연스럽게 사용자들에게 노출, 소개시켜주면서 의학 유튜버들은 새로운 동영상 콘텐츠 흐름을 주도하는 인물들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일부 유튜버는 과대 광고, 무리수 콘텐츠로 논란 야기
 
 최근엔 개인 개업의사의 1인 방송 뿐만 아니라 서울아산병원 등 종합병원에서도 유튜브 채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최근엔 개인 개업의사의 1인 방송 뿐만 아니라 서울아산병원 등 종합병원에서도 유튜브 채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 서울아산병원

 
새로운 대세로 자리잡은 의학 전문 유튜버들이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비례해서 발생하기도 한다. 건강식품업 등 본인들의 사업을 뒷받침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과정에서 사실과는 다른 내용을 호도해서 전달하는 채널도 등장했다. 지난 15일엔 살균소독제인 과산화수소가 당뇨병이나 비염, 암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는 것처럼 판매한 업체 뿐만 아니라 해당 식품을 홍보한 의학 관련 유튜버 등이 식품안전처로 부터 고발돼 수사를 받게 됐다.

지난달엔 한 대학병원 의사가 응급실에서 사망한 환자를 찍어 유튜브에 올린 일이 논란을 야기한 바 있다. 해당 의사는 교육 목적이라고 주장했지만 사망하는 상황을 영상으로 담는게 과연 윤리적인 행동이냐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결국 해당 동영상 삭제 및 채널 자진 폐쇄로 마무리되긴 했지만 의료 윤리 위반의 지적이 끝이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수십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했던 한 유튜버는 자신의 명성을 이용한 비도덕적인 사생활로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결국 사과문을 올리고 모든 동영상을 비공개처리하는 등 황급히 유튜브 공간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와 같은 일들은 채널에 대한 대중들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단순히 전문가라고 해서 믿었는데 잘못된 정보 전달, 각종 잡음 유발을 접한 시청자로선 마치 배신당한 기분을 느낄 수도 있다. 때론 의사를 사칭한 채널도 목격되는 등 가짜뉴스로 치부해도 될 만큼 검증 없는 정보의 대량 유통 우려도 자아낸다. 전문가들이 만드는 내용일지라도 무조건 맹신하기 보단 신중하게 접근하는 자세도 시청자들에게 요구되고 있는 요즘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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