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션 죠지의 온라인 콘서트 지난 4일 뮤지션 죠지가 puff라는 플랫폼을 통해 온라인 콘서트를 진행했다. ⓒ 죠지

 
회사원 A(34)씨는 지난 4일 떨리는 마음으로 한 어플리케이션에 접속했다. 최근 김현철, 린 등 기성 가수와 컬래버레이션(협업) 하며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 뮤지션 죠지의 온라인 콘서트를 보기 위함이었다. 

"코로나가 끝날 줄 알고 3월부터 공연 예매를 쭉 해놨는데 모조리 취소됐다. 그래서 뮤직비디오나 유튜브로 만족하고 있었는데 라이브 공연을 온라인으로 하니까 신곡도 듣고 오랜만에 서로 생사 확인 하는 것 같아서 좋았다." (회사원 A씨)

국내 코로나19 사태가 최근 잠시 안정권에 접어들었지만, 오프라인 행사 비중이 절대적인 공연계는 여전히 불안에 떨고 있다. 폐쇄된 공간 혹은 집단 관람 형태에서 또다른 감염자가 나올 시에 받을 타격이 그 어느 분야보다 크기 때문이다. 이에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다양한 기획 또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오프라인보다 훨씬 더 쉽고 긴밀하게 소통하는 느낌"
 
 방탄소년단의 새 앨범 < MAP OF THE SOUL 7 > 글로벌 기자간담회

방탄소년단 ⓒ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가장 발 빠르게 대처한 곳은 SM과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 대형기획사였다. SM엔터테인먼트는 네이버와 손잡고 '비욘드 라이브(Beyond LIVE)'라는 유료 온라인 콘서트를 명목으로 소속 아티스트의 콘서트를 지난 4월 말부터 진행 중이고,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또한 BTS의 콘서트, 다큐멘터리를 비롯해 팬과의 소통 또한 온라인 플랫폼으로 진행했다.

내용 또한 화려했다. 비욘드 라이브에선 AR(증강현실)을 이용해 가상 생명체가 화면에 떠다니거나 팬들이 직접 아티스트에게 질문하고 반응을 살피는 모습이 나오는 등 기존 오프라인 콘서트에선 볼 수 없던 시도가 있었다. 일부 팬은 "오프라인보다 훨씬 더 쉽고 긴밀하게 소통하는 느낌"이라며 격한 환호를 보내기도 했다.

뮤지컬과 연극, 클래식 쪽 또한 최근까지 온라인 공연을 진행했거나 진행할 예정이다. 세종문화회관은 지난 4월 '힘내라 콘서트' 기획으로 12개 공연을 무료로 생중계했다. 코로나19로 취소된 공연 중 엄선해 관객에게 제공한 행사로, 침체한 공연업계를 응원하자는 취지였다. 인터파크와 블루스퀘어 또한 5월 중 '힘내라 공연' 기획을 통해 하반기 공개 예정인 세 편의 뮤지컬을 대상으로 배우의 토크콘서트 및 라이브 공연을 진행한다.

이처럼 온라인에 기반을 둔 공연이 이어지며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pandemic) 시대에서 살아남는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해당 공연을 진행해온 주체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비욘드 콘서트를 진행하는 SM엔터테인트먼트 소속 그룹 NCT127의 포스터.

비욘드 콘서트를 진행하는 SM엔터테인트먼트 소속 그룹 NCT127의 포스터. ⓒ SM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8일 오후 <오마이뉴스>에 "꽤 일찍부터 이런 온라인 기반 콘텐츠를 준비해 왔기에 꼭 코로나 사태 때문만은 아니지만 일정 부분 탄력을 받은 건 있다"면서 해당 기획의 배경을 설명했다. 아직은 여러 시도를 접목해 보는 투자 기간이기에 당장 수익을 기대하진 않겠지만 "케이팝 시장이 발전할 수 있게 앞으로도 다양하게 시도할 것"이라는 게 SM엔터테인먼트의 계획이었다.

실제로 아이돌 문화를 적극 소비하는 주체들은 "막차 시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해외에서도 좋아하는 가수들 공연을 볼 수 있어 너무 좋다"는 등 긍정 반응이 다수였다.

한 아이돌 기획사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잠잠해지고 오프라인 공연이 다시 활성화된다고 해도 온라인과 결합한 형태의 공연이 꽤 나올 것"이라며 "치열한 티켓팅 전쟁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고, 관객들 또한 이미 온라인 공연 관람에 익숙해져 있기에 보다 다른 차원의 공연이 이뤄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연극-뮤지컬은 영화와 달리 현장감이 매우 중요"

반면 뮤지컬, 연극, 중소기획사에선 보다 조심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자본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기획과 협업이 가능한 대형 가요기획사와 달리 가용 인력과 자금의 한계가 명확하고, 수익 비중 또한 오프라인 공연이 절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세종문화회관 담당자는 "'힘내라 콘서트'는 사업 취지 자체가 배우들의 출연료를 지원해주고, 문화회관 소속 단체뿐 아닌 코로나19로 취소된 모든 공연이 대상이었던 만큼 평가는 상당히 좋았다"면서도 "이런 온라인 기반 공연을 지속할 수 있을지, 유료 플랫폼을 해야 하는지 여부는 좀 더 고민하고 검토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공연 관람 패러다임이 갑자기 바뀌고 있고, 예산 마련 또한 중요한 문제라는 이유였다.

인터파크 담당자 또한 "'힘내라 공연' 기획은 침체한 공연 문화에 활기를 넣기 위한 목적으로 코로나19 이후 어려워진 분들을 돕자는 취지"라며 "이후에 이런 형태의 온라인 기획을 계속할지는 모르겠다. 아직 기획된 건 없다"고 알렸다.

이 관계자는 "공연계가 만약 전과 같이 정상으로 돌아간다면 (온라인 공연을) 굳이 안 해도 될 것 같다. 관건은 질병 자체가 어떻게 흘러가냐인 것 같다"며 "연극이나 뮤지컬은 영화나 드라마와 달리 현장감이 매우 중요하다. 대본이 있지만 매일 새로운 극을 보여드리는 거라 온라인으로 하는 것과는 완전 별개다. 기획사나 제작사들의 생계가 달린 문제라 온라인 플랫폼 공연을 상시적으로 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밝혔다.
 
 인터파크와 블루스퀘어 기획한 '힘내라, 공연'에 포함된 세 작품들

인터파크와 블루스퀘어 기획한 '힘내라, 공연'에 포함된 세 작품들 ⓒ 인터파크

 
"공연문화 자체가 아예 바뀌는 구조라 생각 안 해"

중소기획사와 중소레이블 쪽도 유보적이었다. 여러 뮤지션들이 자체적으로 온라인 공연을 하거나 연합해서 코로나 사태를 이겨보자는 취지의 이벤트를 열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오프라인 공연 활성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의견이 강했다.

지난 6일 코로나 사태로 중소 음악 레이블 쪽이 직격탄을 맞았다며 정부 지원을 호소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는 오는 8일부터 '온서트-음악은 가까이하기' 캠페인을 진행한다. 소속 가수들이 자발적으로 기존 발표곡 혹은 창작곡을 노래하며 공식 SNS 계정에 코로나 극복 및 공연 활성화에 대한 바람을 나누자는 취지다.   

현재 정부 관계자와 지원 대책을 협의 중이라 밝힌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윤동환 부회장은 "온라인 공연이 나오고 있다고 해서 공연 문화 자체가 아예 바뀌는 구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라며 "이후 유사한 일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한 일종의 테스트라고 본다"는 생각을 밝혔다. 이어 그는 "이런 랜선 라이브가 발전한다면 결국 그건 음악 방송과 다를 바 없다"며 "음악이 무료라는 인식이 있는 상황에 공연 또한 무료라는 인식이 생긴다면 티켓 가격 지불 자체가 위축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속마음을 털어놨다. 방송 플랫폼 쪽의 수익은 생기겠지만 무대를 준비하는 기획사나 제작사 쪽엔 실익이 없다는 의견이었다.

다른 중소레이블 관계자는 "BTS 등의 아이돌은 이미 글로벌 팬덤이 있기에 유료 결제 시스템으로 수익을 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뮤지션들은 수익보단 공연을 하지 못하는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차원으로 온라인 콘서트를 진행해 온 면이 있다"며 "계속 공연을 해나가겠다 의지 표명으로 본다. 다만 이런 사태가 재발한다는 가정 하에 실시간 유료 결제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보완 시스템을) 고민해 보면 (오프라인 공연과) 온라인 공연 병행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일종의 온라인 버스킹... 이런 공연 많아졌으면"
 
 세종문화회관에서 지난 4월 진행한 온라인 콘서트 기획인 '힘내라 콘서트' 관련 사진.

세종문화회관에서 지난 4월 진행한 온라인 콘서트 기획인 '힘내라 콘서트' 관련 사진. ⓒ 세종문화회관

 
밴드 및 솔로활동을 병행하는 뮤지션 유정목씨는 "온라인 공연을 일종의 대안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코로나 때문이 아니더라도 활동은 해야 잊히지 않는다는 생각에 시작된 것 같다"며 "요즘은 보편화하는 추세라 오히려 구독자가 많은 유튜브 채널에서 역으로 섭외가 오기도 하는데 나중에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온라인 공연을 봐주시는 분들은 오프라인에 대한 갈증을 채우려고 보시는 거라 생각하기에 공연 준비에 더욱 매진할 것"이라 덧붙였다. 

정작 이런 온라인 공연을 적극 소비하는 주체들은 이런 기획이 자주 나왔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수입의 상당 비중을 공연 관람에 소비하는 회사원 A씨는 "(오프라인) 공연장만큼의 생동감은 부족하지만 중간에 댓글도 읽어주고 대화도 잘 들려서 더 소통하는 느낌이 들었다"며 온라인 공연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공연 관람을 즐기는 B(36)씨 또한 "일종의 온라인 버스킹인 셈이라 이런 공연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며 "소액의 돈이라도 지불하고 싶은 만큼 그런 걸 줄 수 있는 루트가 생기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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