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 출연하는 모든 사람을 넓은 의미에서 '방송인'으로 묶는다면 현재 '국민MC' 유재석과 함께 대한민국에서 가장 사랑 받는 방송인은 요리연구가이자 더 본 코리아 대표인 백종원일 것이다. 백종원은 매주 수요일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이하 <골목식당>)을 통해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장사 노하우와 평생 연구한 레시피를 전수한다. 아무리 방송이라지만 백종원의 본업이 '요식기업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영입비밀'을 공개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목요일에는 <맛남의 광장>에서 소비자들에게 익숙하지만 불안정한 수급과 그로 인한 가격하락으로 외면 받는 농·수산물을 알리기 위해 전국을 돌아 다닌다. 가끔은 케이블TV로 활동범위를 넓혀 연예인 제자들에게 간단하면서도 따라하기 쉬운 집밥 레시피를 전수하기도 하고(<집밥 백선생>)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현지음식을 소개하며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주기도 한다(<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하지만 백종원이 가장 중점을 두고 많은 시간을 할애해 고정출연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역시 SBS의 수요일과 목요일 밤을 책임지고 있는 <백종원의 골목식당>과 <맛남의 광장>이다. 두 프로그램은 모두 백종원의 능력(?)과 노하우를 통해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린다는 공통점이 있어 백종원이 프로그램에 임하는 사명감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두 프로그램 속 백종원의 표정에는 꽤 많은 차이가 있다.

빌런들 때문에 웃을 일 없는 <백종원의 '뒷목'식당>
 
 <골목식당> 솔루션 과정에서 백종원의 웃는 모습을 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골목식당> 솔루션 과정에서 백종원의 웃는 모습을 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 SBS 화면 캡처

 
<골목식당>의 열혈 시청자들이 <골목식당>을 부르는 다른 이름은 바로 '백종원의 뒷목식당'이다. 매 골목마다 장사하는 사람으로서 마인드가 갖춰지지 않았거나 청결 상태 및 음식의 맛이 수준 이하이거나 매출상승 때문에 초심을 잃고 나쁜 버릇을 반복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런 식당들을 매주 봐야 하는 백종원이 조만간 뒷목 잡고 쓰러질까 걱정된다는 의미로 붙은 부제(?)가 바로 '백종원의 뒷목식당'이다.

지난 4월 29일에는 군포 역전시장의 마지막편이 방송됐는데 최종점검이었음에도 백종원이 지적했던 부분들이 고쳐지지 않은 식당이 많았다. 닭꼬치집의 경우 포장손님이 대다수이다 보니 손님을 끌어 들이기 위해 만든 야외석이 계산대가 되고 말았다. 이는 닭꼬치집이 치킨바비큐와 불막창을 팔 때부터 배달 위주로 장사를 하다 보니 홀손님에 익숙하지 않아 생긴 일이다. 닭꼬치집은 백종원으로부터 곧바로 손님 응대와 동선에 대한 수정을 지시 받았다.

그나마 닭꼬치집은 사정이 나은 편이었다. 여성 사장 홀로 운영하는 떡맥집의 경우 몰려오는 손님을 감당하지 못해 백종원이 전수한 레시피가 아닌 마치 간짜장 소스와 같은 양념을 만들었다. 이대 백반집이나 거제 도시락집처럼 초심을 잃었을 경우의 부작용이 너무 빨리 나타난 것이다. 결국 떡맥집의 사장님은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한 후 미리 준비했던 떡볶이를 모두 버리고 양념부터 새롭게 준비했다.

시장족발집은 입구 냉장고에 미리 포장돼 있는 상추의 숨이 죽어 있었다. 사장님들이 편의를 위해 전날 미리 쌈 포장을 하면서 백종원으로부터 맛집이 아니라 '공장'이 됐다고 혹평을 들었다. 모둠내장 역시 손님의 반응에 따라 삶는 시기를 결정하며 줏대를 잃고 말았다. 백종원은 손님들에게 낯설고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모둠내장은 주문을 받기 전 미리 충분한 설명을 해야 한다고 사장님들에게 다시 한 번 당부했다.

사실 마지막 주 최종점검과 마지막 촬영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웃으며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골목식당>에서는 마지막 방송 때까지 지적 받은 사항을 고치지 못한 식당이 많았고 백종원은 마지막까지 굳은 표정으로 사장님들에게 싫은 소리를 하는 경우가 늘어갔다. 4월 29일 방송에서 백종원의 표정이 밝았던 것은 상황실에서 김성주의 실없는 농담을 들었을 때와 군포시장을 쇼핑하며 다양한 먹거리를 구입했을 때 뿐이었다.

레시피 전수 아닌 멤버들과 농담 주고 받으며 함께 요리
 
 <맛남의 광장>에서 백종원(오른쪽)은 대수롭지 않은 농담에도 파안대소하는 경우가 아주 많다.

<맛남의 광장>에서 백종원(오른쪽)은 대수롭지 않은 농담에도 파안대소하는 경우가 아주 많다. ⓒ SBS 화면 캡처

 
이처럼 백종원은 <골목식당>에 출연하면서 알게 모르게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백종원의 스트레스 관리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골목식당>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바로 다음날 방송되는 <맛남의 광장>에서 많은 웃음을 통해 날리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맛남의 광장> 역시 가격이 폭락했거나 상품성이 떨어지는 농수산물들의 소비를 촉진시켜야 하는 공익적 의미가 강한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방식이나 색깔은 두 프로그램이 전혀 다르다.

<맛남의 광장>은 백종원 외에도 김희철, 양세형, 김동준 같은 예능인들이 함께 출연한다(최근에는 '반고정'이었던 에이프릴의 이나은도 사실상 고정멤버가 됐다). 초반 농민들의 어려움을 알리는 시간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시간을 출연자들이 개발한 메뉴를 소개하고 지역민들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시간들로 채우고 있다(최근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기존의 휴게소 판매 방식을 없애고 미식회 형식으로 변경됐다).

30일 방송된 <맛남의 광장> 군산 쭈꾸미 편에는 가수 소유가 게스트로 출연한 가운데 쭈꾸미로 만들 수 있는 요리들을 소개했다. 백종원은 딱딱하게 조리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예능인들과 농담을 주고 받으며 함께 요리를 만들어 나갔다. 때로는 '요리초보' 김동준의 보조를 자처하기도 했고 '수제자' 양세형과는 '톰과 제리' 같은 재미 있는 케미를 보여주기도 했다. 어민들의 고충을 듣는 시간을 제외하면 백종원의 얼굴에는 시종일관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일명 '농벤져스'로 불리는 <맛남의 광장> 출연진 4인(백종원, 김희철, 양세형, 김동준>은 최근 광고 출연료로 받은 수익을 전액 코로나19 극복 기금으로 기부했다. 김희철은 SBS < 8뉴스 >와의 인터뷰에서 기부액과 기부유무로 경쟁이 붙는 일부 연예인들의 행태를 꼬집으며 "기부는 배틀이 아닙니다"라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아마도 출연자들의 이런 착한 마음씨와 좋은 팀워크가 백종원이 <맛남의 광장>에서 유난히 많은 웃음을 지을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백종원과 <맛남의 광장> 멤버들은 함께 출연한 광고 수익을 전액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백종원과 <맛남의 광장> 멤버들은 함께 출연한 광고 수익을 전액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 SBS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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