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다크 워터스> 포스터.

영화 <다크 워터스> 포스터. ⓒ 이수C&E

 
사회고발 장르 영화는 기본 이상의 퀄리티를 자랑할 수밖에 없다. 다큐멘터리로 정확하고 심도 깊고 치밀하게 보여 줄 수 있을 텐데, 굳이 영화로 보여 주려는 데는 이유가 있을 테다. 실화를 가져와 최대한 사실대로 보여 주되, 드라마틱한 캐릭터와 사건과 분위기 등으로 관객들로 하여금 관심을 갖고 봐야만 하는 다양한 이유를 설정하게 하는 것이다. 

사건 자체가 웬만큼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고, 사건을 파헤쳐 해결에 다다른 사람이 없지 않을 수 없으며, 보는 이로 하여금 어떤 식으로든 삶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어쩌라고?'가 아닌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가!' 하는 말이 나올 것이고 나와야 한다.

최근 기억에 남는 영화로는 가톨릭 사제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다룬 <스포트라이트>, 예전 기억에 남는 영화로는 PG&E 공장 오염물질 유출 사건을 다룬 <에린 브로코비치>가 있는데 둘다 자타공인 수작 중 수작이라고 인정받고 있다.

최근 개봉한, 미국을 대표하는 감독 중 하나인 토드 헤인즈의 <다크 워터스> 또한 사회고발 장르의 수작 계보를 이을 만하지 않을까 싶다. 주연으로 분한, 환경운동가이기도 한 마크 버팔로는 2016년 뉴욕타임스의 탐사 기사를 보고 영화화를 결심해 토드 헤인즈 감독한테 어필하고 제작까지 참여했다고 한다. 2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 최대 화학 회사 '듀폰'의 PFOA 유출 사건을 다루었다고 하는데, 들여다보지 않을 도리가 없다. 

세계 최대 화학 회사, 세계 최악의 짓

1998년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주에서 농장을 운영하던 월터 테넌트는 가족처럼 키우던 소 190마리가 떼죽음을 당하자, 동네 주민의 소개로 뉴욕 대형 로펌의 대기업 변호 전문 변호사 롭 빌럿을 찾아간다. 처음 롭은 당연히 거절을 한다. 하지만 자신의 고향이기도 한 곳에서 벌어진 일을 외면만 할 수 없어 월터의 농장으로 향한다. 그곳의 참상을 두 눈으로 목격하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월터가 보내 준 영상도 살핀다. 그리곤 심적 결론을 내린 뒤 대표한테 사건을 맡겠다고 제안한다. 물론, 로펌 내에 그를 도와 줄 이는 없었고 그의 상대는 세계 최대 화학 회사 듀폰이었다. 

어찌어찌하여 듀폰의 사내 변호사를 만나 욕을 먹어가며 관련 서류를 입수하지만, 해당 변호사는 월터를 골탕 먹이려는 듯 지난 반 세기의 모든 서류를 보내 주었다. 오로지 사건에 연관된 서류를 살피는 데 주력하는 롭이 찾고 싶었던 건 PFOA였다. 아무도 정체를 모르는 그것. 그는 오랜 시간을 들여 조사하고 연구하고 취재하여 그것이 독성 폐기물질이라는 걸 밝힌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 일상생활에 아주 깊숙이 침투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알고 보니 듀폰은 인체 실험을 통해 PFOA가 독극물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이를 은폐한 채 무단 유출해 왔다는 것이었다. 더욱이 PFOA는 미국 환경보건국이 화학물질 규정을 만들기 전부터 존재했고 또 사용해 왔다고 한다. 롭 빌럿 변호사는 어떻게 싸웠을까, 이겼을까? 듀폰은 어떤 대응을 했을까? 합당한 배상이 이뤄졌을까? 배상하면 끝나는 것인가? 

사회고발의 묘미

영화 <다크 워터스>는 사회고발의 묘미와 영화적인 매력을 탁월하게 엮었다고 보긴 어렵다. 상대적으로 드라마틱한 요소가 덜 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랬기에 어느 정도의 퀄리티를 유지하면서 경각심을 최대한 높일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환경운동가 마크 버팔로의 영향력이 극대화된 결과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우선, 사회고발적 서스펜스는 치가 떨릴 정도다. 세계 최대 화학 회사인 만큼 그 영향력이 엄청날 텐데, 그들이 은폐하고 무단 유출한 PFOA가 가장 많이 쓰인 곳이 프라이팬이었다. 전 세계 어느 가정에나 있을 프라이팬에 쓰였다고 하니, 분노를 쉽게 가라앉히기 어렵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나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 뼈 아팠다. 

사회고발은 실행에 옮긴 미친 짓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보여주려는 의도를 충분히 인지한 채 보는 이가 판단해야 한다. 즉 <다크 워터스>의 사건을 두고 우리 일상 생활에 깊숙이 침투한 PFOA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알면 알수록, 들여다보면 볼수록 감당하기 힘든 진실이다. 

예전엔 '환경'이라고 하면 막연히 관심을 갖고 보살펴야 하는 영역인 정도로 생각했다. '언젠가 들이닥칠 테지만, 아직은 먼 얘기' 말이다. 하지만, '언젠가'가 어느새 지금이 되었다. 언젠까지 '아직은'이라는 생각과 말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이제 '환경'은 당장의 목숨과 삶에 직결되는 영역인 것이다. 관심을 갖고 보살피는 건 당연하고, 정책과 법이 수반되는 현실적인 답안이 필요하다. 

영화로서의 드라마틱한 묘미

영화로서의 드라마틱한 묘미를 너무 살리면 안 될 듯한 규모의 사건이 아니었나 싶다. 롭 빌럿이라는 사람 인생 자체에 그리 드라마틱한 요소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극중에서 롭은 워커홀릭으로 나온다. 가정에 매우 소홀한 가장인데, 가정 갈등은 영화를 구성하는 메인 요소라고 하기 힘들다. 

오히려, 사건을 맡고 몇 년이나 매달렸음에도 뚜렷한 진전이 없던 와중에 심한 압박을 받아 롭의 몸에 이상이 오고 마는 모습에서 드라마틱한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세계 최대 기업과 개인의 싸움은 어떤 모습인가. 물론 그조차도 <에린 브로코비치>의 캐릭터성 만발한 극적 요소나 <스포트라이트>의 팀 성격 강한 극적 요소와는 비교할 바가 아니긴 하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영화 자체로 보자면 극적 요소를 최대한 절제하고 '사회고발' 장르에 천착하며 오히려 거기에서 서스펜스를 끄집어내는 묘수를 내보였다. 수작 사회고발 영화의 계보를 잇지만, 결은 완연히 다른 것이다. 때문에 식상하지 않게 집중하며 본질에 가 닿을 수 있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형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singenv.tistory.com)와 <프리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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