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픈 더 도어> 포스터

영화 <오픈 더 도어> 포스터 ⓒ (주)팝엔터테인먼트

 
*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 <오픈 더 도어>는 1928년 와인빌 양계장 살인 사건에서 영감 받아 만들어졌다. 28년~30년 사이에 미국 캘리포니아주 일대에서 일어난 어린이 납치, 감금, 살해 사건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와인빌 양계장 살인 사건은 뒤바뀐 아이 모티브로 여러 영화에 영향을 끼쳤다.

클린턴 이스트우드 감독의 <체인질링>도 이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실화 드라마다.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의 절박한 심정을 안젤리나 졸리가 연기해 사실감을 더했다. 반면 <오픈 더 도어>는 같은 소재를 다르게 해석했다. 러시아 작가 안나 스타로비네츠가 완성한 스토리로 공포 스릴러 장르로 변주했다. 그녀는 디즈니가 만든 최초의 러시아판 판타지 <북 오브 마스터: 마법의 돌> 원작자로 알려져 있다.

사랑하는 아이의 실종으로 힘들어하던 부부 폴리나(옐레나 랴도바)와 이고르(블라디미르 브로비첸코프)는 3년 만에 입양하기 위해 한 보육원에 찾아온다. 하지만 아직 마음이 준비가 되지 않았던 폴리나는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보육원을 나온다. 우연히 옆 건물을 둘러보던 중 이끌리듯 무언가와 마주치게 된다.
 
 영화 <오픈 더 도어> 스틸컷

영화 <오픈 더 도어> 스틸컷 ⓒ (주)팝엔터테인먼트

 
공격적으로 변해가는 아이

그곳에는 어둡고 음습한 공간에 제대로 사랑도 교육도 받지 못한 아이(세바스티안 부가에브)가 있었는데 폴리나는 그 아이를 데려와 헌신적인 사랑으로 돌본다. 마치 자신의 아이 반야가 돌아온 것 같은 들뜸에 반야라고 이름까지 지어주며 엄마로서 무한 사랑을 준다.

남편 이고르는 공격적이고 반사회적인 이 아이를 반야라고 부르기가 내심 못마땅하지만, 아내가 다시 예전처럼 생기 있는 모습을 보자 입양을 결정한다. 하지만 아이를 데려온 이후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아이는 반야가 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다. 정신과 의사는 입양 아이들의 전형적인 행동이라며 사랑받기 위해 몸부림치는 거라 부부를 안심시킨다. 과연 더 많은 사랑을 주면 괜찮아지는 걸까? 부부는 의심 반 걱정 반으로 아이와 시간을 보내기 시작한다.

아이가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부부의 아이가 되어갈 즈음. 기적과도 같이 임신에 성공하며 이들의 관계는 비틀어지기 시작한다. 아이는 적극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며 공격적으로 변해간다. 자칫하다가는 목숨의 위협이 될 만큼 섬뜩하게 돌변하는 아이 때문에 극도로 불안한 폴리나. 혹시라도 뱃속의 아이를 잃을까 봐 전전긍긍이다. 단순히 동생이 생겨 질투하는 것과는 달랐다.
 
 영화 <오픈 더 도어> 스틸컷

영화 <오픈 더 도어> 스틸컷 ⓒ (주)팝엔터테인먼트

 
결국 폴리나는 거듭되는 공포감에 파양을 결심한다. 그러나 이고르는 그 사이 부모로서 책임감이 생기고 말았다. 처음에는 아이를 반대하던 이고르는 입양은 쉽게 데리고 왔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버리는 장난감이 아니라며 강력하게 항의한다.

하지만 폴리나는 단둘이 있을 때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해야 할 집이 죽음과 가까워지는 게 두려웠다. 아이가 이상하다고, 도저히 못 참겠다고 이야기해도 이고르는 그런 아내를 임신 초기라 예민한 것뿐이라며 다독이기만 한다.

영화는 인간의 나약한 심리를 쥐고 흔들어 댄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인간의 상처에 잠식한 어떤 존재를 그려낸다. 벌어진 틈에 약점을 파고들면 더 이상 손쓸 수 없게 된다. 국내 영화 <장산범>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잃어버린 아이의 목소리로 엄마를 혼란스럽게 하는 장산범의 실체는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지는 심리를 보여주었다.
 
 영화 <오픈 더 도어> 스틸컷

영화 <오픈 더 도어> 스틸컷 ⓒ (주)팝엔터테인먼트

 
상실의 고통은 자신밖에 못 이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고통은 누구도 치유해 주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만이 고통을 끝낼 수 있다. 악(惡은) 사랑이라는 자양분을 먹고 자라나는 독버섯 같은 존재다.

아름답고 귀엽게 보이지만 방심하는 순간 갑자기 무서운 공포로 변하는 그늘에서 자라나는 치명적인 함정이다. 영화는 시종일관 음산한 분위기 속에서도 아닌 줄 알지만 내 아이라고 믿고 싶은 부모의 절박한 심정이 교차된다. 러시아의 싸늘한 배경도 공포감을 조성하는데 일조한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보고 쓰고, 읽고 쓰고, 듣고 씁니다. https://brunch.co.kr/@doona90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