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많은 사람들을 알고 지낸다. 친한 사람도 있고 덜 친한 사람도 있을 것이며, 예의만 차리고 지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를 안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알고 있는 사람 중 잘 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tvN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생활> 2회는 누군가를 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통해 보여준다. 대여섯 개의 에피소드들은 제 이야기를 제대로 전하면서도 큰 이야기에서 틀을 잘 이루고 있다. 짧은 서사들은 다소 복잡하지만 산만하지 않게 뒤섞인다. 뒤엉킨 전기 회로에 마침내 짠하고 불이 들어오는 형상이다.
 
 tvN 목요 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 포스터

tvN 목요 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 포스터 ⓒ tvN

 
신경외과 센터장 민기준(서진원 분) 교수는 매체나 SNS에서 보이는 모습과 실제 모습의 괴리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인물이다. 카메라 시선 속에 담긴 그는 환자를 성심껏 살피는 다정하고 친절한 의사이다. 그러나 카메라가 쫓지 못한 닫힌 연구실 안쪽에서 민기준은 돌변한다. 그는 환자의 항의를 레지던트 용석민(문태유 분) 탓으로 돌리며 폭언을 퍼붓고 폭행을 가하는 사람이었다. 애초에 환자에게 무심한 자신의 잘못으로 벌어진 일이었다. 환자에게 적합하지 않은 수술 방법을 고집하는 민기준은 환자의 안위보다는 자신의 평판과 명성을 지키기에 급급한 사람이다.

매체나 SNS가 보여주는 모습이 실제와 다른 경우가 많다는 것은 이제 그리 놀랍지도 않다. 쏟아지는 영상과 사진, 몇 줄의 글 너머에 존재하는 누군가를 제대로 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일방적인 정보가 실제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우리는 자꾸만 함정에 빠진다. 보이는 것은 믿기 쉽지만 감춰진 무언가를 상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우리가 매체나 SNS의 함정에만 빠지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를 알게 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자신의 잣대로만 상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안정원(유연석 분)은 환자의 아픈 곳뿐만 아니라 보호자의 마음까지 성심껏 살피는 다정한 의사이다. 그는 응급 환자의 보호자에게 사무적인 어조로 사실을 전달하는 외과 레지던트 장겨울(신현빈 분)을 "나와 안 맞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노숙자 환자의 썩은 다리에 들끓은 구더기를 조용히 걷어내는 장겨울을 보고는 '달리' 생각한다.

안정원에게 별로였던 장겨울도 달리 보인 장겨울도 똑같은 장겨울이다. 장겨울은 그저 장겨울일 뿐이다. 안정원은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이 저마다 다르게 표현될 수도 있다는 것을 간과했다. 장겨울을 향한 안정원의 변화된 시선은 누군가에 대한 평가가 얼마나 주관적일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누군가에겐 괜찮은 사람이 다른 이에겐 싫은 사람이 될 수도 있다. 호감과 비호감 사이에는 주관이 존재한다. '팩트'에는 감정이 없으나, 시선에는 감정이 동반된다.

눈은 주인의 마음과 너무나 가깝다. 때문에 누군가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채송화(전미도 분)는 민기준의 환자를 그의 평판에 해를 입히지 않으면서도 자신이 수술할 수 있도록 조처한다. 민기준이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간파한 대응이다.
 
 tvN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 2회의 한 장면

tvN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 2회의 한 장면 ⓒ tvN

 
채송화의 날카로운 시선은 용석민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용석민은 담당 의사를 바꾸는 것이 좋다는 자신의 권유를 환자가 거절하자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내며 환자에게 무례하게 군다. 이를 목격한 채송화는 용석민의 숨겨진 본심을 정확하게 짚어낸다. 용석민이 환자에게 도를 지나친 태도를 보인 이유는 환자를 위해서가 아닌 자신의 논문을 위해서였다. 용석민을 향한 채송화의 질타는 용석민이 처한 상황을 잘 알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병원 생활을 함께해 민기준과 용석민의 성격과 상황을 잘 아는 채송화는 큰 소란없이 상황을 조율한다. 그러나 용석민의 일탈은 눈 감고 지나치지 않는다. "환자에게 사과하지 않으면 다시는 널 보지 않겠다"라는 채송화의 경고는 용석민이 보지 못하고 지나친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지적한다. 의사인 용석민이 꼭 봐야 할 것은 무엇보다 환자의 안위였다.

소통되지 않는 민기준과 위험한 수술을 앞에 둔 환자 사이에서 용석민은 자신이 손해볼까 불안하다. 그런 그와 달리 채송화는 환자의 안위가 최우선이었으며 자신의 커리어는 신경쓰지 않는다. 용석민은 환자의 안위는 뒷전인 민기준의 태도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었다. 채송화가 본 것은 용석민의 무례 너머에 존재한 '미래의 민기준'이었을 테고, 그것을 두고 볼 수는 없었을 것이다.

물론, 함께한 시간이 길다하여 그 사람의 전부를 알 수는 없다. 20여 년의 시간을 함께했지만, 안정원이 재벌 아들이었다는 것을 친구들이 알게된 것은 최근이다. 그가 병원의 '키다리 아저씨'라는 것을 4명의 친구들은 아직도 알지 못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학 신입생 시절 양석형(김대명 분)이 채송화에게 좋아한다는 고백을 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안 3명의 친구는 경악한다. 4명의 친구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채송화의 대답을 적당한 거절 답변을 찾지 못해 한 뻔한 것이었을 거라고 추측한다.

김준완(정경호 분) 역시 모든 것을 다 말하지 않는다. 채송화는 연인의 바람을 일러주지 않은 김준완에게 화를 낸다. 김준완은 채송화 모르게 그녀의 연인을 찾아가 바람을 스스로 고백하라고 경고한 사실을 밝히지 않는다.

누구도 모든 것을 볼 수 없기에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 율제종합병원 5인방 각자에게도 비밀은 있으나, 비밀이 이들의 관계를 해치지는 않는다. 모든 것을 알 수 없다해도 오래 지속된 대부분의 관계에는 보이지 않는 믿음이 존재한다. 모든 것을 아는 것이 꼭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드러나야 할 것은 드러나야 하겠지만, 때론 비밀도 필요한 법이다.

비밀이 있는 곳에는 호기심 어린 시선이 모인다. 안정원의 비밀이 어떻게 밝혀질 것인지, 김준완은 왜 채송화에게 솔직하지 못한 것인지, 숨겨진 이야기는 흥미를 유발한다. 특히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다는 채송화의 대답은 향후 드라마 전개에 영향을 미칠 수수께끼로 추측된다. 용석민에게 환자 핑계 대지 말라는 일갈을 하고, 솔직하게 말하지 않은 김준완을 힐난하는 채송화의 성격으로 미루어 그녀가 그저 그런 뻔한 대답을 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2회에 등장한 5인방 밴드가 연주하며 부른 노래는 베이시스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다. 이 노래의 마지막 가사는 '옛 사람이 그리워진 걸까'였다. 연인과 헤어진 채송화의 현재 상황과 과거의 이야기가 전체적인 노랫말과 마지막 가사와 연결되며, 자못 흥미를 돋운다. 채송화의 시선은 어디로 향해 있던 걸까.

살다보면 때로 자신 안의 아픔 때문에 타인의 시선을 왜곡해 인식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자신을 향해 굴절된 시선을 보내고 있던 채송화의 동창 갈바람(김국희 분)은 타인의 시선을 왜곡해서 인지한다. 같은 병실의 할머니들이 자신을 이상하게 바라본다 생각했지만, 실상 '구름을 만드는 갈바람'은 그녀 자신이었다.

병실의 할머니들에게는 갈바람의 한쪽 유방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예뻐서 바라본다는 할머니들의 이야기에 눈물을 흘리는 그녀는 너무나 애처롭다. 타인의 시선과 평가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를 향한 자신의 시선이다. 자신을 향한 시선이 왜곡되면 주변의 시선을 제대로 받아들일 수 없게 된다.

스스로가 만든 벽에 갇힌 갈바람을 향한 할머니들의 따뜻한 말과 시선은 그녀에게 힘이 되어 줄 것이다. 소녀보다 더 소녀같은 할머니의 모습은 덤이다. 누군가에게 다정한 위로를 주는 시선에는 이러한 순수함이 깃들기 마련이다.
 
 tvN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 2회 한 장면

tvN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 2회 한 장면 ⓒ tvN

 
한 사람은 다양한 모습을 갖고 있기에 그걸 모두 제대로 안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귀신이나 부처와 같이 한 집단에서 누군가를 부르는 별명은 그 사람의 특정 부분을 강조한다. 병원 내에서 모든 것이 완벽한 채송화는 '귀신'으로, 부드럽고 온화한 안정원은 '부처'로 불린다. 그러나, 연인의 바람을 눈치채지 못한 채송화가 귀신일 리도 없으며, "빨리 먹는다"고 채송화와 김준완에게 잔소리를 퍼붓는 안정원이 부처로 보이지는 않는다.

우리는 장소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몇 가지 정체를 지니기 마련이다. 누군가를 잘 안다고 자신하며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이라고 단정짓는 것은 조금은 주의가 필요한 일이다. 본과 실습생 장윤복(조이현 분)과 장홍도(배윤성)은 10년 전 만난 의사에게 감동받아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다는 이야기를 전해준다. 이런 저런 단서들은 그 의사를 채송화로 가리키지만 굳이 정답을 알 필요는 없을 듯하다. 누군가를 안다는 것은 이처럼 알듯 말듯한 수수께끼처럼 아리송한 것이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2회는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널리 알려졌지만 자주 우리가 잊고 있는 이야기를 새롭게 전해준다. 우리의 눈은 천리안이 아니며 우리의 마음에 사랑만 가득한 것도 아니다. 아닌 것은 아니겠지만, 적당히 눈을 감고 적당히 포용하며 이 한계를 보완한다. 때로는 보이는 것에 기대 보이지 않는 것을 읽어낼 줄 아는 혜안도 필요하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양선영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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