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에서 방송중인 <77억의 사랑>은 전세계 인구 77억 명을 대표하는 각국 청춘남녀가 연애와 결혼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토론 예능' 프로그램이다.

JTBC에서 방송중인 <77억의 사랑>은 전세계 인구 77억 명을 대표하는 각국 청춘남녀가 연애와 결혼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토론 예능' 프로그램이다. ⓒ JTBC

 
JTBC에서 방송 중인 < 77억의 사랑 >은 전세계 인구 77억 명을 대표하는 각국 청춘남녀가 연애와 결혼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토론 예능' 프로그램이다. 외국인들이 능숙한 한국어 실력으로 특정 주제를 놓고 토론한다는 콘셉트나, 3명의 한국인 MC 체제, 출연자들의 좌석배치와 구성에 이르기까지 자연스럽게 같은 방송사의 전작인 <비정상회담>을 떠올리게 한다.

MC와 고정 패널 모두 남성출연자만으로 구성되어 다양한 이슈를 넘나들었던 전작에 비해 < 77억의 사랑 >은 남녀 성비를 5대 5로 맞췄고 사랑이라는 주제에 보다 집중한다는 차이가 있다. 각 나라마다 전혀 다른 연애관이나 국제연애 문화 등을 비교하고 공감대를 찾아간다는 점에서 사실상 <비정상회담>의 '로맨스 버전'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다.

<비정상회담>이 알베르토 몬디, 샘 오취리, 장위안, 타일러 라쉬 등 이후로도 국내 방송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재한 외국인 스타들을 대거 배출한 것처럼 < 77억의 사랑 >에서도 안코드(영국), 줄리아(핀란드), 요아킴(스웨덴), 호르헤(콜롬비아), 막심(러시아), 미즈키(일본) 등 뛰어난 입담과 개성을 갖춘 선남선녀 외국인 출연자들이 대거 등장하여 눈길을 끌었다. 안젤리나 다닐로바(러시아)나 장역문(중국), 우메이마 파티흐(모로코) 등 이미 국내 방송에 여러 번 출연한 경험이 있어서 인지도가 높은 멤버들도 있다.

방송 7주차, '식상함'이 문제다

하지만 < 77억의 사랑 >은 불과 방송 7주차 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 벌써 '식상함'을 우려하는 지적이 나온다. 기본적으로 <비정상회담>의 '아류' 이미지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부터가 문제다. 출연자와 MC가 바뀌었고 연애 관련 주제를 다룬다는 것을 제외하면 < 77억의 사랑 >의 구성은 사실상 <비정상회담>과 차이점이 거의 없다. 시청자들의 시각에서는 겉포장만 바꾼 똑같은 프로그램을 다시 보는듯한 느낌이다.

주제 선정과 내용도 하나같이 진부하다. < 77억의 사랑 >은 지금까지 동거, 비혼, 프러포즈, 마마보이, 바람, 결혼식 문화, 혼전계약서 등 연애와 관련된 다양한 주제들을 다뤘지만, 대부분은 이미 기존의 연애 예능이나 토크쇼에서 수없이 다뤘던 주제들을 외국인 출연자들을 통하여 반복하고 있을 뿐 내용상의 차별화는 없었다.

또한 연애라는 주제가 시사와는 또 달리 모범답안을 정하기 어려운 사안임에도 대부분의 토크 진행방식을 찬반으로 의견을 나누는 '이분법'으로 진행하다 보니 다양한 시각에서 이야기가 전개되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생긴다. 

급기야 23일 방송된 7화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나 '육아 휴직'같은 프로그램의 기존 콘셉트와는 다소 동떨어진 주제들이 나오기도 했다. 물론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이고 육아휴직도 연예와 결혼 이후 맞닥뜨릴 현실적 문제란 점에서 일정 정도 상관관계가 있다고 치자. 그런데 예고편의 다음회 주제는 신천지 같은 '신흥종교와 관련된 사건'이었다. 연애나 사랑과는 거리가 있는 주제들이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프로그램의 소재 고갈과 정체성 혼란이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방송에서는 알베르토와 샘 오취리, 타일러 등 <비정상회담> 출신 멤버들이 게스트로 등장하여 <비정상회담> 시즌 2같은 느낌을 줬다. 

출연진의 한국어와 토론 실력은 갈수록 도마에 오르고 있다. <비정상회담>에서도 지적되었던 부분이지만 < 77억의 사랑 >의 경우, 개성넘치는 캐릭터들을 다수 배출했던 <비정상회담>보다도 출연진간의 격차가 더 크다.

< 77억의 사랑 >은 외국인들이 단순히 일상적인 대화를 주고받는 수준이 아니라 한국어로 토론을 해야 하는 프로그램이다. 조셉, 안코드, 줄리아 등 몇몇 멤버를 빼면 특정주제를 놓고 심도있는 한국어 토론이 가능할 정도의 표현력을 갖췄거나 적극적으로 자기만의 주장을 펼쳐내는 출연자는 드물다.

정작 방영 한달이 넘도록 리액션 외에는 존재감이 없거나 정해진 대본과 자료에만 의지하는 느낌을 주는 출연자들도 다수다. 이러다 보니 토론 과정에서 각기 다른 개성과 가치관을 지닌 다국적 출연자들간의 케미가 잘 살아나지 않는다. 특히 <비정상회담> 멤버들이 등장한 7회 토론에서 기존 < 77억의 사랑 > 패널들과의 토론 실력차이는 더 두드러졌다.

한국인 3인 MC들의 역할 분담도 아쉽다. 신동엽이라는 정상급 메인 MC가 있는데도 전체적인 토론 진행이 안정적이지 못하고 산만하다는 느낌이 강하다. 2030 세대의 청춘남녀들로 구성된 외국인 출연진과 50대 한국인 기혼남성인 신동엽의 '공감' 이 부족하다.  

분위기메이커 역할인 김희철은 오히려 불필요한 애드리브나 과도한 농담으로 이야기의 흐름을 끊는 경우가 더 많다. 유인나는 한국 여성의 일반적인 관점을 대변하고 경험에서 나오는 조언을 해주는 역할이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신동엽이나 김희철보다도 더 메인 MC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 77억의 사랑 >은 제대로 된 토론이라기에는 대화의 수준이 너무 얕고, 가볍게 웃고 즐기는 토크쇼라기에는 지나치게 지루하다. 나름 개성있는 각국 청춘남녀를 모아놓고 20-30 세대의 국제연애와 결혼관 그리고 이성에 대한 실제 고민 등을 이야기하겠다는 취지가 이 정도로밖에 표현될 수 없나 아쉬울 정도다.

차라리 사랑과 국제연애라는 본래의 정체성에 더 걸맞게 신동엽의 전작이자 화끈한 연애담론과 '섹드립' 등으로 인기를 끌었던 <마녀사냥>의 '글로벌 버전' 정도로 성격을 재편하는 게 훨씬 더 매력적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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