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라진 소녀들> 포스터

영화 <사라진 소녀들> 포스터 ⓒ 넷플릭스

 
우리는 누구나 공권력을 믿는다. 우리에게 가장 가까이 있는 존재는 경찰일 것이다. 우리는 그들의 보호 아래 안전하게 생활해 나갈 수 있고, 사건이나 사고를 마주했을 때 경찰이 잘 해결해 줄 것이라 믿는다. 일선의 경찰들은 국민들을 위해 기꺼이 일한다. 작은 사건부터 큰 사건까지 각 영역의 경찰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믿고 의지할 수밖에 없다. 그건 공권력을 가지고 있는 그들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엔 틈이 있다. 사건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것에 임하는 경찰들의 태도는 조사의 향방에 큰 영향을 미친다. 누구나 특정 직업이나 인물에 의견을 가질 수 있다. 일하는 경찰들도 그런 태도나 생각을 가질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이 조사하는 사건이나 사고에 영향을 미친다면 그건 심각한 결과를 가져 온다. 그런 의견이 가미되기 시작하면 그들의 시각에는 일종의 편견이 생기며 사건 자체에 대한 시각을 오염시킨다. 결과적으로 그것은 지나고 보면 아주 큰 오류가 되어버린다. 

미국 롱아일랜드 연쇄살인사건을 다루는 영화 <사라진 소녀들>

영화 <사라진 소녀들>은 실종된 소녀들에 대한 이야기다. 더 정확하게는 성 노동자 연쇄살인사건에 대한 내용이다. 영화는 2010년에서 2011년까지 뉴욕 주 롱아일랜드에서 실제로 발견된 시신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 중심에 있었던 피해 여성 섀넌 길버트와 그의 가족을 보여준다. 섀년 길버트는 10대 때 집에서 가출하여 독립된 생활을 해 왔다. 성 노동자로 일하며 자신의 엄마와도 연락이 뜸하던 인물이다. 그가 실종되자, 그의 엄마인 마리 길버트(에이미 라이언)는 자신의 딸을 찾으러 나선다. 

마리는 딸의 남자 친구와 함께 딸이 실종 당일에 만났던 인물들을 찾아다니다가, 결국 롱아일랜드 경찰에게 도움을 청한다. 하지만 그가 마주한 건 벽이었다. 실종자가 성 노동자라는 이유로 경찰들은 여러 가지 의심할 만한 정황을 무시했다. 마리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경찰들을 설득하려고 노력하지만 결국 사건의 담당자들이 만들어 놓은 이미지의 벽에 갇혀 버린다. 
 
 영화 <사라진 소녀들> 장면

영화 <사라진 소녀들> 장면 ⓒ 넷플릭스

 
그 벽은 성 노동자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각과 비슷하다. 성 노동자로 일하던 그들이 살인을 당하거나 실종된 데는 분명 그들이 가진 직업적 특성이 영향을 줬을 거라는 식의 추정이다. 섀넌이 실종된 지역 근처에서 10여 구의 시신이 더 발견되었지만 사건을 바라보는 경찰과 세상의 시각은 변하지 않는다. 마리는 발견한 여러 가지 단서들을 가지고 경찰에게 찾아간다. 하지만 경찰은 오히려 마리의 정신적인 문제와 집안 문제를 거론하며 피해자에게 문제가 있었을 거라는 태도를 고수한다. 

성 노동자에 대한 편견이 만든 구멍

경찰은 결국 편견에 사로잡혀 골든타임을 놓쳐버린다. 미국 뉴욕에서 10여 명 이상의 성 노동자가 시신으로 발견되었고, 1명은 실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용의자조차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섀년의 엄마인 마리만이 딸이 실종된 마을 근처의 사람들을 탐문하며 포기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런 마리의 노력은 결국 섀넌을 찾는 단서가 된다. 

영화는 실종 사건을 쫓는 데만 집중하지 않고 마리와 딸들의 관계도 세심하게 그려낸다. 마리는 싱글맘으로 공사장 중장비 기사로 일하지만 저녁에는 파트타임으로 식당일을 해야 할 정도로 형편이 좋지 않다. 혼자 세 명의 딸을 키워냈지만, 딸 중 두 명은 조울증 등 정신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그는 그나마 정상적인 관계를 유지했던 둘째 딸과의 관계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다. 마리는 자신을 둘러싼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다. 
 
 영화 <사라진 소녀들> 장면

영화 <사라진 소녀들> 장면 ⓒ 넷플릭스

 
사람과의 관계에서 시니컬한 태도를 유지해왔던 그는 섀넌을 찾는 과정 속에서 자신을 돕는 사람들을 만난다. 이미 희생된 사람들의 가족들과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마리는 점점 강한 마음을 먹게 된다. 마리는 결국 남은 가족들을 지키고자 한다. 남은 두 딸을 챙기고, 그 관계를 돌아보면서 지금 자신이 살아가야 하는 삶과 태도는 무엇인지를 고민한다. 

끝내 포기하지 않았던 가족이 실마리를 찾다

아마도 실제로 있었던 이 사건의 희생자들을 가장 괴롭혔던 것은 사람들의 시선이었을 것이다. 성 노동자라는 이유로 살해를 당했는데도 사람들은 비아냥과 무시로 일관한다. 이런 분위기는 공권력을 가진 경찰에게도 이어져 범인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렸다. 과거의 연쇄살인과는 다르게 롱아일랜드 연쇄살인 사건이 이루어진 시기는 이미 인터넷과 모바일 그리고 과학수사 기술이 꽤 발전한 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의자조차 특정하지 못하게 된 건, 그런 희생자들에 대한 외부의 시선 때문임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영화 <사라진 소녀들>은 사건을 쫓는 과정 자체가 긴박하게 그려지진 않는다. 오히려 인물의 심리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싱글맘 마리가 그동안 가까이 지내지 못했던 자신의 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겪는 외부의 시선과 반응에 더 집중한다. 영화는 관람하는 관객들이 경찰이라는 공권력이 무력해지는 이유에 분노하게 만들고, 우리도 직업으로 누군가를 평가하고 외면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만든다.

여전히 이 사건은 미제로 남아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미제로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들의 가족들은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있다. 언젠가는 포기하지 않는 그들로 인해 진실은 밝혀질 것이다.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하나의 사건 안에서 평생을 머무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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