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0일 국내에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후로부터 두 달 가까이 흘렀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신종 바이러스의 공격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풍경은 완전히 달라졌다. 거리와 대중교통엔 인파가 줄었다. 사람들은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 13일 방송한 KBS <시사 직격> '마스크 전쟁' 편은 우리 사회가 처음 겪는 마스크 대란을 취재했다. 마스크를 둘러싼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앞으로 우리는 한정된 자원인 마스크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시사 직격>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시사 직격>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벌어진 마스크 품귀 현상으로 많은 사람이 불편함을 겪고 있다. 곳곳에서 마스크 매점매석과 가격폭등이 발생했다. 마스크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정부 합동 조사에 따르면 2월 6일부터 3월 12일까지 320여 건이 적발되어 약 1400만 장이 넘는 마스크가 회수되었다. 도대체 어떤 이들이 국가적 재난 상황을 이용하여 마스크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것인가? <시사 직격> 제작진은 식품의약품안전처 마스크 단속반의 단속 현장에 동행했다.

경기도 시흥시에 위치한 A 마스크 유통업체는 마스크 8000개를 몰래 숨겼다가 단속반에 적발되었다. 현행법상 지난해 판매량의 1.5배에 해당하는 물량을 5일 이상 보관하면 매점매석에 해당한다. 경기도 안산시에 있는 B 마스크 공장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고한 물량 이상을 몰래 생산해 유통하려다가 단속반에 걸렸다.

경기도의 C 마스크 공장에선 제품 고유번호가 없는 마스크들이 발견되었다. 제품 고유번호가 없다는 건 정식 생산량으로 집계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공장 관계자는 "판촉용으로 만들었다"는 해명을 늘어놓는다. 또 다른 공장에선 식품의약품안전처 단속을 피하고자 마스크를 다른 박스에 집어넣었다가 발각되었다. 이런 수법으로 빼돌려진 마스크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비싼 가격으로 거래되었다.

인터넷 쇼핑몰에 마스크 물량이 올라오면 곧바로 품절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재기 업자들이 개입했기 때문이다. 사재기 업자들은 반복 작업을 자동화한 컴퓨터 프로그램인 '매크로'를 이용하여 마스크를 대량으로 사들인다. 그렇게 모인 마스크들은 천정부지로 올린 가격으로 탈바꿈해 시장에 다시 등장한다. 유경국 송파경찰서 지능범죄 수사관의 설명이다.

"이 사람이 만약 이렇게 매크로를 걸었다고 하면 다른 불상의 사람이 또 매크로를 걸고. 그러면 매크로와 매크로의 싸움이 되는 겁니다. 기계의 싸움에 국민이 전혀 들어갈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시사 직격>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시사 직격>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현재 우리나라의 일일 마스크 생산량은 천만 개가 넘는다. 지난 한 달 사이 두 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문제는 지금의 생산량을 유지하는 것도, 더 늘리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국내 최대의 마스크 제조업체인 '웰킵스'는 생산 라인을 24시간 가동하며 1일 생산량을 35만 개에서 80만 개로 올렸다. 그런데 생산량을 두 배 넘게 올리면서 생산직원들에 과부하가 걸리고 말았다. 다른 마스크 공장의 상황도 비슷하다. 정부는 마스크 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군인들까지 생산 현장에 투입했다. 박종한 웰킵스 대표의 이야기다.

"현재 작업자의 피로도가 가장 큰 문제입니다. 작업자가 피로하다 보니까 상대적으로 불량률이 높아지고. 그래서 불량품을 선별하는데 (추가로) 인원이 투입되고. 생산량이 원래는 3배 이상 나와야 하는데 그만큼 못 나오는 큰 원인이 됩니다."

마스크 제조업체들은 보건용 마스크에 쓰이는 MB(Melt Blown)필터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전기를 이용하여 먼지나 세균 등을 걸러내는 기능을 하는 MB필터는 KF94, KF80 마스크 생산에 사용된다.

현재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중국이 MB필터 수출 금지를 내리며 국내 공급이 끊어졌다. 그래서 인도산, 터키산, 러시아산 등 MB필터 수입 경로를 다양화한다는 소식도 들리지만, 전 세계의 마스크 수요가 올라간 상태라 충분한 양을 확보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지금으로선 국내의 MB필터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 최선이다.
 
<시사 직격>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시사 직격>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증가하면서 마스크 부족 사태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지난 5일 마스크 수출 금지와 마스크 5부제 시행을 골자로 한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한 사람당 일주일에 마스크 2장씩만 살 수 있는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되면서 매일 전국 각지에서 마스크를 사기 위해 약국 앞에 긴 줄을 늘어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왜, 모두에게 마스크가 필요해졌을까?

질병관리본부는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지금까지 몸이 아픈 사람이 아니면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의 3월 9일 브리핑 내용이다.

"호흡기 증상이 있으신 분들은 남에게 전파라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 활동을 하시거나 의료기관을 방문하실 때는 남에게 전파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 마스크를 쓰시는 걸로 권고를 계속 드렸고요. 그리고 혹시 노약자분들이 의료 기관을 가실 때는 (감염에) 노출될 수가 있기 때문에 그런 분들은 마스크 착용 권고를 계속 드렸습니다."

반면에 다른 정부 부처는 마스크에 관한 입장을 계속 바꾸어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코로나19가 전파되던 초기에 정부는 마스크 착용이 주요한 안전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1월 29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감염 예방을 위해서는 KF94, KF99 등급의 마스크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적혀 있다.

청와대, 지자체, 정치권 등도 마스크를 착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확진자의 동선을 공개하는 과정에서도 마스크 착용 여부가 부각되었다. 당연히 마스크에 관한 국민 인식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시사 직격>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시사 직격>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마스크 공급이 부족해지자 정부는 지침을 변경했다.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감염 우려가 높지 않거나 보건용 마스크가 없는 상황에서는 면마스크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라며 기존의 입장을 뒤집었다. 덩달아 청와대, 정부, 지자체 등도 마스크를 벗은 채로 대중 앞에 나섰다.

정부의 이런 메시지를 대다수 사람은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일관되지 못한 정부의 태도는 국민들의 불안과 불신만 키웠을 따름이다. 김창엽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현재 마스크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지역 사회 감염이 되면 상대적으로 각 개인이 해야 할 일이 더 많습니다. 그만큼 더 개인이 어떤 걸 하느냐가 중요해졌고 전체적인 방역의 대책도 그런 걸 강조하다 보니 그런 종류의 개인이 해야 할 일, 개인의 욕구, 개인의 불안, 이런 게 이어지기 때문에... (그런 현상이) 마스크로 집약되어서 나타난 것 아닌가 (싶습니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착용하는 마스크. 그러나 마스크 대란은 자신을 위험하게 하는 역설적인 상황을 낳았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료진과 환자들에게 마스크가 가장 필요하다. 다음으론 노약자, 임산부, 기저질환을 가진 사람들에게 나눠주어야 한다. 마지막 차례로 건강한 사람이 받아야 한다.

우리 사회가 코로나19에 무너지지 않으려면 의료진부터 보호받아야 한다. 그런데 현재 병원의 물자는 점점 부족해지는 중이다. 경기도의사회는 자체적으로 확보한 마스크를 병원으로 보내고 있으나 턱없이 부족할 뿐이다. 의사들이 제때 마스크를 공급받지 못해 감염의 위험에 노출되면 사회 전체가 더 위험해질 수 있다. 이동욱 경기도의사회 회장은 병원에 마스크가 절실하다고 이야기한다.

"지금은 공적 마스크 외에는 마스크를 살 수 있는 길이 없습니다. 병원도 똑같아요. 의사들도 약국 가서 줄 서서 기다리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마스크 하나를 가지고 일주일씩 쓰는 회원들도 있습니다. 마스크 자체가 일주일을 사용하면 온갖 병균이 묻지 않습니까? 계속 갈아줘야 되죠. 의료진의 안전을 위해서나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
 
<시사 직격>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시사 직격>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이제 마스크는 의학적인 의미를 넘어 심리적인 방어 수단으로 자리를 잡았다. 더욱이 개인위생을 철저히 지키는 시민이란 상징성까지 갖게 되었다. 현재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은 이상한 취급을 받게 된다.

하루에 마스크 천만 개를 생산해도 오천만 전 국민이 하나씩 받기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마스크 수요와 비교할 때 공급이 부족한 상황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마스크의 생산, 유통, 분배를 원활하고 투명하게 관리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수밖에 없다.

정부는 마스크를 골고루 나눠주되 우선순위에 있는 의료진, 환자, 노인, 사회적 약자에게 먼저 갈 수 있도록 국민들을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국민 앞에 진솔하게 말할 필요성도 있다. 정치권과 언론은 불필요한 비판을 멈추고 정파를 떠나 위기 극복에 힘을 모아야 한다.

최근 사회 일각에서 마스크 양보 운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의료진, 취약계층 등 마스크가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먼저 돌아갈 수 있도록 건강한 사람이나 마스크를 어느 정도 사놓은 사람들은 구매를 잠시 멈추자는 취지의 캠페인이다. 한정된 자원을 나누어 쓰는 방법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대임을 말해주는 풍경이다.

마스크란 본래 나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나로부터 다른 이가 감염되는 것을 막기 위한 수단이다. 마스크는 처음부터 변하지 않았다. 마스크를 우리끼리 싸우는 도구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바이러스에 맞서 싸우는 무기로 활용할 것인가.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 <시사 직격>은 호소한다.

"감염병과의 고통스러운 싸움은 혼자서는 이길 수 없는 것이다. 이 상황을 헤쳐 나갈 모두의 지혜와 합의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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