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한 장면

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한 장면 ⓒ MBC

 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한 장면

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한 장면 ⓒ MBC


대한민국을 처음 방문한 외국인들의 한국 여행기를 보여주는 MBC에브리원 예능 프로그램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가 시청자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 지난 12일 '르완다 편'을 마무리하는 방송 직후에 나온 예고 장면 때문이다.
 
지난 2월 20일부터 4주간 방송된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르완다 편'은 수원에 사는 르완다 청년 모세의 초청으로 한국에 온 엘베, 브레제, 파브리스들의 여행기였다. 이들은 고향으로 돌아간 뒤 한국 여행을 추억하면서 "한국 정말 사랑해요", "한국 그리워요"라며 한국식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 보이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문제의 발단은 그 장면에 뒤이은 다음 편 예고였다. 제작진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랑플라스 광장', '초콜릿, 와플, 맥주의 나라, 벨기에'이라는 문구로 벨기에 편을 소개했다. 벨기에를 '아름다운 나라'로 묘사하는 표현은 흔하게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이를 르완다 편 직후에 방송했다면 그 의미는 달라진다. 르완다인들의 아픔에 대한 몰이해를 보여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5일 방송된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 르완다 청년들은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전쟁기념관을 방문했다. 밝고 명랑하던 청년들은 전쟁기념관 내부를 둘러보면서 숙연해졌다. 1994년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르완다 대학살의 상처가 이들을 엄습했기 때문이다.
  
 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한 장면

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한 장면 ⓒ MBC

 
아프리카 대륙 중앙에 있는 르완다는 후투족과 투치족으로 구성된 나라다. 후투족이 다수 민족이고 투치족은 소수다. 후투족의 비율은 1919년에는 85%, 1994년에는 89%였다. 투치족은 소수민족이지만, 14세기경 북쪽에서 이주해온 이래로 르완다를 지배해왔다. 투치족이 지배해온 르완다는 1919년에 벨기에의 침공을 받고 위임통치령으로 전락했다. 벨기에가 국제연맹의 위임을 받아 르완다를 관리하는 형식으로 식민지배가 시작된 것이다.
 
르완다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듬해인 1946년부터 신탁통치를 받았다. 한국은 반탁 진영의 승리로 신탁통치를 거부하게 됐지만, 르완다는 계속해서 벨기에의 신탁통치를 받은 것이다. 벨기에의 식민 지배를 합리화하는 근거가 국제연맹의 위임에서 국제연합의 '믿고 맡김'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1962년에 독립을 얻은 르완다는 투치족과 후투족의 내분으로 혼란을 겪다가 1993년 정부군과 반군의 평화협정으로 거국내각의 성립을 보게 됐다. 하지만, 1994년에 후투족 출신 대통령이 테러로 사망하자 후투족이 투치족을 학살했고, 투치족이 반격에 나서 후투족을 학살하고 정권을 차지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희생자와 난민이 발생해 국제적 주목을 받게 됐다.
 
전쟁기념관을 방문한 청년들이 1994년의 그 학살을 생생히 체험했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이들이 상처를 느끼게금 만드는 것이 있다. 바로, 이들 가정의 빈자리다. 전쟁기념관 내부를 말없이 걷던 청년들은 "학살 중에 아버지를 잃었어", "나도 가족을 많이 잃었어. 아버지·할머니·할아버지, 그리고 이모들, 삼촌들까지"라며 자신들의 상처를 드러냈다.
 
자신들이 직접 생생히 체험하지는 못했어도, 가족 중의 빈 자리를 통해 아픔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30명 정도여야 할 가족 숫자가 대학살 때문에 지금은 5명뿐이라고 말한 청년은 그 25명의 빈 자리를 생각하면서 대학살을 느껴왔을 것이다. 이들의 대화를 소개하는 대목에서 방송은 이런 자막을 내보냈다.
 
"누구보다도 밝았던 친구들이 조용히 삼키고 있던 아픈 과거... 100만 이상의 희생자... 친구들도 피할 수 없었던 비극."
   
 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한 장면

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한 장면 ⓒ MBC

 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한 장면

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한 장면 ⓒ MBC

 
이런 자막을 내보냈다는 것은 방송 제작진이 이들의 대화, 이들의 아픔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벨기에의 식민지배는 르완다 대학살의 기초가 됐다. 제작진이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르완다 대학살의 밑바탕에 벨기에가 있었다는 점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을 것이다.
 
1945년 이후에는 미국과 소련(러시아)이 전 세계를 주도했지만, 그 전에는 유럽 제국주의 국가들이 인류에 대한 억압과 착취를 일삼았다. 영국·러시아·프랑스·독일 등과 더불어 벨기에도 그런 나라였다.
 
19세기에 벨기에는 르완다 서쪽의 콩고에 욕심을 냈다. 벨기에왕 레오폴 2세(재위 1865~1909년)는 "중앙아프리카에 문명의 깃발을 꽂겠다"며 벨기에령 콩고공화국을 만들었다. 벨기에 식민지배의 잔혹성에 관해 독일인 루츠 판 다이크는 <아프리카의 역사>에서 아래와 같이 말한다. 이 책은 한국에서 <처음 읽는 아프리카의 역사>로 제목이 바뀌었다.
 
"그냥 감독자 눈에 너무 일이 느리다는 이유만으로 아이들과 여자들과 남자들이 손이 잘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두들겨 맞아서 죽었다. 오늘날 역사가들은 콩고에서 벨기에의 강압 통치가 이루어지는 동안, 약 1000만 명의 아프리카 사람들이 폭행으로 죽음에 이르렀다고 추정한다."
 

1884년 베를린에서는 '철혈 재상' 비스마르크의 주재 하에 14개국이 아프리카 분할에 관한 회의를 열었다. 이를 통해 벨기에는 아프리카 중앙 지역을 갖게 됐다. 콩고와 르완다가 포함된 그 지역을 벨기에가 차지하는 것에 대해 다른 국가들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것이 벨기에가 르완다를 지배하는 근거가 됐다.
 
벨기에 식민통치는 잔혹하기만 했던 게 아니다. 교활하다는 평가도 함께 받았다. 벨기에는 다수 종족인 후투족을 손쉽게 착취할 목적으로 투치족의 기존 지배체제를 승인하고, 투치족을 후투족의 상위에 올려 놓았다. 후투족과 투치족을 상호 대립시키는 분할통치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실질적으로는 벨기에가 착취하면서도, 형식상으로는 투치족이 착취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던 것이다.
 
이것은 투치족에 대한 후투족의 반감을 더욱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벨기에로부터 독립하기 3년 전인 1959년에 후투족이 무력투쟁을 통해 지배권을 빼앗은 사건은 벨기에의 분할통치가 낳은 후과(後果)였다.
 
이렇게 후투족이 주도권을 잡은 상태에서 1962년에 독립했지만, 상황은 1994년에 다시 역전됐다. 투치족이 후투족 출신 대통령을 죽이고 정권을 탈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상호 공방전으로 인해 대규모 학살과 난민 발생이 빗어진 것이다.
 
소수민족인 투치족이 다수민족인 후투족을 오랫동안 지배해왔으므로, 르완다는 벨기에의 지배 이전부터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벨기에는 이런 불안한 구조를 이용해 제국주의적 착취를 강화했다. 벨기에의 분할통치는 두 민족의 적대감을 더욱 부추겨, 그 둘이 20세기 후반에 죽기 살기로 싸우도록 만드는 결정적 원인이 됐다.
 
2002년에 <황해문화> 제34호에 실린 전성원 편집장의 글 '20세기 세계의 국지전 그 뿌리와 결과'는 "르완다 내전의 시작은 1919년 콩고를 거점으로 한 벨기에 군대가 키갈리를 점령하고 (르완다가) 위임통치령이 되면서였다"고 말한다.
 
이 단언처럼, 르완다 내전의 뿌리에 벨기에 식민지배가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도 벨기에 정부는 '레오폴 2세 때의 일을 책임질 수는 없다'며 사과와 배상 요구를 거절하고 있다.
 
르완다 대학살의 원인을 제공하고도 사과하지 않는 벨기에가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르완다 편' 직후 아름다운 나라로 묘사됐다. 제작진이 잘 모르고 그랬다 할지라도, 이 같은 편성은 르완다의 아픔에 대한 몰이해를 보여주는 것이다.
  
 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한 장면

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한 장면 ⓒ MBC

 
15일 시청자 게시판에 글을 올린 jhw0428이란 이용자는 "르완다 다음이 벨기에라니, 너무 폭력적이네요"라고 항의했다. 그의 지적처럼 르완다 편의 바로 뒤에 벨기에 편을 배치하고 '아름다운 나라 벨기에'라며 다음 방송을 예고한 것은 비판을 들을 만한 일이었다.

잘 몰라서 일어난 일이라고 말한다면, 이는 한국 방송의 수준을 국제적으로 알리는 일 밖에 되지 않는다. 외국인들의 한국 여행을 소개하는 동시에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소개해주는 이 프로그램이 한국인들의 공감 능력 결여를 증명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운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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