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다이스 힐스' 포스터

'파라다이스 힐스' 포스터 ⓒ (주)올스타엔터테인먼트

 
영화 <파라다이스 힐스>는 제목을 통해 어떤 내용을 펼칠지에 대해 암시한다. 낙원(paradise)은 누구나 꿈꾸는 환상적인 곳이다. 그곳에 위치한 언덕들(hills)은 낙원에 가기 위해서는 수많은 고난을 넘어야 됨을 의미한다. 만약 그 언덕이 '아름다움'이라면 어떤 언덕을 넘어야 되는 걸까. 작품은 아름다운 신비의 섬 '파라다이스 힐스'를 배경으로 욕망에 의해 개조되는 소녀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어느 날 눈을 뜬 우마는 자신이 파라다이스 힐스에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부모에 의해 이곳에 오게 된 그녀는 '아름다움을 완성시켜 주는 곳'이라는 설명만 듣게 된다. 고립된 공간이라서 당장 떠나고 싶어 할지 모르지만 이곳에서의 생활은 나쁘지 않다. 커다란 숙소와 개인맞춤형 식단, 고풍스러운 티타임과 몸매를 가꾸는 요가 클래스에 다양한 교육과 헤어와 메이크업 관리까지. 누구나 꿈꾸는 이상적인 공간이다.
  
 '파라다이스 힐스' 스틸컷

'파라다이스 힐스' 스틸컷 ⓒ (주)올스타엔터테인먼트

 
다만 잠들기 전 우유 한 잔과 정해진 알약을 먹어야 된다는 규칙이 있다. 작품의 미스터리는 이 지점에서 비롯된다. 대체 한밤중에 소녀들에게는 어떤 일이 펼쳐지는 것일까. 왜 그녀들은 가족들에 의해 이곳으로 오게 되었을까. 그에 대한 답은 아름다움에 있다. 아름다움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인형만 하더라도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귀여운 인형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흥미 없어 보일 수 있다.
 
아름다움을 찾는 건 문제가 아니지만 강요는 문제다. 정략결혼을 앞둔 우마와 세 소녀의 공통점은 그들의 부모에 의해 이 섬에 보내졌다는 점이다. 그리고 부모는 그들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아름다움을 지니길 원한다. 딸을 소유물로 간주하고 인위적으로 소유물이 아름다움을 지니게 만들고자 한다. 네 소녀는 이에 저항해 그녀들이 사랑하는 자신의 모습을 지키고자 한다. 공작부인은 이런 소녀들을 개조하고자 한다.
  
 '파라다이스 힐스' 스틸컷

'파라다이스 힐스' 스틸컷 ⓒ (주)올스타엔터테인먼트

 
공작부인은 과거 자신이 엄마의 성가신 눈엣가시였다고 말한다. 그녀는 그 눈엣가시에서 탈출하기 위해 자신을 아름답게 가꿔왔다. 그녀가 지닌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은 파라다이스 힐스라는 공간으로 표현된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그러했듯 남들의 눈에 아름답게 보이지 않는 소녀들을 바꾸고자 한다. 본연의 모습을 아름답게 바라보기 위한 노력보다는 정해진 기준에 따라 아름다움을 만들고자 하는 욕망을 보인다.
 
이런 작품의 주제의식은 고전영화 <스텝포드 와이브스>를 연상시킨다. 이 영화는 스텝포드라는 마을에서 남성들이 자신들의 아름다움에 맞춰 부인들을 로봇으로 개조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개조 후 부인들은 남편에게 순종적인 모습을 보이며 오직 육아와 남편 뒷바라지에만 신경 쓰는, 말 그대로 완벽한 현모양처의 모습으로 뒤바꾼다. 이를 통해 영화는 아름다움에 대한 잔혹한 욕망을 실현시킨다.
  
 '파라다이스 힐스' 스틸컷

'파라다이스 힐스' 스틸컷 ⓒ (주)올스타엔터테인먼트

 
<스텝포드 와이브스>가 주체적인 주인공과 주체성을 잃어버린 아내들의 모습을 대조시켜 강제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공포를 보여주었다면 <파라다이스 힐스>는 공간이 지닌 아름다움을 주체적인 아름다움과 대조시킨다. 광고업계에서 일한 적 있는 앨리스 웨딩턴 감독은 흰색과 푸른 색이 조화를 이룬 색감과 고풍스럽고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활용해 '파라다이스 힐스'라는 이상적인 낙원을 그려낸다.
 
이 낙원은 확고한 주체성을 지닌 네 소녀의 마음과 대비되며 진정한 아름다움은 누군가의 기준이 아닌 나 자신이 지니고 있는 모습에서 비롯된다는 주제의식을 강조한다. 눈을 사로잡는 황홀한 미장센 속에 미스터리의 매력을 품은 이 영화는 억압과 강압 속 형성된 아름다움에 해방을 선사하는 쾌감을 지닌 작품이라 할 수 있다. 19일 개봉.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준모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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