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29일 첫 방송을 시작한 <슈가맨 시즌3>(이하 <슈가맨>)는 방송 초창기 태사자,양준일 같은 '레전드급 슈가맨'을 소환해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원년멤버가 모이지 못한 A.R.T, 멤버 한 명이 빠진 채 2명만 무대에 오른 45RPM, 2017년까지 새 앨범을 발표해 <슈가맨>의 취지와는 다소 동 떨어진 애즈원 등이 차례로 소환됐다. 이에 시청자들은 <슈가맨> 제작진의 섭외 능력을 의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약간의 과도기를 거친 <슈가맨>은 원히트원더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걸어서 하늘까지>의 장현철, 미니홈피 시절의 감성을 되살려준 < Y >의 프리스타일, 여고생가수에서 실용음악학부 교수가 된 진주 등을 소환하며 명성을 되찾는데 성공했다. 특히 지난 21일 가슴 아픈 해체로 팬들에게 '아픈 손가락'으로 남아 있던 씨야의 소환은 많은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하기 충분했다.

<슈가맨>은 28일 또 한 명의 레전드 가수를 소환했다. 히트곡이 너무 많아 방청객들로 하여금 대혼란을 준 이수영이 그 주인공이었다. 2009년 9집 앨범을 끝으로 실질적인 공식 활동을 접은 이수영은 <슈가맨>의 취지에 제법 잘 어울리는 가수일지 모른다. 하지만 <슈가맨>은 2년 연속 가수왕에 빛나는 '대가수' 이수영을 너무 짧게 활용(?)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시즌1의 노이즈와 시즌2의 솔리드에게만 허락된 <슈가맨> 단독출연
 
 시즌2 마지막회에 출연한 솔리드는 <이 밤의 끝을 잡고>와 <천생연분>을 슈가송으로 불렀다.

시즌2 마지막회에 출연한 솔리드는 <이 밤의 끝을 잡고>와 <천생연분>을 슈가송으로 불렀다. ⓒ jtbc화면 캡처

 
<슈가맨>은 시즌1부터 매주 2명의 가수를 소환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두 명의 슈가맨을 소환해 슈가송을 포함한 그 시절의 히트곡과 이야기들을 들어본 후 쇼맨으로 출연한 후배 및 동료 가수들이 슈가송을 요즘 감성에 맞게 재편곡해 부른 후 방청객 투표를 통해 승자를 가린다. 물론 <슈가맨>은 예전 가수를 소환하는 순서가 워낙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쇼맨들의 경연 결과는 큰 의미가 없다.

하지만 언제나 2명의 가수를 소환하던 <슈가맨>도 단 두 번 자신들의 원칙을 어긴 적이 있었다. 바로 지난 2016년1월 <슈가맨> 시즌1 13회에서 신년특집 2편으로 선보인 노이즈편과 2018년5월 <슈가맨> 시즌2 최종회를 통해 방송된 솔리드편이었다. 아무리 쟁쟁한 가수가 나와도 방송시간의 절반만 할애했던 <슈가맨>이 노이즈와 솔리드에게는 1시간이 넘는 방송시간을 통째로 투자(?)한 것이다.

물론 노이즈와 솔리드는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팀들이다. 먼저 노이즈는 1992년 데뷔해 7장의 정규 앨범과 한 장의 싱글 앨범을 발표하며 많은 히트곡을 배출한 팀이다. 특히 데뷔곡 <너에게 원한 건>과 멤버 교체 후 발표한 3집 <상상 속의 너>는 당시 최고의 순위 프로그램이었던 <가요톱텐>에서 골든컵(5주 연속 1위)을 수상했던 메가 히트곡이었다. 가요계의 가장 대표적인 '투히트 원더'가 바로 노이즈였던 셈이다.

솔리드는 한국 가요계에 R&B라는 장르가 드물었던 90년대 중반 감미로운 정통 R&B 발라드를 들려주던 팀이었다. 사실 활동기간도 짧았고 전성기도 2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솔리드의 <이 밤의 끝을 잡고>와 <천생연분>은 모두 슈가송으로 선정되기 손색이 없는 명곡들이다. 특히 <천생연분>은 앨범 발매 당시 한 번도 순위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하지 못했지만 세대를 뛰어넘는 노래방 애창곡으로 십 년 넘게 사랑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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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즈와 솔리드에게만 단독 출연 기회가 주어지면서 손해 본(?) 가수들도 적지 않았다. 시즌1 25회에 출연했던 디바는 슈가송으로 부른 < UP&DOWN >을 능가하는 <왜 불러>라는 또 하나의 메가히트곡이 있다. 시즌2 12회에 출연해 노래 시작과 동시에 100불을 받았던 쥬얼리도 < One More Time > 말고도 <니가 참 좋아>나<슈퍼스타> 같은 복수의 슈가송을 내기 충분한 가수였다(디바와 쥬얼리 모두 멤버 교체가 큰 악재로 작용했을 것이다).

시즌3에도 단독출연이 있다면 이수영이 적임자 아니었을까
 
 이수영은 2002년 <라라라>로 첫 1위를 하기까지 지상파 순위프로그램에서 2위만 14번에 올랐다.

이수영은 2002년 <라라라>로 첫 1위를 하기까지 지상파 순위프로그램에서 2위만 14번에 올랐다. ⓒ jtbc 화면 캡처

 
28일 <슈가맨>에 출연한 이수영은 <라라라>를 슈가송으로 선택했다. <라라라>는 2002년에 발매된 이수영 4집의 타이틀곡으로 데뷔 후 한 번도 순위프로그램 1위를 차지하지 못했던 '만년 2위 가수' 이수영에게 첫 1위를 안긴 효자곡이다. 이수영 개인에게도 의미가 남다를 뿐 아니라 대중들에게도 쓸쓸하면서도 중독성 있는 후렴구가 매우 익숙한 노래로 슈가송으로 선정하기에 손색이 없는 곡이다. 

하지만 이수영에게 <라라라>는 가수로서 정점을 찍게 만들어 준 노래가 아니라 그저 '이수영 시대'의 시작을 알린 노래에 불과하다. 이수영은 2003년 5집 <덩그러니>를 대히트시키면서 그 해 < 10 Minutes >의 이효리, <태양을 피하는 방법>의 비 같은 쟁쟁한 가수들을 제치고 MBC 10대가수 가요제 대상을 수상했다. 대상 수상이 발표된 후 친구이자 라이벌이었던 이효리의 품에 안겨 오열하는 장면은 당시 크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수영은 이듬해에도 6집 <휠릴리>를 통해 MBC 10대 가수가요제 대상과 골든디스크 어워즈 음반대상을 휩쓸었다. H.O.T.나 GOD 같은 국민 아이돌도 넘보지 못한 2년 연속 가수왕의 영예를 작은 체구와 여린 목소리를 가진 발라드 솔로 여성가수가 해낸 것이다. 이수영이 <슈가맨>에서 농담처럼 이야기했던 '목소리 "아"하면 1위하던 시절'은 그 시절 가요계에서 실제로 존재했던 일이다.

하지만 <슈가맨>은 그런 이수영을 '<라라라>와 기타 등등의 히트곡을 가진 가수' 정도로 가볍게 넘어가 버렸다. 사실 이수영 정도의 커리어를 가진 가수라면 <라라라> 외에도 데뷔곡 < I Believe >와 <덩그러니>(혹은 <휠릴리>)까지 최소 3곡 정도는 슈가송으로 선정해 '이수영 특집'으로 방송시간 전체를 꾸렸어야 했다. 이수영은 충분히 그런 대우를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대가수'이기 때문이다.

<슈가맨>은 양준일이나 김사랑처럼 활동 당시 크게 주목 받지 못했던 가수들을 재조명하면서 시청자들의 추억을 소환하는 유익한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때로는 이 때문에 엄청난 커리어를 가진 가수들의 전성기가 상대적으로 평가절하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발매 당시 연인과 이별한 여성들의 노래방 애창곡으로 쓰인 <스치듯 안녕>과 <그리고 사랑해>를 불러 보지도 못한 이수영은 <슈가맨>에서 '저평가'된 대표적인 가수로 기억될 것이다. 
 
 이수영은 마지막 소감을 밝히는 시간에서 팬들에게 미안하다는 뜻을 전하며 울먹거렸다.

이수영은 마지막 소감을 밝히는 시간에서 팬들에게 미안하다는 뜻을 전하며 울먹거렸다. ⓒ jtbc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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